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럽 문화 체험기 3)나는 언제나 ‘대한민국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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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문화 체험기 3)
나는 언제나 ‘대한민국 만세’다
이 웅 재
4/19 (일) 흐림.
오늘은 영국을 둘러보는 날이다. 우리를 태운 관광버스가 달리는 길 양 옆으로는 주택들이 늘어서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 우리가 바라보는 전면은 현관, 부엌, 화장실이며 2층이 침실, 그리고 아이들 방은 3층에 있단다. 자동차는 앞마당에 주차해 놓는다. 이곳엔 고층 아파트는 별로 없다. 고층 아파트는 시내 중심가에서나 더러 볼 수 있으며, 그것들은 대개 임대용 주택들이란다. 호화주택이랄 수 있는 것은 맨션들이다. 맨션에는 대부분 굴뚝이 있었다. 그런 맨션들은 대체로 100여 년 된 주택이다. 근래에 지은 집에는 굴뚝이 없다. 이제는 불을 때어서 난방을 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영국 England만의 면적은 우리 남한의 1.3배 정도 되지만 산이 별로 없어서 그 가용면적은 우리의 3배 정도이다. 인구도 7,500만 명 정도이니까 굳이 고층 아파트를 지을 필연성이 없는 대신, 공원이 많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이라서 공원이 많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서울에서는 시내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도 웬만한 곳에서는 내려서 금방 등산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등산복이 잘 팔리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요, 외국인들이 서울을 축복받은 도시라고 하는 까닭도 바로 그것이다.
좌측으로는 무덤이 많이 보인다. 이곳에서는 기독교 신자가 많아 화장을 선호하지 않는다. 무덤, 그곳은 가장 마지막 휴식처이다. 요사이에는 좀 달라졌지만 무덤은 원래 지하에 반원이 있고, 지상에 또 반원의 모습을 만들어서 전체적으로 원형의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형, 그것은 예로부터 하늘의 모양이요, 또한 생명의 근원인 ‘알’의 형태로 인식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처음과 끝이 따로 없는, 그래서 공평하게 여겨지는 ‘영원’의 상징물이랄 수도 있겠다. 그래서일까? 무덤을 보면 편안한 느낌이다.
영국은 축구의 종주국이다. 축구공은 둥글다. 둥근 지구의 대부분을 식민지로 두었던 영국, 그래서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태생적으로 식민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나는 그러한 영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국은 무시할 수 없는 나라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서가 아니다. 지금도 전 세계에서 영국의 식민지로 있던 세계 61개국 중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마도 둥근 것을 선호하는 영국민들의 민주적인 성향이 은연중 이식된 때문은 아닐까 싶다.
오른쪽으로는 맥주회사가 보인다. 400년쯤 된 회사란다. 맥주 하면 독일을 연상하지만, 다양한 맥주의 맛은 단연 영국이 으뜸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영국은 일조량이 적고 비가 많은 나라라서 포도 재배에는 적합한 지역이 아니다. 더군다나 30℃ 정도의 더운 날이라도 비가 한번 내리면 온도가 급강하하여 10℃ 내외가 되기에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 재배가 되지 않는다. 날씨가 고르지 못한 지방에서는 음식문화도 별 볼 일이 없으니 미리미리 각오를 해 두어야겠다.
영국, 한 가지 좋은 점은 빨간 우체통이 귀여운 점이다. 나중에 보니 우체통뿐만 아니라 전화박스도 빨간 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우체통보다도 더욱 멋져서 사람들마다 그 앞에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사람들은 그 별 것 아닌 데에서 마음이 움직인다. 문화나 예술을 푸대접할 수 없는 이유이다. 나는 그 빨간 우체통이나 전화박스에만 반한 것이 아니라, ‘LITTER’라고 쓰여 있어서 깜빡 속을 뻔했던 우체통에 못지않게 세련된 디자인의 쓰레기통도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