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쓰기 29) [수사법 ③강조법]
(수필 쓰기 29) [수사법 ③강조법]
이 웅 재
말이나 글은 상대방이 들어주거나 읽어주어야 그 의도한 바를 전달할 수가 있다. 더할 수 없이 멋지고 훌륭한 글을 써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고심하여 글을 쓸 수는 있지만, 그 한 사람마저도 읽어주지 않는다면, 그 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글이 되어버리고 말지 않겠는가? 독자로 하여금 읽도록 하기 위해서, 나아가서는 읽되 좀더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 글의 뜻과 인상을 강하고 절실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수사 기법이 바로 강조법인 것이다. 상품으로 따진다면, 상대방의 구매 의욕을 부추기기 위한 기술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애인의 관심을 붙들어 매 두기 위해서는 좀더 멋진 매너를 보여주어야 하고, 좀더 아름답고 진실되게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기 위해서, 예쁘게 포장을 하여야 하고, 아름답게 단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그러한 포장술, 화장술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①열거법(列擧法: enumiration)
내용상 관련이 있거나 유사한 어구를 늘어놓아서 의미를 강조하는 수사 기법이다. 열거되는 사물들이 일관성 있게 어떤 원칙에 합치해야지, 서로 간에 전혀 엉뚱한 것들이 열거되어서는 오히려 글 전체의 내용을 산만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예: ♣사람마다 오장육부(五臟六腑)로되, 놀보는 오장칠부(五臟七腑)인 것이 심사부(心思腑) 하나가 왼편 갈비 밑에 병부(兵符) 주머니를 찬 듯하여 밖에서 보아도 알기 쉽게 달 리어서 심사가 무론 사절하고 일망무제로 나오는데 똑 이렇게 나오것다.
본명방에 벌목허고, 잠사각(蠶絲角)에 집짓기와 오귀방(五鬼方)에 이사 권코, 삼재(三災) 든 데 혼인하기, 동네 주산(主山)을 팔아먹고, 남의 선산 투장(偸葬)하기, 길 가는 과객 양반 재울 듯이 붙들었다 해가 지면 내어 쫓고, 일년고로(一年苦勞) 외상 사경(私耕) 농사 지어 추수하면 옷을 벗겨 내쫓기, 초상난 데 노래하고, 역신(疫神) 든 데 개잡기와 남의 노적에 불 지르고, 가뭄 농사 물꼬 베기, 불붙은 데 부채질, 야장(夜葬)할 때 왜장치기, 혼인뻘에 바람 넣고, 시앗 싸움에 부동하기, 길 가운데 허방 놓고, 외상 술값 억지 쓰기, 전동(顫動)다리 딴죽치고, 소경 의복에 똥칠하기, 배앓이 난 놈 살구 주고, 잠든 놈에 뜸질하기, 닫는 놈에 발 내치고, 곱사등이 잦혀놓기, 맺은 호박 덩굴 끊고, 패는 곡식 모가지 뽑기, 술 먹으면 후욕(詬辱)하고, 장시간(場市間)에 억매(抑賣)하기, 좋은 망건 편자 끊고, 새 갓 보면 땀대떼기, 궁반(窮班) 보면 관을 찢고, 걸인 보면 자루 찢기, 상인(喪人)을 잡고 춤추기와 여승 보면 겁탈하기, 새 초분(草墳)에 불 지르고, 소대상에 제청(祭廳)치기, 애 밴 계집의 배통 차고, 우는 아이 똥 먹이기, 원로행인(遠路行人)의 노비 도둑, 급주군(急走軍) 잡고 실랑이질, 관차사(官差使)의 전령 도둑, 진영교졸(鎭營校卒) 막대 뺏기, 지관을 보면 패철(佩鐵) 깨고, 의원 보면 침 도둑질, 물 인 계집 입 맞추고, 상여 멘 놈 형문(刑問)치기, 만만한 놈 뺨치기와 고단한 놈 험담하기, 채소밭에 물똥 싸고 수박밭에 외손질과 소목장(小木匠)이의 대패 뺏고, 초란이패 떨잠(簪)도둑, 옹기 짐의 작대기 차고, 장독간에 돌 던지기, 소매치기 도자속금(盜者贖金) 고무도적(盜賊)의 끝돈 먹기와 다담상(茶啖床)에 흙 던지기, 계골(計骨)할 때 뼈 감추기, 어린애의 불알을 발라 말총으로 호아 매고, 약한 노인 엎드러뜨리고, 마른 항문 생짜로 하기, 제주병(祭酒甁)에 개똥 넣고, 사주병(蛇酒甁)에 비상(砒霜) 넣기, 곡식밭에 우마 몰고, 부형 연갑(年甲)에 벗질하기, 귀먹은이더러 욕하기와 소리할 때 잔말하기, 날이 새면 행악(行惡)질, 밤이 들면 도둑질을 평생에 일삼으니, 제 어미 붙을 놈이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굳기가 돌덩이요, 욕심이 족제비라, 네모진 소로(小櫨)로 이마를 비비어도 진물 한 점 아니 나고, 대장의 불집게로 불알을 꽉 집어도 눈도 아니 깜짝인다.
