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고마리[백화제방(百花齊放) 7]

거북이3 2014. 10. 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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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리[백화제방(百花齊放) 7]

                                                                                                                                                      이 웅 재

  고마리는 흔하다. 흔해도 너무 흔하다. 요새 산책로로 사용하고 있는 하천 근처에서 지천으로 널려 있는 풀이다. 너무 흔하다 보니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편이다. 그 이름마저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정도다. 하지만 사진을 보면 평소에 많이 보아왔던 야생초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가 있다.

  고마리는 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물가에서 흔히 볼 수가 있지만, 논둑이나 산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가 있는데, 물론 물기가 많은 곳, 조금은 질척질척한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가 있다. 심지어 하수구 같은 더러운 물이 있는 시커먼 도랑에서도 잘 자란다.

  고마리는 뿌리가 잘 발달해 있는 식물이다. 뿌리는 하얀 파 뿌리와 비슷하게 생겼는데, 실뿌리가 수십 가닥으로 갈라져 있어 그 뿌리로 수질정화 작용을 해주고 있는 고마운 풀이다. 연꽃보다도 그 효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중금속 제거의 효과까지도 있다고 하니 정말로 고맙기가 그지없는 풀이다. 그런 까닭에 고맙다는 뜻이 변하여 ‘고마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번식력이 너무 왕성한데다가 무리지어 무성하게 자라나서 모기 등 해충의 서식지가 되기도 해서 이제 그만 자라라고 하여서 ‘고만이’라고 했다기도 한다. 모기 등이 고마리 꽃의 꿀을 빨아먹고 자란다는 것이다. 또는 아기자기한 꽃송이가 고만고만한 크기로 피어난다고 하여 ‘고만이’로 불리웠다고도 하며, 돼지가 좋아하여 ‘돼지풀’이라고도 하는데, 외래종인 생태계 교란 식물 ‘돼지풀’과는 혼동하지 말 일이다. 한국이 원산지이며 중국·일본·러시아 극동부에도 서식한다. 메밀처럼 생긴 열매를 맺는데, 그것으로 수제비를 닮은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였단다. 말하자면 구황식물로 재배되기도 했다는 것이나, 요즈음에는 굶주림을 면하기 위하여 이 고마리를 먹는 일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고마리는 키가 60~100cm 정도로 자라며, 잎 모양은 서양 방패, 혹은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삽 모양으로 생겼고, 줄기는 모가 났으며 털이 없고 아래로 난 가시가 있다. 꽃은 보통 8,9월에 앙증맞은 별꽃모양을 하고 연분홍색 또는 흰색으로 피어나는데, 늘 한 포기씩 자라는 것이 아니라 무리지어 자라는 풀이라서, 밤중에 흰색 꽃이 무리지어 피어 있는 것을 보면 얼핏 메밀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기도 하여 번식력이 아주 강하다. 생약 명으로 고교맥(苦蕎麥)이라고 하는 까닭은 고마리의 성격이 맛이 쓴데다가 메밀과 비슷해 보인다고 하여 메밀 교(蕎) 자를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마리의 꽃은 땅속에서 피는 폐쇄화(閉鎖花)도 있다. 이러한 폐쇄화는 보통 땅 속에서 피는 꽃인 경우가 많으므로 땅콩의 꽃이 대표적인 경우이고 제비꽃 중에서도 일부 폐쇄화가 있다. 폐쇄화는 자가수정(自家受精)을 한다. 자신의 꽃가루로 가루받이를 한다는 말이다. 그 렇게 하여 생긴 씨앗은 모체가 살던 땅에서 그대로 싹을 틔우고 대를 물려 산다. 한편 땅 위의 씨앗은 다른 꽃과의 교배로 생긴 것이기에 모체와는 다른 유전인자를 가지게 되므로 고향을 지키는 쪽보다는 가시 등을 이용해서 다른 동식물에 기생하여 먼 타향으로 세력을 넓혀가는 쪽을 택한다. 고마리의 오묘한 삶의 방식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지 않는가?

  고마리의 씨앗은 눈을 밝게 하고 시력을 증진시켜 준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상처가 났을 때 그 잎을 찧어서 상처 부위에 바르면 흐르던 피를 멈추게 해 주는 지혈제로 사용하기도 하며, 이질에도 잘 듣는다. 소화불량이나 위장이 아플 때라든가, 소변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이뇨제로도 아주 좋다. 봄나물로도 먹을 수가 있는데, 봄부터 여름사이에 자란 연한 잎과 줄기를 베어다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서 먹어도 된다.

  지천으로 대할 수 있는 꽃인데다가 오염이 된 땅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것은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성질이 있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꽃은 자잘한 여러 개가 한데 뭉쳐서 피어나는데, 하수구에서도 자라는 풀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보면 볼수록 예쁘게 보이는 꽃이라는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박주가리 꽃이나 며느리배꼽 또는 며느리밑씻개의 꽃과도 흡사하다. 그냥 흡사할 정도가 아니다. 다른 부분은 보지 않고 꽃만 가지고 본다면, 전문가 수준의 사람이라도 혼동할 법하게 서로 구별이 잘 안 된다. 가장 쉽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잎의 생김새이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고마리가 방패 또는 삽 모양을 하고 있는데 비해서, 박주가리는 얼핏 보면 하수오랑 닮았으며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즙액이 나오는 점이 현저하게 다르다. 며느리배꼽이나 며느리밑씻개의 잎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으며 줄기나 잎에 날카로운 가시가 나 있는데다가 습기와는 상관없이 주로 마른땅에서 잘 자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쉽게 구분이 된다.

  1년생 식물이라서 뿌리 번식은 따로 하지 않고, 10월쯤에 익은 씨앗을 종이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이듬해 봄 습기가 많은 땅에 뿌리면 된다. 심고 난 후에는 2~3일 간격으로 물을 준다.

  꽃말은 ‘꿀의 원천’이다. (14.10.4.14매 사진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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