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일본문화체험기

(속 ․ 일본 문화 체험기 1) 족보가 없는 나라, 일본

거북이3 2007. 5. 6. 00:32
 

(속 ․ 일본 문화 체험기 1)

     족보가 없는 나라, 일본                                                                                    이   웅   재

지난 번 일본 여행 때에는 처음엔 부러운 나라로 시작해서, 나중엔 믿을 수 없는 나라, 무서운 나라,  음울한 느낌을 가져다주는 나라로 여기면서 여행을 마쳤었다. 전체적으로 말하자면 부정적인 시각이 두드러진 문화 체험이었는데, 이번엔 과연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 것인지 스스로에게도 궁금하였다. 그러면서 가급적이면 긍정적인 쪽으로 볼 수 있기를 기대했었는데, 그만 JAL기에서부터 그러한 기대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4:30분에 기상하여 5:15에 공항버스를 타고 와서인지 졸음은 쏟아지는데, 기내식인 도시락은 왜 그렇게 맛이 없는 것일까? 와인이라도 곁들이지 못했더라면 목구멍에서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은 까끌까끌함이 졸음을 떨쳐버리고 있었다. 분량도 조금이요 반찬도 두세 가지일 뿐, 전형적인 일본식 음식문화를 선보인 표본이라고나 할까? 게다가 찬밥이었다. 점심이나 저녁때의 찬밥이라면 또 몰라도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식사가 찬밥이라는 것은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좋은 인상으로 다가올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인천 발 비행기, 거기에는 아무래도 한국인 탑승객이 대다수일 텐데, 그들은 한국인에 대한 배려를, 한국인의 습성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

2시간여의 비행 후 나리타[成田]공항에 도착, 전용버스로 동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가이드가 말했다. 일본에서는 이름보다도 성을 많이 사용한단다. 그러면 구별이 잘 안 되지 않느냐고? 우리나라 같으면 그럴 것이다. 성씨가 전부 280여 개뿐이니까. 중국은 5,000여 개, 그런데 일본은 무려 30만 개나 된다는 것이다. 그들은 쉽게 성씨를 새로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형제들끼리도 성이 다른 경우가 흔하단다. 기업의 명칭도 가게의 이름도 성씨를 가지고 사용하는 것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도요토미의 경우에는 성씨가 4번이나 바뀌기도 했다고 한다.

일본인들에게는 원래 성씨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가 1868년 메이지천황 때 국민들도 성을 가지라고 칙령을 내렸다. 3년 안에 성을 가지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는 바람에 부랴부랴 성씨를 만들어 가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중구난방, 제멋대로의 성씨들이 생겨났다. 당연히 족보는 없다. 한마디로 뿌리가 없는 것이다. 개인주의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풍토라고나 할까?

일설에 의하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천하 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오랜 내전으로 남자들이 너무 많이 죽었다. 그래서 모든 여자들에게 외출할 때에는 아랫도리 내복을 절대 입지 못하도록 명을 내렸다. 기모노의 유래란다. 그 덕에 남자들은 길에서건 숲 속에서건 아무 여자고 맘에 들면 마음대로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그 성은 아이를 만든 장소를 가지고 성씨를 삼는 경우가 많게 되었다. 木下(기노시타), 山野(야마노), 山本(야마모토), 川邊(가와베), 竹田(다케다), 大竹(오타케), 麥田(무기타) 등이 다 그것이란다.

자동차는 좌측통행, 사람은 우측통행이라서 당황할 때가 많다. 예컨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탔을 때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좌측에 서 있어야 한다. 급한 사람들이 우측으로 걸어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친구들끼리라도 인도에서는 횡렬로 가면 안 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자전거가 인도로 다니는 것이다.

어째서 사람들이 우측통행을 하게 되었을까? 그 이유를 칼 문화에서 찾는 사람들이 있단다. 칼 문화는 세무직 공무원에게서 그 유래를 찾을 수가 있다. 그들에겐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을 즉결처단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칼을 차고 다녔다. 사무라이의 유래란다. 칼은 왼쪽에 차고 다녀야 언제라도 쉽게 뽑을 수가 있다. 좌측통행을 하게 되면 칼을 뽑을 때 맞은 쪽에서 오는 사람과 부딪치게 되기에 자연히 우측통행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관습, 그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무서운 것이다. 몇 명이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나는 습관대로 오른쪽으로 가서 문을 열려고 했다. 그랬더니, 이런? 왼쪽으로 타는 사람들이 타고 나자 부르르릉, 떠나버리려는 것이 아닌가? 오른쪽으로는 타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기사는 다 탄 것으로 오인한 것이다. 택시의 뒷 트렁크를 손으로 쳐서 간신히 타고서야 휴우,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도 잘 모르는 처지에다 일본말도 모르는 나 혼자 떨어지면 그 얼마나 황당할 것인가?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된다는 점은 매우 편리했다. 유럽이나 동남아 지역에서는 가는 곳마다 생수 챙기기에 바빴는데, 여기서는 세면대의 물도 그대로 마시면 되었으니 그 얼마나 편한 일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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