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등

이음새문학회 전병삼 회장 맏딸 혼례식 주례사

거북이3 2014. 5. 14. 22:05

 

주례사(전병삼 회장 맏딸).hwp

                  (전병삼 회장 맏딸 주례사 )

 

여기 제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습니다. 제가 소개를 하지요. 이 남자 분은 이름이 박제진(朴濟辰), 광운대 법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지금은 동부그룹의 (주)동부저축은행 반포지점장이지요. 은행이라면 돈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는 곳이네요. 저는 늘 그런 사람들이 엄청 부러웠습니다. 왜냐구요? 돈을 만진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돈을 다루고 부린다는 말이겠지요. 돈이란 떠받들고 살면 가장 악랄한 주인이 되지마는, 부리게 되면 가장 충직한 하인이 되는 법입니다. 돈을 그렇게 충직한 하인으로 두고 부리는 사람이니 어찌 아니 부럽겠습니까? 부친께서도 행정공무원 서기관으로 정년퇴임을 하신 분이라니, 더욱 더 자랑스럽네요.

그리고 이 여자 분은 전민영(全珉榮) 양으로 연세대학교 보건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재활의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작업치료사로서 활약하고 있는 재원입니다. 부모님은 모두 오랜 동안 교직에 몸담고 계시던 분들이며, 그 아버님은 특히 글쓰기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신 분으로 현재 이음새문학회의 회장직에 수필문학 추천작가회의 감사직을 맡고 있는 분이시군요. 사실은 제가 그 아버님과 오랜 교분을 맺어온 사이가 되어서 오늘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제 앞에 있는 이 두 사람이 앞으로는 하나가 되겠다고 하여 이렇게 모였습니다. 그렇죠. 바로 결혼을 하게 된 것입니다.

서양의 테느란 사람은 결혼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삼 주 동안 서로 연구하고, 삼 개월 동안 서로 사랑하고, 삼 년 동안 서로 싸우고, 삼십 년 동안 서로 참는다.”

사랑은 기껏 3개월 동안이라고 했는데, 뭘 알아도 한참 잘못 안 것이지요. 싸움은 왜 하는 것입니까? 사랑하니까 싸우는 것이겠지요. 참기는 왜 참습니까? 사랑하기 위해서 참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혼인이란 결국 사랑하기 위해서 행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금 몇 시인가요? 한 시 10분이요? “한 시 10분?” 이상하지 않습니까? ‘한 시’라고 했으면 ‘열 분’이라고 해야 하고, ‘10분’이라고 말하려면 ‘1시’라고 해야 일관성이 있는 표현일 텐데 말입니다. 예전엔 우리나라에 분 개념은 없었습니다. 시간도 2시간씩 묶어서 하루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의 12시간으로 구분했었지요. 그러다가 서구의 분 개념이 들어오면서 그것은 서구적 표현인 아라비아 숫자를 가지고 나타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조금도 이상한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 채 쓰고 있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하나의 관습이 되어 버렸다는 말입니다. 관습은 그렇게 깨뜨리기 어려운 것입니다.

제가 왜 이런 말씀을 드리는가 하면, 결혼이란 가문과 가문의 결합이기도 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가문마다의 관습은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서로가 상대방 가문의 관습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의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결혼이란 남편이나 아내의 환경까지도 내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과정의 확인입니다. 아내의 가정이었던 처가댁, 남편의 가정이었던 시댁이, 이제는 모두 자신의 가정과 똑같은 비중으로 중요성을 띠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렇지 못하면 서로간의 사랑은 싹트지 못합니다. 결혼은 결코 두 사람만의 결합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처갓집 사정도 내 본가의 일이나 마찬가지로 느끼고, 시댁의 일도 내 친정집 사정인 것처럼 생각하여야지만, 부부는 서로 일심이 되고 동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애초에 남남이었기에 부부지간은 무촌입니다. 그러나 서로가 상대의 환경도 나의 환경과 똑같아지기에 형제지간의 2촌, 부자지간의 1촌보다도 더 가까운 0촌, 촌수마저 따질 수가 없는 무촌이 되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각각 따로 있으면서의 무촌이 아니라, 한 마음 ․ 한 몸이 되는 것이기에 무촌이라는 말입니다. 이 점은 지금 결혼을 하는 신랑, 신부가 스스로 잊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요, 주위의 친척, 친지, 친구들도 늘 잊지 말고 깨우쳐 주도록 해야 할 일입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그것도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을 때에 쓸 수 있는 말입니다. 그렇지 못할 때는 백짓장은 찢어지고 맙니다. 사랑하는 마음은 서로가 존중하고 믿어줄 때에 싹트는 것입니다.

남편을 믿고 용돈도 넉넉하게 주어 보세요. 아마 아껴 두었던 뽀뽀도 넘쳐나게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별다른 일이 없어도 처갓집엘 자주 들러 보세요. 경제가 어려울 때라고들 하지만 통닭구이도 심심찮게 맛볼 수가 있을 것입니다.

신랑 신부 두 사람은 명심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 여기에 오신 하객들께서는 이 두 사람이 누구보다도 멋진 결혼 생활, 바람직한 인생살이를 해 나갈 것으로 확신하는 의미에서 수고스러우시지만 뜨거운 박수로서 축복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014.5.10. 주례 이 웅 재(1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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