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등

웰빙을 넘어 로하스를 실현할 수 있는 실용주의를 바라며……

거북이3 2008. 3. 17. 23:48
 

(권두수필; 수필문학 08.4월호)

     웰빙을 넘어 로하스를 실현할 수 있는 실용주의를 바라며……

                                                                     이   웅   재

 실용주의 정부가 출범하였다. 박수를 쳐 보자. 박수를 치는 일은 건강에도 무척 좋단다.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쳐 보자.

 짝짝짝 짝짝……. 월드컵 때 배운 솜씨로 열심히 쳐 봤다. 그런데 어째 박수소리가 신통찮다. 신명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를 곰곰 생각해 본다.

 실용주의? 그건 먹고 사는 일에만 충실하겠다는 얘기가 아닌가? 대통령직 인수위가 ‘월화수목금금금’의 ‘노홀리데이’(이것도 인수위의 취향을 고려한 표현이니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로 일관되었고, 국무회의 시간은 ‘1시간 30분’이나 앞당겨졌다. 혼란스럽다. 박정희 대통령이 다시 환생하여 국정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박대통령 시절에는  ‘신명’ 따위를 생각할 수가 없는 시대였다. 그때에는 그저 먹고 사는 일이 중요했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혼분식을 장려하던 시대는 가고 없는 것이다. 노숙자들도 하루 세 끼 라면과 같은 분식이나 인스턴트 식품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구걸하는 사람들에게도 10원짜리 동전을 건네주었다가는 혼쭐이 나게 된 세상이다. ‘이팝에다가 쇠고깃국’을 최상의 식탁으로 여기는 시대는 지난 지가 오래인 것이다. IMF로 고생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는 특별한 음식이라는 생각 없이 ‘쌀밥’을 먹으면서 지내지 않았는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식목일, 한글날 등의 공휴일을 없애기 시작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처사란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그런 날 놀지 않는다고 생산성이 갑자기 훌쩍 뛰어오를 것 같은가? 식목일은 한식날과 겹치거나 하루 차이가 나는 날이다. 은연중 추원보본(追遠報本), 조상을 섬기기 위해 설정한 날인데, 그걸 없앴다. 한글날도 공휴일에서 제외시켰다. 세계에서 유일한 언어공휴일이었었는데…….

 한글, 얼마나 과학적인 문자인가? 우측에서 좌측으로 쓸 수도 있고(예전엔 거의 이런 방식으로 쓰지를 않았던가?), 그 반대로 좌측에서 우측으로 쓸 수도 있는 것이 한글이다. 어디 그뿐인가? 위에서 아래로, 다시 말해서 종적(縱的)인 표기도 가능한 것이 한글이다. “오�지”라고 해야 알아먹는다는 영어, 그건 ‘좌에서 우로’밖에는 표기할 수가 없는 언어이다. 어느 쪽이 훨씬 개방적이고 실용적인가? 그런데도 영어 지상주의만 외쳐대니, 이런 것이 어찌 바람직한 ‘실용주의’라고 할 수 있겠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그래서 ‘웰빙’(well-being; 인수위의 취향 고려)이라는 말이 유행이 되지 않았는가? 요사이는 그것도 낡은 수사(修辭)가 되었다. 이제는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 건강생활과 친환경생활을 줄여서)’가 언급되는 시대다. 자신과 가족의 건강만 챙기는 것이 웰빙이라면, 로하스는 사회와 이웃, 그리고 지구를 배려하는 친환경적인 건강한 생활방식으로, 웰빙보다도 포괄적인 의미를 지니는 말이다.

 로하스. 달라졌다. 생각이 달라졌고 생활이 달라졌다. 달라졌다. 감각지표가 달라졌다. 달라진 사회에서 정책은 오히려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역주행을 해야 하는가? 이제껏 근검절약을 미덕으로 살아왔던 우리 한국인에게, 새 정부는 ‘신명’을 선물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도, 그래서 예술인을 장관으로 발탁하지 않았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연극인, 영화인등은 더러 장관도 되고 했지만, 문학을 하는 사람이 장관을 지냈던 적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시청각 예술은 나름대로 대접을 받지만, 그러한 예술의 기초가 되는 언어예술은 찬밥 신세인 것이다. 최근 246개의 지자체들마다 경쟁적으로 지역축제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해에 6,000억 원 이상의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그런데 성공적인 축제는 10%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그나마 그 사업들은 거의 모두가 시청각적인 부문에만 한정된다.

 문화를 중시하는 정책, 웰빙 내지는 로하스를 실현할 수 있는 실용주의, 그 중에서도 기초 예술인 문학을 대접하는 안목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소이이다.      (08.3.17. 원고지11매)

권두수필(수필문학. 08.4월호).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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