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방가지똥[백화제방(百花齊放)8]

거북이3 2014. 12.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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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가지똥[백화제방(百花齊放)8]

                                                                                                                                               이 웅 재

  늦은 봄쯤 되었을까? 베란다에 있는 화분 한쪽에 이름 모를 풀이 쑤욱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처음 로제트(rosette)형 방석식물의 모습이었는데, 차츰 잎이 자라면서 그 모양이 얼핏 씀바귀 같은 모습을 지니기도 하는가 하면, 연한 녹색 잎새의 빛깔을 보면 양귀비 비슷한 빛을 띠기도 한 모습으로 무척 연약해 보여서 저 놈이 제대로 살 수가 있을까 여겼었는데, 한여름을 지나면서 의외로 투실투실하게 잘도 자라고 있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겨울철로 접어들어서 다른 꽃나무들은 대부분 꽃잎을 떨어뜨리고 겨울 채비를 하고 있는데 요놈은 정반대로 기다랗게 올라온 줄기 끝 부분에 꽃망울을 맺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 모양이 얼핏 뽀리뱅이나 엉겅퀴를 닮았다. 12월 1일 드디어 꽃을 피웠다. 꽃은 노란색, 요즘 탄천 산책에서 가끔 만나볼 수 있는 민들레꽃과 흡사했다.

  부랴부랴 “야생화 조경도감 365”를 찾아보았으나 허탕,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뽀리뱅이나 엉겅퀴를 닮은 꽃’을 쳐 넣고 이것저것을 찾아다니다가 드디어 ‘방가지똥’이라는 이름을 찾아냈다. 길가나 들판, 공터 등에서 자라나는 잡초로 키가 30∼100cm 정도로 자란다고 하였다.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서 한국 전역에 분포하는 국화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풀이란다. 한해 또는 두해살이 풀이란 봄, 여름에 싹이 터서 자라다가 가을 무렵에 죽거나, 가을이나 초겨울에 자라다가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여름에 말라죽는 풀이라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흰색이나 노란색 꽃을 줄기 끝에 몇 송이 모아서 5월부터 10월까지 피우지만, 따뜻한 남쪽지방에서는 겨울에도 꽃을 피운다. 꽃은 아침 일찍 피었다가 햇살이 퍼질 때쯤이면 닫아 버리는데, 흐린 날씨나 겨울에는 하루 종일 피우기도 한다. 뿌리에 달린 잎은 꽃이 필 때쯤이면 마르고, 줄기에 달린 잎은 어긋나 있으며 윤이 나고, 잎자루가 없이 원줄기를 거의 둘러싸고 있어 고들빼기의 모양과 유사하다. 그러나 잎 가장자리에는 거치(鋸齒:톱니)가 있어 첫 인상이 매우 강하게 보이는 것과는 상반되게 상당히 부드러운 편인데다가 줄기는 속이 텅 비어 있어 외강내유(外剛內柔)의 풀이라고나 할까? 꽃이 진 뒤에는 민들레처럼 흰 관모(冠毛: 갓털…민들레처럼 씨방의 맨 끝에 붙은 솜털 같은 것)를 달고 있어 씨앗이 바람에 흩날려 번식을 한다.

  잎사귀에는 유난히 돌기가 많아서 돌기마다 숨구멍(배수공)이 있어서 특히 아침 안개가 낀 날이면 일액현상(溢液現象: 식물이 체내에 과다하게 흡수된 수분을 배수공을 통해서 물방울 형태로 토해내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일어나서 매우 청랑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큰방가지똥도 있다. 그놈은 잎이 방가지똥보다 뻣뻣하고 가장자리의 톱니가 고르지 않으며 가시는 엉겅퀴 가시처럼 뾰족하고 억세어서 통증을 느낄 정도로 살갗을 찌르기도 한다.

  방가지똥, 그냥 방가지풀이라고도 하는데, 이름에 ‘똥’자가 들어가는 꽃 이름으로서는 ‘애기똥풀’도 있다. 이 방가지똥도 양귀비 과의 애기똥풀처럼 줄기를 자르면 흰색 즙이 나온다. 그 즙이 시간이 지나면 끈적끈적한 갈색 똥처럼 변하여 보여서 방가지똥이라고 한단다. ‘방가지’는 ‘방아깨비’의 경기도 방언이라고 하니, 결국은 갈색을 띠는 ‘방아깨비의 똥’을 닮은 풀이라는 뜻이겠다.

  ‘똥’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단백질이 풍부해서 가축들의 먹잇감으로 아주 좋은 풀이다. 토끼도 이 풀을 좋아하고, 암탉이 먹으면 계란의 생산량이 늘어난다고 하며, 젖소도 우유의 생산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고 하니 아주 유용한 풀이다. 동물에게만 좋은 풀일 뿐 아니라, 맛이 쓰고 성질은 차며 독이 없어 피를 맑게 해 주고 해독 작용이 있는데다가, 특히 간과 위에 좋으며 항암효과까지 있다고 하니 그냥 잡초라고 무시해 버리고 말 야생초가 아니다. 그 흰 즙을 수차례 발라주면 피부에 생기는 사마귀도 없애 버릴 수가 있다고 하니 유념해 둘 만한 일이다. 어린잎과 줄기는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김치를 담가 먹을 수도 있어 여름에 더워서 입맛이 없을 때에는 아주 좋은 반찬거리로 이용할 수가 있다. ‘쇠똥’, ‘고거채(苦苣菜)’라고도 불리고, 꽃말은 ‘정(情)’이라고 한다.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3년 동안 교도소 생활을 했던 황대권이 쓴 “야생초 편지”에도 방가지똥이 나오기에 그 일부를 소개한다.

  엉겅퀴를 많이 닮았지만 꽃이 영 다르다. 줄기에 가시가 없지. 꽃은 국화과의 다른 야생화와 비슷하다. 그런데 나는 매일같이 운동장에 나가지만 이놈이 꽃을 활짝 피운 것을 본 일이 없다. 작년에 흐린 날씨가 며칠 계속될 때 처음 본 이래로 말이야.…

  방가지똥의 매력은 꽃이 아니라 가시같이 날카로운 톱니가 불규칙하게 늘어선 이파리이다. 촉감도 꼭 비로드 천을 만지는 것처럼 매끈매끈하고 가장자리에는 날카로운 가시를 달고 있는 것이 볼수록 신기하지.…                                            

                                                                                                                                                                   (14.12.1.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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