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의 문턱에서

천연 비아그라 야관문[百花齊放 34]

거북이3 2014. 1. 16. 15:33

 

                  천연 비아그라 야관문[百花齊放 34]

 

                                                                                                                                                        이 웅 재

5월 ×일. 야탑교 아래 쪽 천변(川邊) 경사진 곳에 야관문(夜關門)이 그 싱그러운 자태를 자랑하며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 개의 쪽잎으로 된 겹잎을 만져보니 무척이나 보들보들하다. 요놈은 이렇게 산길이나 황폐한 땅, 특히 도로를 내기 위해서 깎아내린 절개지(切開地) 같은 데서 주로 여러 포기가 함께 무리지어서 자라는 관목과 흡사한 여러해살이풀이다. 그처럼 보드랍기에 소와 같은 집짐승들의 먹이로 사용되기도 했고, 이 풀을 꺾어 묶어서 빗자루를 만들어 썼는가 하면, 줄기로는 광주리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콩과의 싸리속에 속한다는 것을 알고 나면 빗자루로 이용하기에 적합한 놈이라는 것도 쉽게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말 이름이 ‘비수리’인 것도 비싸리, 비사리로 이름이 변화여 불리다가 비수리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싶다.

최근 이 풀이 초미(焦眉)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2013년 11월 7일 개봉한 신성일의 507번째 주연작인 “야관문: 욕망의 꽃” 때문이다. 이 영화는 신성일과 배슬기가 49세 나이차를 극복하며 호흡을 맞춘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평생 교직에 몸담고 원칙과 도덕만을 고수하며 살아오다 교장으로 정년퇴임한 신성일, 그는 대장암 말기 환자다. 그의 간병인은 젊고 아름다운 배슬기. 그녀는 술집여자로 지낼 때, 신성일의 아들을 죽도록 사랑했다. 그러나 신성일의 반대로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그 아들은 교통사고로 죽는다. 배슬기는 일부러 신성일의 간병인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오로지 복수만을 위하여.

배슬기는 암 치료의 특효약이라면서 야관문주를 매일같이 신성일에게 먹인다. 야관문은 한방에서 이름난 천연 비아그라이었다. 배슬기가 주는 약을 넙죽넙죽 받아먹은 신성일은 죽는 순간까지 끓어오르는 육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배슬기에게 함께 잠자리를 같이해 달라고 통사정을 한다. 그 과정의 장면 장면들 때문에 19세 이하는 보아서는 안 되는 청소년 관람불가의 영화이다. 배슬기는 그러한 퇴직한 교장선생님인 신성일에게 허락할 듯 허락할 듯하면서도 끝내 거절하고 마는 아슬아슬한 연기를 온몸을 던져 열연한다.

야관문은 배슬기의 복수를 위한 무기였다. 야관문은 그 이름부터 밤에 열고 들어가야 하는 관문이라는 말이다. ‘관문’은 쉽게 통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관문을 통과하게 되면 그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전개되게 마련이다. 여성들의 입장에서 결코 헤프게 열어서는 안 되는 한밤의 관문을 의미하는 야관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놈을 세속 사람들은 그 효능을 십분 선전할 수 있는, 부작용이 전연 없는 ‘천연 비아그라’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그래서일까? 꽃말도 ‘마음속에 감춰둔 사랑’이란다.

이제 한방(韓方)에서 말하는 그 효능을 알아보기로 하자.

그 첫 번째가 바로 조루증(早漏症), 음위증(陰痿症) 같은 양기부족 치료이다.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말기암 환자인 신성일이, 샤워를 같이 한다든가 하며 애타게 만드는 배슬기로 인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할 정도로 육욕에서 몸부림치게 만들었던 것이 야관문주였던 것이다. 야관문의 다른 명칭이 대력왕(大力王)인 점도 이러한 정력증강에 좋은 효능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성에게만 좋은 약효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성 홀몬 분비도 도와주는 아주 훌륭한 약효를 지녔다.

야관문주는 시력 회복에도 특효가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드러나게 나빠지는 것이 시력이 아니던가? 더구나 현대인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버린데다가 온갖 스트레스로 인하여 시력 감퇴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가속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마음의 창이라고들 하는 눈에 뿌우연 안개라도 끼어 있듯 모든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게 되면, 청춘은 이미 물 건너가고 만 것이 아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나이가 든 사람들의 가장 치명적인 병인 고혈압과 당뇨병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졌다고 한다. 혈액순환에도 좋고, 신경쇠약에도 특효일 뿐만 아니라, 나른한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데에도 아주 좋은 약이며, 급성위염이나 설사, 기침 치료에까지도 좋다고 하니 거의 만병통치약에 해당하는 약초가 아닐까 싶다.

야관문의 또 다른 명칭에는 사퇴초(蛇退草)라는 것이 있다. 뱀을 쫓아버리는 풀이라는 것이다. 야관문에는 뱀이 싫어하는 냄새, 곧 타감물질(他感物質)을 배출하기 때문에 그 근처에는 뱀, 개구리, 두꺼비 같은 파충류나 곤충들이 가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 뱀 그 중에서도 코브라와 같은 독사에 물렸을 때에도 야관문 잎과 줄기를 짓찧어 상처에 붙이거나 가루를 물에 풀어서 붙이면 아주 효과가 좋다고 한다.

야관문은 그냥 달여 먹거나 차로 끓여 먹지 말고 반드시 술을 담궈 마셔야만 한다. 그것도 좀 독한 35도 이상 되는 증류주에 술 양의 3분의 1쯤을 넣고 담궈서 3개월쯤 우려낸 다음 매일 한 잔씩만 마셔야 효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야관문에 들어있는 약 성분인 폴리페놀은 물에는 잘 녹지 않고 알코올에만 잘 녹는 성질이 있다지 않은가? 얼쑤, 저절로 어깨춤이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또 중요한 점이 있다. 야관문주를 담글 때에는 9~10월에 전초를 채취하여 충분히 건조시킨 후에 담그라는 점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아그라 효과는커녕 술 자체가 너무 독해져서 마시기조차 힘들게 되기 때문이란다. (14.1.16.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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