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뉴스넷 창간 8주년 기념식
성남뉴스넷 창간 8주년 기념식
이 웅 재
성남문화원에서 고전강독 강의를 마쳤다. 하지만 이어서 문학특강을 해야 한다. 연속 강의는, 강의하는 사람이나 그 강의를 듣는 사람이나 다 같이 상당히 무리가 되지만, 일정이 그렇게 짜여 있으니 어쩔 수 없어서 연속 강의를 했다. 나름대로는 지루하지 않게 진행한다고 했지만, 듣는 분들이야 지겹기 그지없었을 것이다.
예전, 각급 학교의 애국조회, 그때는 꼭 교장선생님의 일장 훈시가 뒤따랐는데, 그분은 어쩜 그리 청산유수 격으로 말씀을 잘하시는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감탄하는 것과는 달리 모든 학생들은 저 훈시가 언제나 끝나나, 그 생각만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좀 그렇긴 했다. ‘마지막으로’라는 말씀을 몇 번이나 되풀이하시는지, 그것도 모자라서 ‘덧붙여서’가 뒤따르고 그 뒤를 다시 ‘끝으로’가 기다리고 있는, 정말로 기나긴 ‘훈시’였었다. 자라면서 각종 행사엘 참석하다 보니, 정말로 왜 그리 고명하신 분들이 많고, 훌륭한 말씀들이 많으신지, 듣다듣다 못해, 아, ‘나 같은 사람은 저런 소리 들어도 별 볼 일 없을 거야.’ 스스로 단정하고 식장을 떠나기도 부지기수였었다.
한 번은 지방에서 있었던 어느 문학단체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이곳저곳 탐방지를 돌아다니고 나서, 그날의 ‘하희라가 먹는 음식’(→ 하이라 이트, → 하이라이트)시간이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앉아있는 자리 앞에는 그럴 듯한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닌 사람들은 이제야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따라서 ‘(먹어야) 양반’이 될 수 있겠다고 잔뜩 벼르고서 수저를 들어 한 입씩 맛을 보는데, 아하, 이게 웬 일인가,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그날의 주최자 왈, “제 얘기가 끝난 다음에 식사를 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뱃속에선 쪼르륵! 소리가 연신 나고 있는데, 저 소리, ‘마지막으로’에서 시작하여 ‘덧붙여서’를 통과한 다음에 다시 ‘끝으로’ 하는 말을 들은 다음에 ‘처먹으라.’는 것이다. 세상에, 사람들을 초대해 놓고 그럴 수가 있는가? 해마다 개최되는 그 모임에, 나는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참가하지 않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음식을 앞에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은 것, 그건 예의도 아닐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상식 이하'의 주문이었던 것이다.
문화원 강의가 끝난 후, 우리 지 교수 님이 건의하신다. ‘성남 뉴스넷 창간 8주년’ 기념행사가 있는데, 그곳엘 함께 가자고. 나도 한두 번 거기에 글을 올린 기억이 있기에 즉석에서 ‘OK’ 사인을 보냈다. 약간 이른 시간, 행사 장소에 도착하니, 김 대표가 환영을 한다. 식장에 들어가니 아직 참석자들이 별로 없었다. 한 동안 시간이 흘렀는데, 누군가가 노래도 하고 청소년(엄밀하게는 청소녀)들의 댄스 공연도 있었다. 한 아이는 배꼽까지 보였는데, 어휴! 그 배는 내 배보다도 더욱 디룩디룩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래도 춤은 아주 잘 추었다. 그래서 단조로운 시간을 흥미롭게 보냈는데, 사회자의 아나운스먼트가 뒤따르고 있었다.
“시간이 바쁘신 분이나 시장하신 분들은 음식을 가져다 드셔도 됩니다.”
아직 기념식이 시작도 안 된 시간이었다. 그런데, 하객들에게 음식부터 가져다 먹으란다. 놀랐다. 이런 기념식장은 겪어본 기억이 없다. 정말 신선했다. 참석자들을 배려하는 그 마음씨, 처음 도착했을 때 반가이 맞아주던 대표님의 마음씨를 닮은 것일까?
