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바다독나무[백화제방(百花齊放) 47]

거북이3 2019. 9. 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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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독나무[백화제방(百花齊放) 47]

                                                                                                                                      이 웅 재

 

  사위가 3년 동안의 출장으로 함께 필리핀에 가서 살고 있는 딸내미에게서 한번 놀러오라는 연락을 받고, 작년 26, 새벽 기온은 영하 15도 정도까지 내려가는 한국의 강추위를 피하여, 요즘 기온이 25~28쯤 된다는 필리핀의 겨울을 택하여, 피한(避寒) 여행을 떠났었다. 며칠 동안 여기저기 관광지를 둘러본 다음, 토요일인 211일에는 느긋하게 주말을 보내기 위하여, 필리핀의 바다를 찾아, 바탕가스(Batangas)의 나숙부(Nasugbu)에 있는 캐년 코브 호텔(Canyon Cove Hotel)로 향하였다. 피한 여행에서의 피서(避暑)인 셈이다.

  아침 10시경, 배가 고파져서 음식점을 찾으면서 가다가 한글 간판 비경을 만났다. ‘祕境일까, ‘祕景일까? 호텔을 겸하고 있는 집이었다. 관리하는 사람에게 물으니 아직 시간이 일러서 음식 제공은 안 된다고 하여 포기했는데, 나중 내 블로그에 올린 필리핀 문화 체험기를 읽은 호텔 담당자가 댓글을 달아주기도 하여 반가웠다. 아주 짧게 요약해 보인다.

  “아침식사도 못하고 가시게 해서 정말 죄송할 따름입니다.저희 호텔은 조식을 제공합니다.그 날은 어떤 이유로 직원이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습니다.그리고 저희 호텔의 비경은 말씀해주신 祕景으로 사용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신다면 꼭 다시 한 번 방문 해주십시오.

  드디어 캐년 코브 호텔에 도착하니, 호텔로 들어가는 길은 단 하나였고, 그 외길에는 검문소 비슷한 작은 건물이 막아서 있었다. 예약은 되어 있었지만, 필리핀에서는 늘 겪듯이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야 했다. 나중 체크아웃 후 근처 바닷가 별장들이 있는 사유지를 찾아보기도 했다. 별장들은 당연히 사유지였는데, 입구에는 모두 철문이 굳게 닫혀있는 까닭에, 이 호텔 말고는 이곳 해수욕장을 이용할 방법이 없었다. 이런 점으로 보아 필리핀은 아직 빈부의 차이가 문화의 차이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나라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주차장에 이르니 커다란 나무에 이상스레 달린 열매가 눈에 띄었다. 땅바닥에 떨어진 꽃을 보니 그것도 보기 힘든 모양이었다. 어찌 보면 자귀나무의 꽃을 닮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바다독나무(Sea poison tree)였다.

  키는 약 30m 내외로 둥치도 크고 아주 실하게 자라서 거목의 위용을 뽐내고 있어 듬직한 느낌이 들었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는 길이 30cm 내외의 도란형으로 고무나무 비슷한 모양의 상록성으로 보였다. 한낮에는 이 나무에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낮에만 피는 시계꽃과는 반대로 자정 전후의 한밤중에만 피어나고, 낮이 되면 꽃은 땅에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꽃을 비롯한 나무 전체에는 맹독이 있어 꽃이나 잎들을 짓이겨 풀어서 바닷고기 잡이를 하기에, 흔히 물고기독나무(Fish poison tree)라고도 한다. 그걸 알고 새들도 이 나무에는 날아와 앉지 않는다. 하지만 꽃에서는 나름대로의 달짝지근한 향기를 뿜어내어 한밤중 박쥐와 나방이 꽃을 찾아들어 꽃가루받이를 한다.

  네 개의 흰색 꽃잎에는 주름이 잡혀 있으며 많은 바늘 같은 수술이 마치 불꽃놀이라도 하는 듯 퍼져 매우 화려하게 보인다. 낮에는 볼 수 없는 꽃, 그것이 바다독나무의 꽃이었다. 낮에는 땅에 떨어져 있는 꽃들만 볼 수가 있는데, 얼핏 술패랭이처럼 보이는 모습이 역시 화려하다. 떨어진 꽃들은 일반적으로 추루해 보이는데 비해 이 바다독나무의 꽃은 그 떨어진 모습마저 매우 아름답게 보여서 아이들이 줍는 일들이 잦지만 그 부모들은 그 나무의 독성 때문에 아주 질색을 한다.

  열매는 땅 쪽을 향하여 달리는데 얼핏 마름모꼴처럼 보이며 땅 쪽을 향한 열매의 끝 부분에는 마치 입술을 벌린 듯한 모습에 한 오라기의 실이라도 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열매의 크기는 직경 10cm 내외가 된다. 표면의 두꺼운 스펀지처럼 되어 있는 섬유층 안에는 직경 5cm 정도의 종자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나무 전체에 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름모꼴의 열매는 맛이 있어 먹을 수가 있다고 하니, 자연의 미묘한 비밀은 알기가 힘들다는 생각이다. 그 마름모꼴의 열매를 처음 보았을 때에는, 혹시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여 쪼개 보려 하였으나 너무 단단하여 쉽게 쪼개지지가 않아서 그만 포기했었는데, 그 열매를 먹어보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한편, 그 열매는 마르게 되면 마치 코코넛 비슷하게 비교적 가벼워져서 빗물에 쓸려 바다로 흘러들면 바다 위를 둥둥 떠서 멀리까지 떠내려가 싹을 틔우곤 하기에 이 나무는 주로 바닷가에서 자라곤 하는 나무가 되었다.

  이 바다독나무는 늘 푸른 큰키나무로 주로 열대 지방의 바닷가와 해안지역의 맹그로브(Mangrove) 숲 같은 곳에 분포하는 나무이다.

  조금 다른 얘기이지만, ‘Mangrove’‘Man’은 인간이요, ‘grove’는 숲을 뜻하는 말이니, ‘맹그로브란 한 마디로 인간의 숲이라는 뜻이고 하겠다. 말하자면 맹그로브는 우리 인간에게 해안 방어벽의 역할을 하는 고마운 숲인데, 최근 이 숲이 차츰 사라져가고 있는 점이 무척 안타깝다. 강물과 바다가 만나는 해안가 맹그로브 숲은 온갖 천연 영양분이 풍부해 바다 생물들의 생활 터전으로 매우 적합한 곳이다. 그런 곳이 요즘 새우 양식지로 개발이 되면서 사람들의 손에 의해 숲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을 위한 숲 ‘Mangrove’가 인간에 의해 사라져가고 있는 현실, 아무리 지구 자체가 스스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가이아(Gaia: 그리스 신화)’라고 하지만, 인간들의 막무가내 자연 파괴를 막아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테라(Terra)’라고 하는데, 최근 새로 출시된 하이트 진로의 맥주 이름이기도 하여, 테라 맥주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은 지구도 그 이상으로 사랑해 주었으면 싶다. (19.9.16.15매 사진 3)

 




                                              바다독나무와 그 꽃, 그리고 열매(필리핀 canyon 호텔,201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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