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마른오징어를 실컷 씹어댈 일이다

거북이3 2014. 12. 20.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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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른오징어를 실컷 씹어댈 일이다

                                                                                                                                                     이 웅 재

  내게는 매주 화요일마다 만나는 모임이 있다. 이름이 ‘梅花랑’이다. ‘매화’는 ‘매주 화요일’을 뜻하는 것이니까 ‘每火’가 되겠는데, 그건 좀 무미한 듯하여 ‘梅花’를 취했다. 그러면 ‘랑’은 무엇인가? 우선 ‘너랑 나랑’의 ‘랑’도 되면서, 모이는 사람이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어서 ‘郞’도 되고 ‘娘’도 의미할 수 있도록 그냥 한글로 ‘랑’을 쓰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선구자 격의 ‘梅花’에다가 ‘랑’ 자에서 느껴지는 밝고 명랑한 느낌이 서로 잘 조화가 되는 듯싶어서 애착이 가는 이름이다. 만나는 장소도 ‘Smile Cafe’라서 모임의 이름과 잘 조화가 된다. 3시쯤 만나서 전주(前週)에 주어진 제목을 가지고 수필을 써 가지고 와서 발표를 하고 합평을 한 후, ‘왕족발’ 집 등에 가서 일잔을 하면 그 한 주가 아주 산뜻하게 지나가게 만들어 주는 모임이다.

  그날에는 평소 빠지지를 않던 한 사람이 결석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이름이 입 안에서만 뱅뱅 돌고 말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치매인가?’ 겁부터 덜컥 났다. 술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알코올성 치매’가 찾아올 가능성이 십분 넘쳐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김철중의 생로병사’(2014.2.26.자)를 보면, ‘자동차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모르면 건망증이고, 그것을 보고도 무엇에 쓰는 것인지 알지 못하면 치매요, 배우자의 생일을 까먹으면 건망증, 배우자의 얼굴을 잊으면 치매라고도 했고, 중년 남성들끼리는 나이 들어 아내가 예뻐 보이면 치매라며 키득거리곤 한다.’고 했으니, 아내가 들으면 펄쩍 뛸 일이기는 하지만 분명 나는 아직 치매는 아닌 것이라고 안심을 해 보기도 한다. ‘비상금 둔 곳을 못 찾아 헤매면 건망증이고, 기껏 숨겨둔 비상금을 찾아내 아내에게 건네거나 은행 계좌에서 돈 빼서 아내나 자식에게 주면 치매로 진단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나야 아내나 자식에게 가져다 줄 비상금도 제대로 없으니 ‘안심²’이다.

  그러면서도 그날 저녁 나는 집에 가서 ‘치매’에 대하여 알아보기 위해 밤늦게까지 인터넷 검색을 했다. 그랬더니 ‘밥’만 잘 먹어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TV 연속극 같은 데에서 나오는 치매 환자들은 밥을 먹고도 또 금방 밥을 달라고 앙탈을 부리는 장면도 많이 본 것 같았다. 치매 환자의 경우 음식물이 그냥 통과만 하고 소화가 제대로 안 되어서 그렇다는 것이요, 특히 단백질 섭취도 꼭 필요하니 쇠고기 등도 가끔 먹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운동, 스트레칭, 걷기 등도 매우 좋다고 하였고,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독이 된다고도 하였다. 나처럼 운동이라고는 오직 ‘탄천 산책’밖에 모르는 사람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말이었다. ‘1보 3복…걸으면 걸을수록 행복해진다’고 하였다. 체중 조절 면에서 수영보다 뛰어나고, 뇌졸중 위험도 등도 낮아지며, 느리게 걸으면 명상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니(중앙일보 2010.04.30) 걷고 또 걷자.

  게다가 정말로 좋은 정보가 또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주가 마른오징어인데, 어럽쇼, 오징어나 조개의 ‘타우린’ 성분이 치매의 일종인 ‘알츠하이머’ 치료에 효과가 좋다는 것이 아닌가?(조선일보, 14.12.15. B3면) 성분뿐만 아니라 오징어를 씹는 행동도 치매 예방에는 그만이라고 하니, 만세, 만세다. 롯데제과에서는 껌을 씹으면 치매뿐만 아니라 충치가 예방되고, 기억력도 좋아진다고 선전하는 이유를 알 만하였다. 껌을 씹으면 아세틸콜린의 감소를 억제하고 기억력을 상승시켜 줄 뿐만 아니라, 공간 인지능력을 개선하여, 뇌경색을 예방해 인지증(認知症: 치매의 다른 이름)을 예방해 주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조선일보 2014.12.17. C7면) 씹어라, 씹는 일은 뇌 혈류량이 증가해 뇌 기능이 향상되고, 지적 능력을 높여주고 기억력이 좋아진다(이상직 위덕대학교 교수)고도 하지 않았는가? 씹기는 타액과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켜서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였으니, ‘짜그닥짜그닥’ 경망스럽게 껌을 씹어대는 일은 삼가더라도 술안주로는 그 꼬롬꼬롬한 냄새에 질기디질긴 마른오징어를 실컷 씹어댈 일이다. 꼴 보기 싫은 놈 질근질근 씹어대는 일이야말로 술안주로는 그만이요, 정신 건강에도 왔다가 아닐까 싶으니, 앞으로는 걷고 씹는 일에 전력투구를 할 작정이다. 마른오징어를 씹는 데에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씹어도씹어도 질긴 놈이 마른오징어가 아니던가? 한국인들, 너무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성품이 있다고 하는데, 씹으면 씹을수록 새로운 맛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마른오징어 씹기는 그러한 우리들의 조급증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최선의 식재료가 아닐까 싶기도 하여 누가 무어라 해도 치매 퇴치의 훌륭한 매개체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게다가 사랑과 배려 따위도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함께 유념할 일이라 하겠다.

  치매와 아주 비슷한 질병으로는 섬망(譫妄, delirium)이라는 것도 있다고 하니 그 구별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섬망은 갑자기 흥분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을 흘리며 동공이 확장되고, 벌벌 떨며 환각상태에 빠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커튼이나 벽에 걸려 있는 옷을 보고 ‘도둑이다’ 또는 ‘남자가 저기 서 있다.’ 라고 겁을 먹으며, 전등 불빛을 보고 ‘불이다’ 라고 하며 큰 소동을 피우기도 한다고 한다. 또 어디에 있는 것인지 오늘이 며칠인지도 알 수 없어 하고, 낮에는 화장실 위치를 알고 있었는데 밤이 되면 몰라서 실금을 하기도 한단다. 전형적인 치매증상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곧바로 치료을 받으면 곧 회복될 수가 있다고 한다.(섬망, 대전 선병원; http://www.sunhospital.com) 치매와 혼동하여 치료시기를 늦추면 곤란하니까 각별히 유념할 일이다. (14.12.20.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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