(판소리 ‘박타령’)…전체가 열거임.
②반복법(反復法: repetition)
동일어 또는 유사어를 반복하거나 어구, 문장 등을 되풀이하여 흥을 돋우거나 율조(律調)를 지니게 하여 뜻을 강조하는 수사 기법이다. 주의할 점은 강조의 의도가 아닌 경우에는 같은 낱말이나 어구 따위를 반복하는 일은 가급적 삼가야 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상고해 보면, 여럿이서 통일된 행동을 도모하거나 노동의 고역을 흥으로써 상쇄하고자 하는 경우, 다시 말해서 민요 그 중에서도 노동요에서 많이 불린 기법이다. 선후창의 노래에서는 주로 후창자들이 부르는 소위 후렴구에서 많이 사용된다.
예: ♣來如來如來如 來如哀反多羅 哀反多牟徒良 功德修叱如良來如
오다 오다 오다/ 오다 셔럽다라/ 셔럽다 의내여/ 공덕 닷라 오다)
(양주동 역, 향가 ‘풍요’)
♣쾌지나칭칭나네
하늘에는 별도 총총/ 쾌지나칭칭나네
가자가자 어서 가자/ 쾌지나칭칭나네
이수 건너 백로 가자/ 쾌지나칭칭나네
시내 강변에 자갈도 많다/ 쾌지나칭칭나네
살림살이는 말도 많다/ 쾌지나칭칭나네 (경상도 지방의 민요)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서정주, ‘국화 옆에서’)…단순한 반복이 아닌 ‘또’ 자의 사용에 유의할 것이다.
③거례법(擧例法)
추상적 개념이나 주장을 분명히 하기 위하여 보기를 들어 설명하는 표현 기법이다.
예: ♣절대가인 생길 적에 강산정기 타서 난다.
저라산(苧蘿山) 약야계(若耶溪)에 서시(西施)가 종출(鍾出)하고, 군산만학부형문
(羣山萬壑赴荊門)에 왕소군(王昭君)이 생장하고, 쌍각산(雙角山)이 수려하여 녹주(綠 珠)가 생겼으며, 금강활이아미수(錦江滑膩峨眉秀)에 설도(薛濤) 환출(幻出)하였더니 호남좌도(湖南左道) 남원부(南原府)는 동으로 지리산(智異山) 서으로 적성강(赤 城江)의 산수정기 어리어서 춘향이가 생겼구나.(판소리 ‘춘향가’)
♣그러나 이 짧은 동안의 신록의 아름다움이야말로 참으로 비할 데가 없다. 초록이 비 록 소박하고 겸허한 빛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때의 초록은 그의 아름다움에 있어, 어떤 색채에도 뒤서지 아니할 것이다.
