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더덕 꽃[백화제방(百花齊放)6]

거북이3 2014. 10. 6. 18:24

 

#6더덕 꽃[백화제방(百花齊放)6].hwp

 

더덕 꽃[백화제방(百花齊放)6]

                                                                                                                                                              이 웅 재

  인사동에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였다. 도곡역에서 집이 있는 분당 행 지하철을 환승하려고 하행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퇴근 시간이 아직 멀어서인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간쯤 내려갔을 즈음이었을까, 어디선가 상큼하고 맛깔진 향기가 내 코를 벌름거리게 만들고 있었다. 뭐지? 화장품 냄새? 아니었다. 내 앞쪽으로는 여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냄새는 아래쪽에서 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금은 역겹기까지도 한 진한 화장품 냄새하고는 달랐다. 그건 ‘냄새’가 아니었다. 그건 ‘내음’이었다. 아, 그건 바로 더덕 향이었다. 지하철 플랫 홈의 한 구석에서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할머니 한 분이 더덕 좌판을 차려 놓고 있었던 것이다.

  산 더덕일까? 궁금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인터넷을 뒤졌다. 재배 더덕은 산 더덕만큼 향기가 나지는 못하겠지만, 더덕이 머금고 있는 인삼의 주성분인 ‘사포닌’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그런데 예상 외로 산 더덕이나 재배 더덕이나 커다란 차이는 없다고 한다. 향기나 맛을 가지고 따진다면 모를까, 효능에서만은 어금버금가는 모양이니, 앞으로는 굳이 산 더덕을 고집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었다. 더구나 더덕은 해충이 없는 식물이라 더덕 재배에서는 농약이나 화학약품도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6세기 초 중국 양(梁)나라 도홍경(陶弘景: 452~536)은 그가 저술한 『명의별록(名醫別錄)』에서 “인삼(人蔘)·현삼(玄蔘)·단삼(丹蔘)·고삼(苦蔘)·사삼(沙蔘)을 오삼(五蔘)이라 하는데 모양이 비슷하고 약효도 비슷하다”라 하였으니, 앞으로는 더덕 보기를 인삼 보듯 해야 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더덕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이다. 그 뿌리가 울퉁불퉁하여 혹이 ‘더덕더덕’ 붙어 있는 것 같이 보여서 ‘더덕’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서 ‘가덕(加德)’이라는 이두식 표기로 소개되어 있기도 한 더덕은 사삼(沙蔘), 백삼(白蔘)이라고도 하고, 자르면 흰 즙액(汁液)이 나와서 양유(羊乳)라고도 한다.

  뿌리는 도라지와 비슷하며, 덩굴은 길이 2m 정도로 자란다. 8~10월이면 초롱꽃과에 속한 식물답게 종 모양을 한 자주색의 꽃을 아래쪽으로 향하게 피우는데 꽃이 피면 꽃받침은 끝이 뾰족하게 5개로 갈라지며, 꽃의 겉 부분은 연한 녹색, 안쪽은 자갈색(紫褐色)의 반점을 드러낸다. 모래땅에서 잘 자라고 황토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

  좋은 더덕을 고르려면 표면의 주름이 깊지 않고 곁뿌리가 적은 것,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고 손가락 크기보다 약간 더 큰 것을 고르면 된다. 지나치게 큰 것은 섬유질이 너무 딱딱하게 되어 심처럼 박혀 있어서 먹기에도 불편하고 더덕 고유의 맛도 나지 않는다.

  더덕은 앞에서 말한 ‘사포닌’ 말고도 칼슘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골다공증,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에도 좋고, 음허증(陰虛症)에도 사용하는 보약성 약재이다. 고추장은 더덕의 찬 성질을 중화해 주기 때문에 더덕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이다. 고추장을 발라 구운 더덕구이가 선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덕요리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제일 발달되었다고 한다. 고추장 이외에도 더덕과 함께 먹어서 좋은 식품 몇 가지를 더 들어본다.

  더덕의 주요 효능인 사포닌은 체내 흡수율이 별로 높지 못한 편이지만, 사과와 함께 섭취하면 사과의 유기산이 작용하여 그 흡수율이 좋아지며, 배와 함께 먹는 것도 기관지가 약한 사람에게는 매우 좋다. 그런가 하면 귤과 함께 섭취하면 항암 효과가 높이지기도 한다. 그러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더덕의 꽃말이 ‘성실과 감사’인 것도 우연은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평소에는 알지 못했지만, 더덕과 사촌지간도 더러 있어서 관심을 끌었다. 바로 소경불알과 만삼이 그것이다. 소경불알(알더덕,오소리당삼, 까치더덕)은 더덕보다 꽃이 좀 작고 꽃줄기도 짧은 편이며, 꽃잎 안쪽에 반점이 없는 점이 다르다. 좀더 쉽게 구분하려면 잎과 줄기에서 더덕 향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겠고, 보다 가장 확실한 차이는 ‘알더덕’이라고도 하듯이 그 뿌리가 둥근 모양인 점이라 하겠다.

  만삼(蔓蔘;黨蔘, 단삼, 삼승더덕[북한어])은 냄새도 더덕과 같고 잎모양도 닮았으나, 더덕에 비해 잎이 어긋나고 양면에 털이

 

많이 나 있고 더덕보다 연하며, 잎자루도 길고, 꽃통에 반점도 없다. 무엇보다도 뿌리가 길어 도라지와 비슷하다. 맛이 달아 ‘단

 

삼’이라고도 하는데, 꿀풀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인 단삼(丹蔘)과 혼동하지 말 일이다. 더덕도 해발 2,0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 자라기는 하지만, 통상 850m 이상 되는 곳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데 비하여, 만삼은 그보다 높고 깊은 산 속에서 자

 

기에 우리가 쉽게 만나보기는 힘들다. 효능은 혈압 강하와 나균(癩菌)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유정의 「소낙비」에는 춘호 처가 도라지와 더덕을 캐러 다니는 모습이 나와서 일절만 인용한다.

  “골바람은 지날 적마다 알몸을 두른 치맛자락을 공중으로 날린다. 그제마다 검붉은 볼기짝을 사양 없이 내보이는 칡덩굴이 그를 본다면, 배를 움켜쥐어도 다 못 볼 것이다마는, 다행이 그윽한 산골이라 그 꼴을 비웃는 놈은 뻐꾸기뿐이었다.” (14.8.21. 15매)

 

 

#6더덕 꽃[백화제방(百花齊放)6].hwp
0.24MB
댓글수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