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 3월호 권두수필)교미하고 있는 잠자리여, 정신을 차릴지어다
(수필문학 3월호 권두수필 및 아리랑저널 오피니언 란에)
(교미하고 있는 잠자리여, 정신을 차릴지어다) →‘만세, 함성이 터지던 3월’을 되새기며」(제목 변경)
이 웅 재(수필문학 추천작가회 회장)
3월이다. 3월은 시작의 달, 봄이 시작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 시작이란 무한한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희망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가능성이란 끝이 없다. 무한하다. 그래서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벅차다. 설렘이 동반되는 연유이다. 95년 전 우리는 그 가능성을 바라고 목청껏 만세를 불렀다. 광복이 되었고, 독립이 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 아프다. 동족상잔이라는 6·25동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것이다. 휴전이란 전쟁이 끝났다는 것이 아니다. 왜 우리가 그러한 비참한 역사를 맞이해야 했던가?
일본, 일본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은 일본이다. 그렇다면 독일과 마찬가지로 일본이 분단되었어야 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우리나라가 분단이 되어서 그 끔찍한 6·25를 겪고 아직도 분단국으로 남아 있다. 조선일보(2014.1.22.)에 의하면, 세균전 관련 생체 실험을 실시했던 731부대의 관련 자료를 넘겨받은 미국이 731부대를 주도했던 이시이를 전범에서 면책시켜 주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이런 일련의 조치가 우리나라를 분단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미국은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을 커다란 부담으로 여기기도 했을 것이다.
731부대 간부 23명이 교토대서 무더기로 박사학위 받은 일이나, 아베 총리가 마쓰시마의 항공자위대 기지에서 731이라는 숫자가 쓰인 자위대의 훈련기의 조종석에 앉아 있는 사진을 보란 듯이 공개한 행태 들은 이러한 배경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일본의 행보는 이것으로 그치지도 않는다. 작년 9월 수많은 징용 한국인이 희생된 강제노역 탄광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키로 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일본은, 최근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神風] 자살특공대원의 유서까지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했다는 신문 기사도 있다.
이러한 일본 정치인들의 망동으로 인하여 최근 일본에선 ‘가미카제’를 다룬 소설과 영화 ‘영원의 제로’가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고도 한다. ‘대동아전쟁, 인종평등 200년 앞당겼다’고 주장한 극우 다모가미가,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61만 표를 얻어서 당선되었다는 기사는 우리들로 하여금 섬뜩함을 느끼도록 만들어주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현상은 특히 20대의 젊은 층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고 하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하겠다. 독도가 자기네 영토라는 주장이나 위안부 문제 등은 오히려 고전적인 주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저들은 독도를 죽도라고 한다. 독도에는 대나무가 없는데도 말이다.
일본은 과연 어떠한 나라인가? 『일본서기』를 보면 신무 31년 조에 “나라의 형상을 두루 바라보고서 ‘훌륭한 나라를 얻었구나!……잠자리[蜻蛉, 일본 고훈(古訓)은 ‘아끼즈’]가 교미(交尾)한 듯하구나!’라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 지형이 잠자리가 교미하는 모양이라는 것이다. 이 기록을 대하고 가만히 일본의 지도를 보니, 그랬다. 교미하고 있는 잠자리, 그것도 아래쪽에서 하트 모양의 독특한 짝짓기를 하고 있는 자세였다. 그래서 일본은 청령국(蜻蛉國)이라 불렸다. 이덕무(李德懋)의 『청장관전서』청령국지(蜻蛉國志)의 인물(人物) 조를 보자. 여기에는 이덕무의 일본인들에 대한 인물평이 나오고 있다.
“총명하되 식견이 편협하고, 예민하되 기상이 작으며, 능히 겸손하되 남에게 양보하지 못하고, 능히 은혜를 베풀되 남을 포용하지 못한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기이한 것을 숭상하며, 가까운 사람을 반기고 먼 사람에게 소홀하며…….”
정확하다. 일본인들의 특성을 어찌 그리 실감 있게 설명하였을까? 필자는 1995년 일본의 Toppan[凸版] 인쇄박물관[Printing Museum, Tokyo]을 찾아가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인쇄박물관에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우리나라의 『직지심경』에 대한 전시물이나 설명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통역을 맡은 분에게 확인요청까지도 하여 보았지만, 박물관 관계자는 그런 건 모르겠단다. 한국과 관련된 전시물로서는 『훈민정음』 복제본 하나밖에는 보지 못했다. 『용비어천가』도 없었다. 편협하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다시 『조선일보』(2014.2.5., A16면)의 기사를 보자.
“지난달 16일 일본 지방의원 13명이 미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찾아가 소녀상 앞에서 ‘일본군위안부는 급여를 잘 받았던 매춘부였다’며 시위를 벌이고 시 당국자와 면담을 요청했다. 글렌데일은 해외에선 처음으로 일본군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곳이다.”
이러한 그들에게 ‘포용성’을 바라는 것은 헛된 망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교미하고 있는 잠자리여, 정신을 차릴지어다! 지금의 일본은 잠자리의 유충인 학배기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학배기는 주위에 있는 올챙이, 장구벌레, 심지어는 동족 잠자리의 유충 따위를 마구 잡아먹고 산다. 그러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면 잠자리의 유충 학배기는 거꾸로 개구리에게 잡아먹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개구리’에 해당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천주교 부산교구 교리성당(http://gyori.catb.kr)의 ‘열린 게시판’을 보면, 중국은 “땅바닥에 엎드린 거대한 두꺼비 형태”라고 한다. 두꺼비는 개구리목에 속하는 양서류로 개구리와 그 형태가 비슷하다. 그런데 실은 두꺼비가 더 무서운 존재이다. 개구리는 물 밖에 오래 있으면 말라 죽을 수도 있지만 두꺼비는 피부가 두꺼워서 더위에도 강할 뿐 아니라, 피부에 독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두꺼비는 먹이(잠자리 등)를 만나면, 그 먹이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기회를 엿보다가 날름 혓바닥을 내밀어서 잡아먹는 것이다.(Nate 지식 참조)
일본이여, 정신을 차릴지어다. 만세 함성이 터지던 3월을 맞으며 충정 어린 조언을 하는 바이다. (2014.2.15. 원고지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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