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15) 나이아가라 폭포에 떨어졌던 사람들

거북이3 2011. 12. 28. 12:47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15. 나이아가라.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15)

나이아가라 폭포에 떨어졌던 사람들 이 웅 재

4월 5일. 흐림.

폭포의 사전적인 의미는 ‘절벽에서 곧장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이다. 한마디로 ‘떨어지는 물’인 것이다. 그래서 영어로도 ‘Water Fall’이라고 한다. 세차게 떨어지는 물에서는 물안개가 피어나게 마련이다. 새벽녘에 호텔에서 바라다본 ‘나이아가라’에도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물안개가 볼만했다. 잔뜩 흐린 날, 온 하늘을 거무튀튀하게 색칠하고 있는 시커먼 구름과 자웅이라도 가리려는 듯, 서로 부딪치며 한 몸이 되어 엉키었다 다시 떨어졌다 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물의 위력은 대단했다. 세차게 낙하하는 물은 폭포 지점을 깎아먹어서 지금은 발견 당시의 위치에서 무려 11km나 뒤쪽으로 물러나 있다고 한다. 폭포를 자연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언젠가는 사라질 것, 폭포로 유입되는 물의 양을 조절할 필요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강 상류에는 수량조절 댐이 건설되고, 미국과 캐나다 양국에 의한 수력발전소가 여러 곳에 들어서게 되었다. 관광자원의 보호뿐만 아니라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게 된 것이 이곳의 수력발전소들이니,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 특히 캐나다 사람들에게 있어 나이아가라는 천혜의 보물이라는 생각이다. 수력발전소가 건설된 지금은 폭포의 위치가 1년에 3cm씩만 뒤쪽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하니, 식수로, 농업용수로, 관광자원으로, 수력발전으로, 그들의 자연을 이용하는 방법이 무궁무진하다는 데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곳의 계절감각으로는 아직도 겨울이라서 $120짜리 제트보트를 타고 폭포 아래쪽을 관광할 수 있는 상품은 운영하질 않아 엊저녁에 탔던 $140짜리 헬리콥터 투어로 만족해야 했다. 부슬부슬 비까지도 내리는데, 헬리콥터는 안전할까? 걱정되는 사람들이 많아 몇 명밖에는 타질 않았지만, 나는 젊었을 적 군대에서 대량 침투했던 무장공비의 소탕을 위하여 헬리콥터를 타고 적진으로 투입되어 보았던 경험도 있고 해서 한번 타기로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같이 타자고 했다. “사고가 나면 3대가 먹고 살 수 있다구요. 절대 안전합니다.”라는 가이드의 말을 농담 삼아 반복하면서…. 나이아가라 관광의 하이라이트라는, 하늘에서 바라다보는 폭포의 웅장한 파노라마는 우중충한 날씨에서 오는 조금은 우울한 마음을 산뜻하게 씻어 주었다.

오늘은 먼저 시닉터널(Scenic Tunnel) 관광으로 시작했다. 엘리베이터로 지하 38m를 내려가서 동굴을 거쳐 캐나다폭포의 용수(湧水)를 볼 수 있는 관광이었다. 굉음(轟音)을 내며 떨어지는 폭포수, 옆 사람의 말소리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낙하하는 물줄기는 사방으로 퍼지면서 하얀 물보라를 이루고 있었는데, 문득 저런 곳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가끔 그와 같은 엉뚱한 생각들을 하고 있지 않던가?

우리나라 금강산의 구룡연(九龍淵)폭포와 관련되어서도 그와 같은 일을 찾아볼 수가 있다. 18세기의 이름난 산수화가, 최산수(崔山水)라고 불리었던 최북(崔北)이란 화가가 그랬다. 붓 한 자루에만 의지해 먹고살겠다는 의미로 호를 호생관(毫生館)이라고 했던 그는 자신의 이름 북(北)자를 둘로 쪼개어 못난이, 바보를 뜻하는 칠칠(七七)이를 자(字)로 삼고 지냈는데, 어느 세도가가 자신의 그림솜씨를 트집 잡자 화를 내며 자기 손으로 한쪽 눈을 찔러 애꾸가 된 그는 하루 대여섯 되씩의 술을 마셔대어 주광화사(酒狂畵師)라 불리기도 했었다. 그가 어느 늦가을 친구들과 금강산 구룡연에 도착하여 폭포의 장관을 보고 나서 돌연 “천하명사 최북이 천하의 명산 금강에서 죽으니 족하다”며 폭포로 몸을 날렸는데, 다행히 옷이 나뭇가지에 걸려 목숨은 건졌다고 한다.(南公轍의 『최칠칠전(崔七七傳)』)

저런 곳으로 떨어지면 죽을까, 살까? 한 마디로 답하면 죽을 수도 있고 살 수도 있단다. 지금까지 보호장구를 가진 14명이 16번의 시도를 하였는데 그 중 5명이 사망을 하였다는 것이다. 최초의 모험가는 예상 밖으로 애니(Annie Edson Taylor: 1838-1921)라는 이름의 여성 분, 그녀는 1901년 오크(Oak)통 속에 들어가 폭포로 떨어졌는데 용케도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러나 돈과 명예를 움켜잡지는 못하고 그만 가난에 찌들린 삶을 살다가 죽었다니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IMAX영화관에서 상영하는 $90짜리 옵션 상품 “Niagara:Miracles,Myths, and Magic”이라는 영화에서는 그녀와 함께 오크통 안에 탔던 검은 고양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흰 빛깔로 변했다고도 했는데, 글쎄,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어마어마한 폭포와 대결해 보는 사람들은 모험가, 탐험가들로서 나름대로의 성취감을 위한 행동이겠지만, 그런 것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위험한 곳을 일부러 택하여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니 세상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사람들로 하여 나이아가라는 아예 나이 따위를 세어 볼 수도 없게 만드는 ‘세계적 자살명소’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정도로 자살사건이 심심찮게 발생한다고 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매년 20-25명꼴로 폭포에 뛰어들어 자살하며, 1956-1996년까지 사망한 사람만도 2,780명이나 되었단다. 오죽했으면 나이아가라에서의 다이빙은 1만 달러의 벌금을 물도록 법으로 금지시켰을까?

이제 우리는 버스를 타고 토론토로 향하고 있었다. 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왼쪽 차창 밖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민박집들이 보인다. 겨울에는 운영하지 않는다는데, 비용은 호텔비와 비슷하며 주인이 서포트해 준다고 한다. 좀더 가다 보니 ‘소용돌이’란 뜻의 월풀(Whirlpool)이라는 곳이 나왔다. 강줄기가 90°로 우회전하는 곳으로 수량(水量)이 많을 때는 역 U자형으로 돌아서 나가는 곳이다. 이곳의 소용돌이치는 물줄기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 낸 것이 월풀세탁기라고 하였다. 이곳은 케이블카를 타고 구경할 수도 있다는데, 아직은 철이 일러서 운행하지 않고 있었다. (2011.11.27. 원고지 16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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