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들이 판을 친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가끔 쇠고기 등 육류를 먹어야 한다는데 한결같이 고기는 먹지 말라는 거다. 그래서 오늘도 비름나물을 반찬으로 만들어준 아내에게 그저 ‘감지덕지’하고 있다. 더러는 ‘비듬나물’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비듬’이라고 하면서도 그 나물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비위도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 꽃말이 ‘애정’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무래도 ‘참비름’이라고도 부르는 별명으로 불러주는 것이 ‘비듬’을 먹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만 같다.
각설하고 비름 중에는 쇠비름도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하려고 하는 것은 바로 이 쇠비름이다. 쇠비름은 쇠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고추밭이나 야채밭 등에 지천으로 널려 있어 천대받던 풀이다. 유난히 여름철의 뜨거운 햇볕을 좋아해서인지 천덕꾸러기답게 뿌리째 뽑아 버려도 다시 살아나는 생명력이 강한 풀이다. 잎과 줄기에 수분을 많이 저장하고 있는 다육이라서 햇볕이 강할수록 오히려 더 생생하게 생기가 나는 풀이라서 그럴 것이다. 농사짓는 사람들은 ‘돼지풀’이라고 부르며 잡초라고 하여 푸대접을 하고 있지만, 그럴 일이 아니다. 주의할 것은 귀화식물로 생태계 교란식물인 ‘돼지풀’과 혼동하지 말 일이다.
쇠비름의 잎은 말의 이를 닮았다고 한다. 그래서 말비름 또는 한자어로 마치채(馬齒菜)라고도 부른다. 먹으면 장수한다고 해서 장명채(長命菜)라는 이름도 있다. 꽃말이 ‘불로장수’라고 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뿌리는 흰색으로 오행(五行) 중의 금(金)에 해당하며 폐에 좋고, 줄기는 빨간색이라서 화(火)에 해당하여 심장에 좋으며, 잎은 초록색이니 목(木)으로 간(肝)에 좋고, 꽃은 노란색 토(土)로서 위에 좋고, 씨는 검은색으로 수(水)에 해당하여 신장에 좋은데, 그 5가지 빛깔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하여 오행초(五行草)라고도 불린다.
쇠비름의 줄기는 미끈하고 털이 전혀 없으며 키는 15~30㎝ 가량으로 자란다. 잎은 약간 긴 타원형으로 마주나는데 잎자루는 없으며, 다육식물인 염좌와 비슷하게 생겼다. 5월경부터 가을까지 가지 끝에 2~5개씩의 꽃을 피우는데, 꽃은 노란색으로 몇 송이씩 뭉쳐서 핀다. 그런데 예상 밖으로 꽤 예쁜 편이다. 꽃자루도 없고, 아침나절에 잠깐 피었다가 한낮이 되면 오므라들며, 비오는 날이나 흐린 날에는 피지 않기도 한다. 잎은 나물로 먹을 수 있고, 생약으로 전초를 사용하며 이름은 마치현(馬齒莧)이라고 한다. 이때의 ‘莧’ 자는 ‘비름 현’이다. 참깨와는 이상하게 사이가 좋지 못하여 그 성장을 억제하는 타감작용(他感作用: allelopathy)으로 타감물질(他感物質)을 분비하는 처지이다. 아마도 그 성분이 유사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싶다.
한때 천대를 받던 쇠비름이 요사이에는 귀한 몸이 되어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가 되어 버리기도 했는데, 바로 그 효능 때문이다. 먼저 노인들에게 아주 좋은 관절염 특효약으로 알려져 있다. 아울러 오메가3의 지방산이 매우 풍부하게 들어 있어 치매 예방 및 우울증 치료에도 그만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동맥경화나 당뇨병, 간암의 예방이나 중풍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해열 및 이뇨작용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여성들에게도 환대받을 만한 풀이라 하겠는데, 피부미용에 아주 좋다는 것이다. 여드름이나 종기에도 효과가 있고 마른버짐에도 유용하다고 하니, 관심을 가져볼 만한 풀이다.
쇠비름의 연한 순은 살짝 데쳐서 된장에 무쳐먹기도 하며, 말린 쇠비름을 육개장재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쇠비름에는 사람이 먹어도 해롭지 않는 수은이 들어있다고 한다. 그런데 쇠비름에 들어있는 수은은 금속수은과는 달리 독이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특허청[KR]의 ‘공개특허공보[A]’ 참조) 이에 대한 반론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견해들이 대체로 이러한 의견에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식물성 수은이 악창을 치료하는 데에 일조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언뜻 보면 쇠비름을 닮았으나 쇠비름보다 훨씬 작아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비단풀이라는 것도 있다. 풀밭이나 길가시멘트가 갈라진 틈 같은 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로서 줄기는 땅바닥을 기면서 자라는 까닭에 땅빈대라고도 하고 잎에는 점이 박혀 있어서 점박이풀이라고도 하며 한자어로는 오공초(蜈蚣草), 선도초(仙挑草) 등으로도 불리는 풀이다. 줄기나 잎에 상처를 내면 흰 즙이 나오는 풀이다. 중남미의 사람들과 인디언들은 이 풀을 항균 및 항암작용이 뛰어나다고 알고 있으며 온갖 종기와 상처 등에 사용되는 풀이다.
그리고 또 쇠비름과는 아주 다름 모습을 보이는 풀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개비름’도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도토라지’나 ‘는장이’도 있는데, 널리 알려진 이름은 바로 ‘명아주’로서 같은 비름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이다.잎모양은 세모진 난형으로 잎 가장자리는 물결모양의 톱니가 있다. 명아주의 대로 만든 지팡이를 청려장(靑藜杖)이라 하는데, 가볍고 단단할 뿐만 아니라 식물 중에서는 자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어서 심장을 튼튼하게 해 주고 중풍을 예방해 준다 하여 통일신라시대부터 장수(長壽)한 노인에게 왕이 직접 하사했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다. 예전에는 나이 50이 되면 자식들이 만들어 부모에게 드렸다. 그래서 가장(家杖)이라고 하였다. 안동 도산서원에는 퇴계 이황(李滉) 선생이 짚고 다녔던 청려장이 지금도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1992년부터는 ‘노인의 날(10월 2일)’에 그해 100세를 맞은 노인들에게 대통령 명의로 청려장을 선물하고 있기도 하다. (15.7.30.15매.사진 4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