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아(Gaia)의 몸부림
가이아(Gaia)의 몸부림
이 웅 재
가이아(Gaia)가 몸부림치고 있다.
어느 과학자가 말했다. 공해(公害)란 실감하지 못하는 아주 무서운 재앙이라고. 비커(beaker) 속의 개구리는 이를 잘 증명하고 있다. 비커에 개구리를 넣고 알코올(alcohol) 램프(lamp)로 서서히 비커를 가열한다. 그러면 변온동물(變溫動物)인 개구리는 제 몸의 온도를 가열되는 비커의 물 온도에 맞추어 가다가 결국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삶겨져서 죽게 된다는 것이다.
공해란 이와 같이 무서운 것이다. 어제의 공기와 오늘의 공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기는 힘들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대기는 오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언제 우리가 질식하게 될지는 그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다. 가이아로서의 지구는 스스로 그에 대처해 나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 로마 신화에서는 텔루스(Tellus)가 되는데,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James Lovelock)이 1978년 주장한 가이아 이론에 의하면, 지구는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인 가이아로서 그 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생존에 최적조건을 유지해 주기 위해서 언제나 자기 스스로 조정하고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사람이 더우면 땀을 흘리듯 지구는 온난화를 극복하기 위해, 극지의 빙하를 녹아내리게 하고, 때로는 폭설과 폭우로써 더워진 지구를 식히기도 한다. 급격한 기후 변화는 흐트러진 대기의 온도, 산소, 탄산가스의 구성 따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바다의 유기질, 무기질, 염분의 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쓰나미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미증유의 천재지변은 가이아의 생존전략의 결과라고 할 수가 있겠다. 사망자 8만 명을 초과한 중국의 쓰촨 성[四川省] 지진을 보자. 전문가들은 싼샤[三峽]댐 건설로, 기반 암석층이 매우 단단하기는 하지만 이처럼 초대형 댐의 건설에는 강력한 수압의 영향으로 암석층이 깨져 댐의 물이 스며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었다. 결국 지표층 틈새로 스며든 물은 지각 단층활동의 윤활유 역할을 하면서 지진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최근 100년 만의 폭설은 우리나라에서만 당하는 일이 아니었다. 미 동부지역에서도, 유럽에서도 겪었던 일이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어디 폭설뿐인가?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아이티의 지진, 칠레의 지진…. 최근 들어서 왜 이러한 천재지변이 잇달아 일어나는가?
이는 모두가 가이아의 생존전략에서 발생한 일들이라 할 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분명한 것은 우리 인간들은 가이아의 생존 조건에 동참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따진다면 그건 간단하다. 지구상의 생명체들의 밀도를 줄이면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일 시급한 것은 바로 우리 사람들의 인구밀도를 낮추어야 하는 일이라 하겠다. 요즘 범세계적 추세로 출산율의 저조를 문제 삼고 있는데, 이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경제적 효율로만 생각하니까 그런 우려들이 부각되는 것이다. 청년들의 취업률을 걱정하면서 출산율을 높이라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 얘기가 아닌가? 기존 경제 규모를 생각해서 인구 감소는 많은 산업 시설들의 가동을 어렵게 하는 때문에 경제가 위축된다고 걱정들을 하는데, 어째서 눈앞의 일에만 호들갑을 떠는가? 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 가이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는가?
가이아는 지금 몸부림치고 있다. 너무 많은 생명체들이 그녀의 젖을 빨고 있는 것이다. 가이아는 이제 지쳐 있다. 그녀를 조금 편안히 쉬게하여 주면 안 되는가?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왜 생기는 것인가? 너무 빨리 돌아가는 세상의 변화, 그것을 조금 늦추어 달라는 가이아의 무언의 요청은 아닐 것인가? 조금만 속도를 늦추면, 가이아도 차츰 그 변화에 자신의 생체 시계를 맞추어 갈 수가 있을 것인데….
우리, 조금씩 속도를 늦추자.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는 것에만 박수를 치지는 말자. 수명이 연장되고, 그러면 자연히 평균 연령이 높아진다. 노인인구가 증가되는 것이다. 이를 걱정하는 많은 이론들…. 왜들 그렇게 근시안적인지 모르겠다. 노령인구의 증가는 좋은 징조이다. 노령인구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모든 면에서의 발전 속도를 느리게 만들 것이다. 경제적인 측면으로 생각하면 생산성이 점차적으로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지 말자. 지금까지 너무 눈부실 정도로 박차를 가해 왔다. 아무리 좋은 기계도 가끔씩은 쉬게 해주어야 한다. 이제 조금 쉬어 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올레길, 둘레길의 산책, 집 근처 야산에의 등산, 미술관 박람회장 같은 곳으로의 외출, 손자 손녀들과의 어울림, 부부 사이에서도 상대방을 다시 바라다볼 수 있는 여유 따위에 시간을 할애해봄은 어떨까?
농약과 화학 비료를 사용하여 식량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유기농 음식을 먹는 것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해 더욱 유익한 것이라는 학자도 있다. 생산성이 낮은 유기농 식품을 생산하기 위해 경작지를 늘리는 것은 가이아에게서 최소한의 옷마저도 벗겨버리는 일과도 같은 것, 가이아는 아마도 그런 환경을 받아들일 수가 없을 것이다.
벌거벗겨진 가이아,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을 지탱할 수가 없게 될 수도 있다. 그녀가 가이아로서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공해 요소를 추방하고, 물질적 발전에의 연연함을 자제하도록 하면 아니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