예컨대, 이러한 고귀한 순간의 단풍, 또는 낙엽송을 보라. 그것이 드물다 하면, 이 즈음의 도토리, 버들, 또는 임간(林間)에 있는 이름 없는 이 풀 저 풀을 보라. 그의 청신한 자색(姿色,모습과 색깔), 그의 보드라운 감촉, 그리고 그의 그윽하고 아담한 향훈(香薰,꽃다운 향기), 참으로 놀랄 만한 자연의 극치의 하나가 아니며, 또 우리가 충심(衷心)으로 찬미하고 감사를 드릴 만한 자연의 아름다운 혜택의 하나가 아닌가?
(이양하, ‘신록예찬’)
♣외국과의 왕래가 잦아지면, 그 사회의 언어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외 국의 상품이 들어오고 문화가 교류되면 이에 따라 외래어가 들어오게 마련이다. 17 세기에서 18세기까지에 걸쳐 일본에서 ‘담배’가 들어왔다. 처음엔 ‘남초(南草), 담 바고’로 불리었는데, 그 ‘담바고’는 일본이 받아들인 외래어가 다시 한국으로 상품 과 함께 들어온 것이다. ‘남초’와 ‘담바고’는 대중 사이에서 서로 세력을 다툰 셈이 되나, ‘담바고 타령’이라는 민요가 생겨날 지경으로 ‘담바고’의 세력이 커 가서 ‘남 초’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 ‘담바고’가 다시 ‘담배’로 변하였다.
(이숭녕, ‘언어와 사회’)
④과장법(誇張法:hyperbole)
보다 선명한 인상을 주기 위하여 어떤 사물이나 사실을 실제보다 훨씬 더 크거나 많게(향대과장), 또는 훨씬 더 작거나 적게(향소과장) 표현하는 수사 기법이다. 너무 지나치면 허풍으로 인정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 ♣쥐꼬리만한 월급…향소과장
♣방의 누어 이셔/ 내 신세 각니,
이 심난/ 대풍이 니러나니,
태산 셩낸 물결/ 텬디의 옥니,…향대과장
크나큰 만곡(萬斛舟ㅣ)가/ 나모닙 브치이,…향소과장
하의 올라다가/ 디함(地陷)의 려지니, (김인겸, ‘일동장유가’)…향대과장
♣이삼 년씩 걸러 가며 상부(喪夫)를 할지라도 소문이 흉악할 터인데 한 해에 하나씩 전례(前例)로 처치(處置)하되, 이것은 남이 아는 기둥서방, 그 남은 간부(間夫), 애부 (愛夫), 거드모리, 새호루기, 입 한 번 맞춘 놈, 젖 한 번 쥔 놈, 눈 흘레한 놈, 손 만져 본 놈, 심지어 치맛귀에 상척자락 얼른 한 놈까지 대고 결단을 내는데, 한 달 에 뭇을 넘겨, 일년에 동 반 한 동 일곱 뭇, 윤삭(閏朔) 든 해면 두 동 뭇수 대고 설 그질 제, 어떻게 쓸었던지 삼십 리 안팎에 상투 올린 사나이는 고사하고 열다섯 넘 은 총각도 없어 계집이 밭을 갈고, 처녀가 집을 이니, 황・평 양도 공론하되, “이년을 두었다는 우리 두 도내에 좆 단 놈 다시 없고, 여인국이 될 터이니 쫓을 밖에 없 다.”(판소리 ‘변강쇠가’)…전체가 향대과장임.
⑤영탄법(詠嘆法: exclamation)
강한 의지나 기쁨, 슬픔, 놀람, 분노 등의 고조된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서 감탄사, 감탄 호격 조사, 감탄형 어미 등을 사용하는 수사 기법이다. 주로 시라든가 연설문 따위에서 많이 사용한다. 과장법이나 마찬가지로 역시 너무 지나치면 부자연스럽고 조작적인 느낌을 주기가 쉬우니 조심하여야 한다.
예: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논개’)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虛空中)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主人)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心中)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招魂)…전체가 영탄법임.
♣ "용례야! 놀라지 마라! 나다! 아버지다! 용례야!"
