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제방(百花齊放). 돌나물
백화제방(百花齊放). 돌나물
이 웅 재
5월 18일. 야탑천의 야탑10교 근처에는 돌나물도 많이 보였다. 돌 틈이나 돌 위에서도 잘 자란다고 하여 '돌나물'이라 하고, 한자명으로는 석상채(石上菜)라고 부른다.
사람이 죽은 후에 심판을 받아야 하는 저승사자 앞에 나아가면, 저승사자가 묻는다.
“석상채 몇 잎이나 먹고 왔느냐?’
우리는 이 물음에서, 그 물음 자체가 ‘먹었음’에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세 잎 이상 먹었다고 대답하면 좋은 곳으로 보내주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러하니 부디 돌나물을 많이많이 먹을 일이다. 어디를 가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돌나물이니 먹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대량으로 먹을 수 있지 않은가?
돌나물은 한국이 원산지로서 산과 들 어디서나 잘 자란다. 줄기는 땅에 바짝 붙어서 옆으로 계속 뻗어나가는데, 그 줄기의 마디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며 쉽게 번식한다. 뽑아서 아무 데나 버려두어도 다시 살아날 정도로 번식력이 매우 강하다. 심지어는 식물 표본을 만들려고 신문지에 넣어 둔 채, 한 달이 지났을 때에도 새싹을 낼 정도로 건조함에도 잘 견디는 생명력이 아주 강한 여러해살이풀이다. 돋나물, 돗나물, 돈나물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돌+ㅅ(사이시옷)+나물’에서 변하여 ‘돋나물’이 되고 이것이 ‘돗나물’, ‘돈나물’로 변한 말들이다.
키가 크지 않고 옆으로만 퍼지는 모습을 두고, 누워서 하늘을 구경하는 풀이라는 뜻으로 ‘와경천초(臥景天草)’라는 멋진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고, 잎 모습이 연꽃잎과 닮았다 하여 돌에 피어나는 연꽃이라는 의미로 ‘석련화(石蓮花)’라는 이름도 얻었다. 화분에 심어두면 수양(垂楊)버들처럼 줄기가 늘어진다고 해서 ‘수분초(垂盆草)’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옛날에 불교를 박해하는 사람들에 의하여 어느 절 하나가 몽땅 불타버렸을 때, 그 절터 마당에 부처님의 목이 달아난 무두불(無頭佛)이 뒹굴고 있어 어느 스님이 그 불상을 돌무더기 속에 숨겨 두었는데, 돌을 좋아하는 돌나물이 그 불상 전체를 뒤덮고 자라서 그 모양이 마치 부처님이 황금 갑옷을 입고 있는 듯하여 불갑초(佛甲草)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단다. 그 이외에도 수많은 별모양의 노란 꽃이 마치 불꽃처럼 하늘을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라서 화건초(火建草), 꽃잎 하나하나는 손톱 모양을 닮은데다가 꽃잎도 다섯 손가락처럼 5장이라서 석지갑(石指甲) 또는 불지갑(佛指甲)이라는 생약명으로도 불린다. 손톱을 한자어로는 지갑(指甲) 또는 조갑(爪甲)이라고 하는 까닭이다. 꽃잎은 세 장씩 돌려나며 긴 타원 모양이고 도톰하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5~6월에 핀다. 꽃은 먼저 꽃대 끝에 한 개의 꽃이 피고, 바로 그 꽃 밑에서 또 각각 한 쌍씩의 작은 꽃자루가 나와 그 주위의 가지 끝에 다시 꽃이 피고, 거기서 다시 가지가 갈라져 그 끝에 꽃이 한 송이씩 달리는 취산꽃차례(취산화서[聚散花序])로 피어난다.
바위채송화와 비슷한 모양이기는 하지만, 바위채송화는 꽃잎이 어긋나게 피는데 비하여, 돌나물은 돌려가면서 나는 점이 커다란 차이점이다. 바위채송화는 고산(高山)의 바위를 노랗게 물들이는 꽃으로, 돌나물보다 약간 길게 올라가는 줄기와 잎의 모습이 채송화와 많이 닮았고, 꽃은 돌나물보다 약간 늦게 7-9월에 핀다.
돌나물은 독특한 향미(香味)가 있어서 이른 봄철에 어린 줄기와 잎으로 물김치를 담가 먹거나 어린 순을 나물로 무쳐 먹는다. 물김치는 아삭아삭 소리만 들어도 상쾌하다. 상추쌈을 먹을 때에 돌나물 줄기 몇 개를 넣어서 먹으면 그 상큼한 향미로 하여 맛있는 쌈을 먹을 수가 있다. 따라서 돌나물을 채소로 가꾸어도 좋다. 한 번 심으면 주변에 조금씩 계속 번식하여 가는데, 너무 밀생(密生)하지 않도록 솎아주는 일이 필요하다. 밀생하게 되면 바람이 잘 통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러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만 남겨 두고 꽃대도 제거를 해 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얼마 후 연한 새순이 계속 이어져 나올 것이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돌나물이 있는 곳에는 달팽이가 살기 쉬운데 놈들이 돌나물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그냥 두면 그만 다 먹어버릴 수도 있으니, 잘 살펴서 잡아주어야 한다. 그런 점에만 유의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수시로 뜯어 먹을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채소라고 할 수가 있다. 돌나물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여 피로회복에도 효과가 있으며 간염, 간경화와 신장 치료에 그 생즙을 마시면 효과가 있다. 또한 피를 맑게 하며 체내의 독소를 제거하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다가 식중독과 각종 균을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가 탁월하다. 그런가 하면, 우유보다 2배 정도의 많은 칼슘이 함유되어 있어 골다골증에도 좋다. 해독 성분이 들어 있어 종기가 난 곳이나 불과 뜨거운 물에 데었을 때, 또는 독충이나 뱀에 물렸을 때에는 짓찧어서 환부에 붙이기도 한다. 수분 함량이 수박보다도 많아 피부가 건조하거나 평소 수분 섭취가 부족한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돌나물 사과 샐러드, 돌나물 참치 샐러드도 별미라고 할 수가 있고, 나처럼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돌나물 술을 담가 마셔도 좋다. 돌나물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또는 말린 다음 돌나물의 2-3배가량 담금주를 붓고 최소 3-4개월 이상 숙성시킨 뒤 마시면 된다.
꽃말은 그 강한 생명력과 빽빽하게 피어나는 꽃 모양 때문에 생겼을 것으로 보이는 ‘근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