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27) 해구유 성분이 들어 있다는 오메가3 때문에…

거북이3 2012. 2. 26. 01:29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27. 해구유 성분.hwp

 

(미국 ․ 캐나다 문화 체험기 27)

           해구유 성분이 들어 있다는 오메가3 때문에…

                                                                                                                                                                     이 웅 재

시원스레 배설의 쾌감을 만끽한 나는 버스에 몸을 싣고 캐나다의 젖줄 세인트로렌스 강을 건넜다. 그리고는 내처 달리다가 순대가 비었다는 신호에 도로 가에 있는 ‘공룡식당’으로 들어갔다. 주택가가 아니라서일까? 널찍한 마당까지 있는 식당이었다. 그 마당의 여기저기에는 각종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아니, 전시되어 있었다. 분명, 일상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흔적이 없는 차량들이 대부분이었으니, 그것은 틀림없는 전시였다. 더욱이 흔히 볼 수 있는 승용차가 아니라 일반적으로는 보기 힘든 대형차량이 많았다. 그 중에는 정말로 놀랄 만큼 큰 차량도 있었는데, 타이어만 해도 2,000만 원이나 한다는 것도 있었다. 식당 주인이 각종 차(車)에 미쳐있다는 매니어라나 뭐라나?

점심을 먹으면서, 우리는 소주 한 병을 시켜 마시려고 했다. 그랬더니 자그마치 3만 원을 내란다. 한국에서는 어느 음식점에서나 3천 원을 받는 소주인데…. 외국에서는 소주도 양주나 마찬가지의 관세가 붙어서 가격이 비싸진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했다. 어느 나라엘 가나 통상 만 오천 원 내외였는데, 그 두 배가 넘는 것이다. 지독했다. 그런데 가이드가 말한다.

“여기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지독하다고 한답니다. 한국, 얼마나 독한 나라인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나라라고요.”

소주 한 병도 마시지 못하고 점심을 먹은 불쌍한(?) 우리는 계속 달렸다. 식곤증이 몰려와 자다깨다 자다깨다 하노라니 국경 근처에 다다랐다. 가이드는 우리를 면세점으로 안내했다. 그러면서 말한다.

“캐나다에서 물가가 비싼 건 세율이 높기 때문입니다. 외국 제품만 높은 관세 때문에 비싼 게 아니라, 내수품도 세금 때문에 물가가 비싸답니다. 물건을 사시려거든 여기 면세점에서 사십시오.”

면세점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닌가? 사람들마다 물건 사기에 바쁘다. 나야 뭐 술 말고는 살 것이 있을까? 시바스 중에서는 중간 정도 하는 놈을 2병 골라서 124$를 지불했다. 아, 그리고 또 심심하고 미안해서 12$짜리 모자 2개도 샀다. 남들은 물건 사느라고 바쁜데 나 혼자 한가로운 것 같아서 심심해졌던 것이다.

사람들은 특히 오메가3들을 많이 샀다. 오메가3라도 다 같은 오메가3가 아니라고 했다. 캐나다 산(産)에는 해구유(海狗油)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다. ‘해구’라는 말을 들으니, 젊었을 적 군대 생각이 났다. 나는 그때 늙은 군인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도통 영장이 나오질 않아서 충무(지금은 통영)와 부산에서 각각 1년씩이나 훈장질을 하다가 자원입대를 했었다.

처음에는 36사단 신병교육대 소속으로 부관부 분류과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느닷없이 지금은 없어진 제1범죄수사대(CID) 안동파견대에서 차출해 가는 바람에 수사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진술조서니 현장검증조서니 하는 것을 쓸만한 사병이 없어서 고민하던 파견대장이 분류과에 들렀다가 내가 쓰는 글씨를 보고는 이유 불문, 강제로 끌고 갔던 것이다. 그때 그곳에는 군견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36사에서 울진으로 파견 나갔던 전투대대에서 물개 한 마리를 잡았다고 해구신(海狗腎)을 우리 사무실로 선물한 적이 있었다. 요놈을 잘게 썰어서 신주 모시듯 소중하게 말리고 있었는데, 그만 군견이 그걸 몽땅 냠냠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간 후 며칠 동안을 귀대를 하지 않았었다. 그때 무척이나 애타게 찾아 헤매다가 간신히 사단장 숙소에 가 있는 놈을 끌어온 적이 있었다. 그곳에 암내 난 커다란 셰퍼드 한 마리가 있었던 것이다.

새삼스레 물개란 놈이 좋긴 좋은 모양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은 가이드가 말한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메가3를 사신 분들은 그걸 모두 저에게 맡기십시오. 원래 해구유가 들어있는 오메가3는 캐나다에서 자국민만을 위해 제조하는 것이랍니다. 물개를 함부로 잡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점은 다들 알고 계시지요? 따라서 이 약품은 국외반출이 금지되어 있답니다. 국외반출은 곧 밀수가 되는 것이지요. 지금 연락을 받은 바로는 오늘 아침에 미국으로 돌아가는 관광버스 한 대에서 그만 문제가 발생하여 한나절 이상 억류되었다가 방금 출국을 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그렇게 심하게 하지 않았는데 운이 나빴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은 직후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물건은 나중 약품 판매회사에서 직접 한국으로 우송을 해 드리도록 조치하겠습니다.”

해구유 성분이 들어있지 않은 제품으로 위장해서 우송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도 미국 입국 심사대에서 2시간 이상 짐 보따리 조사를 당해야만 했다. 정력에만 좋다고 하면 무엇이든 덥석덥석 사더라니, 이젠 나라 망신 좀 고만 시켜야 할 때가 되었음 직도 하지 않았을까?

떨떠름한 채로 국경을 넘어 버스는 눈 덮인 산의 계곡 길을 달리고 있었다. 이곳은 아마도 어제 눈이 내린 모양이다. 달려도 달려도 황량했던 캐나다와는 달리 길 자체가 한 폭의 그림이었다. 풍경도 계속 달라진다. 더군다나 황혼이 배경이었다. 게다가 달리는 차들은 모두가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었다. 그 불빛에 비쳐지는 흰 눈은 비중 있는 엑스트라였다. 이곳의 자동차들은 시동만 걸면 자동적으로 헤드라이트가 켜진다. 외산(外産)은 수동으로 켜야 해서 불편하단다.

그렇게 조금씩 우울했던 기분도 풀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2012.2.2. 원고지 1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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