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문턱에서

백화제방(百花齊放) 24. 아까시나무

거북이3 2012. 8. 15.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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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제방(百花齊放) 24. 아까시나무

                                                                                                                                                              이 웅 재

5월 11일(금). 만나교회 뒤쪽에서 예상보다 일찍 핀 메꽃을 보고, 분당수서로의 탄천교 옆쪽을 지나는데 향긋한 냄새가 코를 통하여 온몸으로 퍼진다. 둘레둘레 고개를 움직여 보았다. 아, 아카시아’(Acacia)꽃 향기였다. 잠시 날짜를 짚어보니 놀라웠다. 원래 아카시아 꽃은 5월말에나 피었는데, 조금씩 그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더니, 한동안 추웠다가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서일까? 5월 초순을 갓 넘기고 피어난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수정하고 넘어가야할 사항이 있다. 바로 ‘아카시아’라는 말이다. ‘아카시아는 아카시아 속(屬)에 속하는 오스트레일리아를 중심으로 열대와 온대지역에 분포하는 상록교목(常綠喬木)이라고 한다. 한반도에서 자라는 나무는 북아메리카 원산(原産)의 낙엽수(落葉樹) ‘아까시나무’인데, 이름이 비슷하다 보니까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요, 많은 문학작품에서까지도 그렇게 알고 묘사했으나, 이제는 이를 서로 혼동해서는 안 될 것이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아까시나무는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조선이 개방되고 그 개방된 조선의 우선회사(郵船會社, 해운회사)의 인천지점장으로 근무했던 일본인 사사키[佐々木:ささき]가 1891년(고종 28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묘목을 구입하여 지금의 인천 자유공원에 처음 심었다고 한다.

아까시나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그 이름에만 있지 않다. 아까시나무는 그 강한 생명력으로 인하여 생태계를 교란에 빠뜨린다거나, 그 천근성(淺根性) 때문에 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아까시나무의 분포지역은 산기슭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우리나라의 아까시나무는 수명도 대체로 50년 정도에 지나지 않으므로 크게 염려할 바가 못 된다는 것이다. 아까시나무의 천근성은 대신 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자람으로써, 유실될 수 있는 부근의 토양을 보호하여 주어 오히려 산사태를 방지하여 주는 기능을 하고 있으며, 수성(樹性)이 내한성, 내염성, 내공해성 등이 강하여 심고 가꾸는 것이 쉬워, 1960년대에는 산림녹화사업으로 벌거숭이산들을 푸른 산으로 만들어 주었던 공신이기도 하였단다. 뿐만 아니라, 아까시나무는 콩과식물이다. 콩과식물에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어서 질소를 고정시켜서 토양을 비옥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강한 산성비에 대한 완충 효과도 크단다.

그런가 하면, 아까시나무는 목재가 땔감으로밖에는 쓸모가 없었다고 알고 있던 바와는 달리 목재로서도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서, 서부 개척 시대의 마차를 비롯하여 철도 침목, 수레바퀴 등으로 이용됨은 물론, 오래도록 물에 잠겨 있어도 잘 썩지를 않으므로 배를 만드는 데에도 아주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우리나나에서도 우마차의 차체로 사용되었는데, 참나무로 만든 것보다 가볍고 질겨서 내구성이 좋았다는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꽃을 먹을 수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치고는 아까시나무의 꽃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꽃 자체의 향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달착지근한 맛도 좋아서 먹을 것이 궁했던 시절, 학교 갔다 오는 길에는 으레 아까시꽃 몇 송이쯤을 따 먹곤 했던 것이다.

아까시꽃으로는 차를 끓여 마셔도 좋다. 실내를 향긋하게 물들이는 운치는 코를 통해서 먼저 사람을 끌어당기고, 다음 달금한 맛으로 목울대를 타고 넘으면서 사람을 매혹시키는 것이다. 아까시 꽃밥은 맛보다도 멋을 아끼게 만드는 밥이요, 물김치에 곁들인 아까시꽃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둥둥 뜨는 반찬이었으며, 아까시꽃으로 쪄낸 백설기는 감칠맛이 철철 넘쳐흐르는 진미였다.

아까시 잎은 토끼가 아주 좋아하는 먹이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꽃을 실컷 따먹다가 싫증이 나면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아까시 잎 따기 내기도 하고, 거기에도 시들해지면 아까시 잎을 한 아름 따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토끼에게 들이밀면, 토끼란 놈, 오물오물 먹기도 잘 먹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잎은 단백질을 담뿍 담은 훌륭한 사료가 되었던 것이다.

아까시나무 꽃의 수는 잎보다도 많아 대표적인 밀원(蜜源)식물로 남한에서 유통되는 꿀의 60~70%는 아까시나무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하며, 아까시나무는 또한 약재로서도 유용한 식물인데, 그 꽃은 신장염, 방광염 등에 효험이 있어 약용주로 담가 마시기도 하였고, 씨앗에서 채취한 기름은 결핵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꽃말은 우정, 품위이며, 인터넷에는 아까시나무와 관련된 몇 가지의 전설이 떠돌기도 하지만, 아무런 쓸모없는 나무로서의 전제가 되어 있는 내용이라서 믿을 만한 것이 못 되어 소개하지 않는다.

요즘에는 아까시나무도 여러 종류의 개량종들이 나와서 그 종류가 다양해졌다. 꽃이 없는 민둥아까시나무, 분홍색 꽃을 피우는 꽃아까시나무가 있고, 최근에는 가시 없는 아까시나무도 종종 눈에 띈다. 가시 없는 아까시나무의 꽃은 8월초까지도 볼 수가 있는데,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가 있다. 헝가리에서는 아까시가 주요 수종으로서, 전체 숲의 약 17%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나라에서도 종전의 아까시나무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을 버리고 아까시나무를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자라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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