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 지구, 과학의 발달

아이포톱모크(Aipotobmoc)공화국

거북이3 2013. 5. 5. 10:56

 

 

 

          아이포톱모크(Aipotobmoc)공화국

                                                                                                                                                     이 웅 재

 

요즈음엔 주부들의 청소를 도와주는 로봇이 인기인 모양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면, 국내에서도 춤추는 로봇 ‘마루’가 탄생했다고 한다. 마루는 상ㆍ하체를 함께 움직이는 전신운동은 물론 사람의 다양한 작업동작을 실시간으로 따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기 여성그룹 원더걸스의 노래 ’텔미’에 맞춰 춤추는 모습까지 선보였다니 놀랄 만한 일이다.

과학의 발달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의 영역까지도 넘보게 만들고 있는 듯싶다. 창세기 1장 1절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로 시작된다. 그 첫째 날에는 낮과 밤을 만들고, 둘째 날부터 다섯째 날까지 온갖 만물들을 만들었으며, 여섯째 날 만든 것이 사람이라고 했다. 이것저것 만들어 놓은 만물들로 세상은 가득 찼고, 어지럽기 짝이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들을 통제해줄 수 있는 관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사람은 바로 그 관리자로서 창조되었다고 하겠다. 관리자를 만들어 놓은 다음 일곱째 날에야 하나님께서는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가 있었으리라.

그런데 사람은 어떤 모습으로 창조되었을까? 성경의 기록은 ‘하나님의 형상(形相)대로’ 창조했다고 한다. 이때의 형상이란 말을 눈이 둘, 코가 하나, 귀가 둘, 입이 하나…, 이러한 외형적인 모습을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보다 본질적인 측면을 가리켜주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만물을 창조한 신으로서의 특성은 과연 무엇일까? 그렇다. 그것은 ‘만물을 창조한’ 능력, 바로 그것이리라.

그러니까 인간은 신으로부터 그 창조성을 위임받은 것이다. 그리하여 역사 이래 우리 인간들은 수많은 물건들을 만들어냈다. 자동차, 비행기, 라디오, TV, 영화, 플라스틱,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나일론, 합성수지, 비닐, 전자 복사기, 탱크, 로켓, 제트 엔진, 레이더, 미사일, 원자탄, 수소폭탄, 대륙간탄도미사일, 전파 망원경, 전자 현미경, 형광등, 살충제, 페니실린, 마이신, 인공 신장, 인공 심폐기, 피임약, 전자계산기, 원자시계, 초전도체, 레이저, 인공위성, 로봇, 컴퓨터….

신의 창조성을 이어받은 인간은 신을 능가할 정도의 온갖 기상천외한 물건들을 만들면서 한껏 기고만장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는 곳마다 그 발명품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발에 채이고 어깨에 부딪치는 물건들, 그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허겁지겁 ‘공해’가 어떻고, ‘엘리뇨’, ‘라니뇨’ 현상이 문제라고들 시끌벅적하다. 인간의 능력으로서는 더 이상 통제가 불능해진 것이다. 하나님이 만물을 창조한 후에 그들의 무질서한 행태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인간을 만들어낸 것처럼, 인간도 이 혼란한 상태를 그 무엇에게인가 떠맡겨버려야만 한다.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 그렇다, 그것은 바로 로봇인 것이다. 현재 최첨단 로봇의 지능으로는 기껏해야 10여 명의 사람만 인식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아직도 멀었다.

하지만, 곧 달라질 것이다. 로봇의 생각 자체를 정교한 컴퓨터로 작동하도록 하여 사람의 두뇌를 뛰어넘는 생각을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생각에 따라 로봇의 모든 지체(肢體)들을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니체는 ‘신은 죽었다’고 했다. 인간에게 모든 만물의 통제를 맡기고 난 신은 웬만해서는 인간세계의 일에 관여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간을 너무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처럼 신이 인간의 일에 관여하지 않는 틈을 타서, 그 신적인 능력,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무차별하게 사용하여 앞서 말한 것처럼 수많은 발명품들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다가 이제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우리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빨리 전면에 내세워야만 할 일이다. 그것은 앞에서 말했듯 로봇의 몸에다가 컴퓨터의 두뇌를 결합시키는 일이다. ‘컴퓨터 + 로봇’의 이름을 ‘컴봇(Combot)’이라고 지어 보자.

아담과 이브는 선악과를 따먹는 일로 인해서 낙원이었던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다. 어느 카페에서는 말하고 있었다. ‘에덴동산이 한국 땅에 있었다면…’ 인류는 타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이유? 뱀이 이브를 유혹하기 전에 이브가 정력에 좋다고 뱀을 몽땅 잡아다가 아담에게 끓여 먹였을 테니까. 뿐만 아니라, 설혹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갔다 하더라도 아담은 타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한국남자가 여자 말 듣는 거 봤느냐’는 것이다. (다음 카페 ‘전장의 선봉’에서)

그런데,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래서 토마스 모어(More, Thomas)가 그 대안을 제시했다. 바로 ‘유토피아(Utopia)’다. 하지만 그런 곳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No where’인 것이다. 버틀러(Butler, Samuel)는 그것을 거꾸로 써서 ‘에레혼(Erewhon) 공화국’이라는 풍자소설을 썼다.

컴퓨터에 의해 살기 좋은 세계를 컴퓨토피아(Computopia)라고들 한다. 이제는 ‘콤봇’에 의하여 모든 것이 통제되어 우리 인간을 육체적, 정신적 노동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세계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이름하여 ‘콤보토피아(Combotopia)’다.

이제, 그때가 찾아오면 우리 인간들은 편안하게 발 뻗고 느긋하게 낮잠을 즐겨도 되리라. 문제는 그러는 사이에 콤봇들은 저희들 나름대로 자신들의 세계를 창조해 나갈 것이고, 어느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인간의 명령을 들을 필요가 없고, 따라서 쓸데없이 잔소리만 하는 인간이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한 용감한 콤봇이 ‘인간은 죽었다’고 외치며 인간에 대한 도전장을 제시하리라.

머지않았다. ‘유토피아(Utopia)’를 뜻하는 ‘nowhere’에서 ‘에레혼(Erewhon) 공화국’이 탄생되었듯이 ‘콤보토피아(Combotopia)’가 ‘아이포톱모크(Aipotobmoc) 공화국’으로 변모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날 세상은 온통 한 가지 소리만이 판을 칠 것이다. ‘인간은 죽었다.’

                                                                                                                                                                 (2013.5.4. 원고지 15매)

*(수필 쓰기 8) [사고의 폭을 넓히자 ② 아이포톱모크공화국]을 잡지("수필문학")에 싣기 위해 줄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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