문 서방은 딸을 품에 안으니 이때까지 악만 찼던 가슴이 스르르 풀리면서 독살이 올랐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떨어졌다. 이렇게 슬픈 중에도 그의 마음은 기쁘고 시원하였다. 하늘과 땅을 주어도 그 기쁨을 바꿀 것 같지 않았다. (최서해, ‘紅焰’)
⑥비교법(比較法)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 지니는 모양이나 성질, 내용 또는 대소, 다소, 고저 등의 정도를 견주어서 어느 한 사물을 선명히 표현하는 기법으로 주로 비교 부사격 조사(과/와, 처럼, 만큼, 보다, 하고)와, ‘같다, 다르다, 비슷하다, 닮다’ 등의 대칭 서술어(내용상 짝[대칭]을 필요로 하는 서술어), 그리고 ‘더, 더욱, 꼭, 매우, 아주, 무척, 흡사’ 같은 부사어를 사용한다. 대조법과의 차이점은 일정한 기준에 의한 정도의 차이, 곧 두 사물의 성질상 공통부분에 관한 표현 기법이라는 점이다.
예: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 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변영로, ‘논개’)
♣"그만 떠나세. 녀석들과 어울리다가는 한이 없어. 장판의 각다귀들이란 어른보다도 더 무서운 것들인 걸."
조선달과 동이는 각각 제 나귀에 안장을 얹고 짐을 싣기 시작하였다. 해가 꽤 많이 기울어진 모양이었다.
드팀전 장돌림을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되어도 허생원은 봉평장을 빼 논 적은 드물었다. 충주 제천 등의 이웃 군에도 가고, 멀리 영남지방도 헤매기는 하였으나 강릉쯤에 물건 하러 가는 외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군내를 돌아다녔다. 닷새만큼씩의 장날에는 달보다도 확실하게 면에서 면으로 건너간다. 고향이 청주라고 자랑삼아 말하였으나 고향에 돌보러 간 일도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장에서 장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운 강산이 그대로 그에게는 그리운 고향이었다. 반날 동안이나 뚜벅뚜벅 걷고 장터 있는 마을에 거지반 가까왔을 때 거친 나귀가 한바탕 우렁차게 울면…더구나 그것이 저녁녘이어서 등불들이 어둠속에 깜박거릴 무렵이면 늘 당하는 것이건만 허생원은 변치 않고 언제든지 가슴이 뛰놀았다.(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에 매게 조친 가토리 안과,/
대천 바다 한가온 일천석 시른 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뇽총도 근코 돗대도 것고치도 빠지고, 람 부러 물결치고 안 뒤셧거 진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남은데 사면이 거머어득 저믓 천지적막 가치노을 , 수적(水賊) 만난 도사공(都沙工)의 안과,/
엊그제 님 여흰 내 안이야 엇다가 을리오. (사설시조)
⑦대조법(對照法: contrast)
상반되거나 정도가 서로 다른 어구나 사물 또는 현상을 대조시켜 인상을 선명하게 해 주는 수사 기법이다. 속담, 격언이나 한시 등에서 많이 사용한다. 비슷한 것을 맞세우면 대구법이 된다.
예: ♣自去自來堂上燕(자거자래당상연)/ 相親相近水中鷗(상친상근수중구)
老妻畵紙爲棋局(노처화지위기국)/ 稚子敲針作釣鉤(치자고침작조구)
절로 가며 절로 오닌 집 우흿 져비오,/
서르 親며 서르 갓갑닌 믌가온 갈며기로다./
늘근 겨지븐 죠 그려 쟈긔파 어/
져믄 아 바 두드려 고기 낫 낙 다.(두보, ‘江村’)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정인보, ‘慈母思’)…초, 중, 종장이 모두 대조법.
♣無錢天地少英雄(무전천지소영웅) 有酒江山多豪傑(유주강산다호걸)
⑧점층법(漸層法: climax)
진술하는 내용을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약한 것에서 강한 것으로 점차 문의(文意)를 고조시켜 가는 수사 기법으로, 이와는 상반되는 기법은 점강법(漸降法)이다.