음식은 뷔페였다. 그런데 음식 장만도 ‘OK’였다. ‘인격’이 많이 나온 나는(다른 사람들은 그걸 ‘똥배’라고 부른다는 점을 첨기한다.) 뷔페의 경우, 가급적 음식을 적게 가져다 먹으려고 한다. 그건 바로 나의 그 ‘인격’을 위해서인 것이다. 그런데 자리에 안고 나서 내가 가지고 온 접시를 보았더니, 아뿔싸, 왜 그렇게 많이 가지고 왔을까? 줄이고줄이고, 꼭 먹고 싶은 것만 가져 온다고 했는데, 왜 이리 많은 것인지? 한마디로 말해서 깔끔하고 먹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음식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음식 준비도 ‘짱!’이었다는 말이다.
먹었다. 맛있게 먹었다. 그 사이에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먹으면서 진행되는 행사는 모든 것이 널널했다. 곳곳에서 ‘하하, 허허’ 웃음이 터져 나왔고, 여기저기서 ‘건배’ 소리가 반갑게 들려왔다. 그래, 건배, 건배다. 우리 ‘성남뉴스넷’을 위하여 계속 건배다. 누군가가 ‘술은 인류의 적’이라고 했으니 그거, 빨리 마셔서 없애야 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 아니겠는가?
마이크에서 누군가의 덕담이 흘러나왔다.
“우리 대표님, 8년 전엔 머리가 새까맸었는데, 지금 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해졌네요.”
그만큼 ‘성남뉴스넷’을 이끌어오느라고 수고가 많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말 한 마디, 참으로 듣기 좋았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으면, 분명 눈썹도 하얘졌을 것이다. 눈썹이 하얀 사람, 그런 사람을 ‘백미’라고 한다. 마량(馬良)의 고사에 나오는 ‘백미(白眉)’라는 고사성어, 여러 형제, 여러 사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던가? 나도 백미가 되고 싶다. 그래서 가끔 화이트를 눈썹에다가 칠한다. 그러면 눈썹이 하얘진다. 백미(白眉)가 되는 것이다. 눈썹에 하얗게 화이트를 칠하고 다니는 사람은 보기가 힘들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경거리 생겼다고 흘끔흘끔 쳐다본다. 금세 유명해지는 것이다. 옛 사람의 말은 하나도 버릴 게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터득하게 된다.
몇몇 분들이 축사 겸 덕담을 하였는데, 모두가 짧았다. 짧은 말은 명쾌하다. 중언부언 길게 늘어놓는 말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누군가가 연설과 신문 기사, 그리고 여자의 스커트 길이는 짧을수록 좋다고 했다. 오해는 금물이다. ‘짧을수록’이라는 말은 불필요한 것을 늘여놓지 말라는 말이지 무조건 짧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최대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최소의 길이를 말하는 것일 뿐이다. 짧은 덕담, 그래서 더욱 덕담으로 느껴지는 말들을 들으면서, 푸짐한 음식을 먹는 기분이란, 요즘 애들 말을 빌리자면, 정말로 ‘왔다’였다. 아마도 이렇게 끝내주는 기념식은 ‘성남뉴스넷’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에도 없지 않을까?
앉은 자리 뒤쪽에는 ‘성남뉴스넷’에서 게재했던 것일까,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사회자의 멘트가 떨어졌다.
“뒤편에 전시된 사진들, 좋아하시는 것 골라서 가져가셔도 됩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것부터 고른다던가? 열심히, 정말로 열심히 음식을 먹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우르르 전시된 사진 쪽으로 몰려든다. ‘인격’이 나와서 동작이 느린(이건 순전히 핑계이다. 나는 워낙 동작이 느려서 어려서부터의 별명이 ‘거북이’가 아니던가?) 나는 그만 내가 가지고픈 사진 ‘나비의 복상사’를 놓쳤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내가 엄청 좋아하고 사랑하는 우리 ‘고강’의 회장님께서 그 사진을 획득하셨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 기념으로 다시 한 번 ‘위하여!’를 외쳤다. 그리고 지금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이 글을 쓰면서 또다시 ‘위하여!’를 외친다.
‘성남 뉴스넷의 무한한 발전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