예: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성삼문의 시조)
♣말하자면, 나의 흉중(胸中)에도 신록이요, 나의 안전(眼前)에도 신록이다. 주객일체(主客一體), 물심일여(物心一如)라 할까, 현요(眩耀)하다 할까. 무념무상(無念無想), 무장무애(無障無碍), 이러한 때 나는 모든 것을 잊고, 모든 것을 가진 듯이 행복스럽고, 또 이러한 때 나에게는 아무런 감각의 혼란(混亂)도 없고, 심정의 고갈(枯渴)도 없고, 다만 무한한 풍부의 유열(愉悅)과 평화가 있을 따름이다. 그리고 또, 이러한 때에 비로소 나는 모든 오욕(汚辱)과 모든 우울(憂鬱)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고, 나의 마음의 모든 상극(相剋)과 갈등(葛藤)을 극복하고 고양(高揚)하여, 조화 있고 질서 있는 세계에까지 높인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이양하, ‘신록예찬’)…전체가 점층법임.
♣바도 쉬여 넘 고 구름이라도 쉬여 넘 고,/
山眞(산진)이 水眞(수진)이 海東靑(해동청) 보라라도 다 쉬여 넘 高峰(고봉) 長城嶺(장성령) 고./
그 너머 님이 왓다 면 나 아니 番(번)도 쉬여 넘으리라. (사설시조)
⑨漸降法(점강법: anticlimax)
고조된 내용을 점점 약하게 표현하는 수사 기법으로, 점층법과 상반되는 기법이다.
예: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좃소. (李箱, ‘烏瞰圖 시제1호’)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는 광화문 근처에까지 가는 동안 ?고작? 단 1장의 이력서밖에는 소모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간밤의, 독기마저 느껴지던 그 ?역사적 결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크고 번듯해 보이는 회사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2층․3층…… 좁고 컴컴한 계단을 거쳐야 되는 조그마한 회사의 앞에서는 ?에이! 이 회사는 아마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할 거야? 하는 생각을 억지로 만들어 내면서 ?다음에 나타나는 회사에서는 꼭 내야지……? 하는 다짐만 했다는 것이다.
(이웅재, ‘99장의 이력서’)
♣복녀의 송장은 사흘이 지나도록 무덤으로 못 갔다. 왕서방은 몇 번을 복녀의 남편을 찾아갔다. 복녀의 남편도 때때로 왕서방을 찾아갔다. 둘의 새에는 무슨 교섭하는 일이 있었다. 사흘이 지났다.
밤중에 복녀의 시체는 왕서방의 집에서 남편의 집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시체에는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한 사람은 복녀의 남편, 한 사람은 왕서방, 또 한 사람은 어떤 한방 의사. 왕서방은 말없이 돈주머니를 꺼내어, 십 원짜리 지폐 석 장을 복녀의 남편에게 주었다. 한방의의 손에도 십 원짜리 두 장이 갔다.
이튿날 복녀는 뇌일혈로 죽었다는 한방의의 진단으로 공동묘지로 가져갔다.
(김동인, ‘감자’)…이 부분 전체가 점강법(복녀의 죽음의 의미가 점점 약화되어 감.)
⑩억양법(抑揚法: modulation)
문의(文意)를 처음에 치켜 올렸다가 다음에 낮추거나, 반대로 먼저는 낮추었다가 나중에 치켜 올림으로써 표현하고자 하는 뜻을 강조하는 수사 기법이다.
예: ♣神策究天文(신책구천문)/ 妙算窮地理(묘산궁지리)
戰勝功旣高(전승기공고)/ 知足願云止(지족원운지)
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하였고,
오묘한 계책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았으면 이제 그만두게나. (乙支文德, ‘與隋將于仲文詩’)
♣문득 한 장수가 뛰어 내달으며 크게 외어 문어를 꾸짖어 가로되,
"문어야 네 아무리 기골이 장대하고 위풍이 약간 있다 하나 언변이 없고, 의사(意思)가 부족하니 네 무슨 공을 이루겠다 하며, 또한 인간 사람들이 너를 보면 영락없이 잡아다가 요리조리 오려내어 국화송이, 매화송이 형형색색 아로새겨, 혼인잔치며 환갑잔치에 큰 상의 어물 접시 웃기로 긴요하고, 재가 가인 놀음상과 남서 한량 술안주에 구하노니 네 고기라, 무섭고 두렵지 아니하냐? (고전소설 ‘별주부전’)
♣丙子修好條規(병자수호조규) 以來(이래) 時時種種(시시종종)의 金石盟約(금석맹약)을 食(식)하얏다 하야 日本(일본)의 無信(무신)을 罪(죄)하려 안이하노라. 學者(학자)는 講壇(강단)에서, 政治家(정치가)는 實際(실제)에서,我(아) 世宗世業(세종세업)을 植民地視(식민지시)하고, 我(아) 文化民族(문화민족)을 土昧人遇(토매인우)하야, 한갓 征服者(정복자)의 快(쾌)를 貪(탐)할 뿐이오, 我(아)의 久遠(구원)한 社會基礎(사회기초)와 卓 (탁락)한 民族心理(민족심리)를 無視(무시)한다 하야 日本(일본)의 少義(소의)함을 責(책)하려 안이하노라. (기미독립선언서)
⑪연쇄법(連鎖法: chain-writing)
앞 구절의 끝말을 뒷 구절의 머리에 놓아 그 뜻과 리듬의 맛을 인상 깊게 이어가도록 하는 수사 기법이다.
예: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간 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는 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긴 것은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른 것은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은 것은 백두 산,
백두산 뻗어나려 반도 삼천리/ 무궁화 이 동산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이어 사는 우리 삼천만/ 복되도다, 그의 이름 대한이로세.
(이은상 작사, 현제명 작곡, ‘대한의 노래’) …’3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창가부 당선작. 원제 는 <조선의 노래>였으며, 가사도 '이천만', '대한'이 아니라 '조선'이었다.
♣동창회가 끝난 이튿날, 나는 그미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었다.
?제가 왜 전화했는지 모르시죠? 몇십여 년 간 가슴 속에 묻어 두었던 말 한 마디가 생각나서요. 윤자씨, 사랑했습니다. 만나주실 거죠? 지금 날짜를 신청하는 겁니다. 날짜, 영어로는 데이트라고들 하데요.?
예쁜 엉덩이 얘기까지는 차마 할 수가 없다. 그만해도 감미로운 낭만일 수 있을 텐데, 현실 속의 나는, 그마저도 상상으로만 그치고 말았다. 미안합니다. 윤자씨. 이제는 그미도 얼굴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모습이었다. 할머니 소리도 들었음직하다.
할머니, 할머니가 그립다. 우리들의 할머니가 가난했던 시절, 왜 그렇게 물것들은 많았던지? 밤새도록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이, 빈대, 벼룩…….
(이웅재, ‘동창회와 추억의 파편들’)
♣청량산 육륙봉을 아 이 나와 백구,
백구야 헌하랴 못 믿을손 도화(桃花)ㅣ로다.
도화야, 디디 마라 어주자(魚舟子)ㅣ 알까 하노라. (퇴계 이황의 시조)
⑫미화법(美化法: euphemism))
추하거나 평범한 것을 아름답게, 뛰어나게 표현하는 수사 기법으로, 대체로 완곡어법에 해당하는 단어들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 ♣양상군자(梁上君子: 도둑)
♣화장실(변소)
♣三三五五(삼삼오오) 冶야遊유園원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 업시 나가 잇어, 白馬(백마) 金금鞭편으로 어어 머무는고. 遠近(원근)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 두 김도 길샤 설흔 날 支離(지리)다. 玉窓(옥창)에 심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 진고. 겨울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 비는 무스 일고. 三春花柳(삼춘화류) 好時節(호시절)에 景物(경물)이 시름 업다. 가을 방에 들고 蟋蟀(실솔)이 床(상)에 울 제, 긴 한숨 디 눈물 속절 업시 혬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허난설헌, ‘규원가[閨怨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