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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럽 문화 체험기 5) 영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으니 여왕은 없네요

거북이3 2015. 12. 28. 22:33

 

 

 

서유럽 문화 체험기 5. 영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으니 여왕은 없네요.hwp

 

     (서유럽 문화 체험기 5)

                                                                            영국 국기가 휘날리고 있으니 여왕은 없네요

                                                                                                                                                 이 웅 재

  이제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찾아볼 차례다. 국회의사당과 마주 보며 서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고딕 양식으로 된 엄청나게 큰 성공회의 성당이다. 근처에 있는 로마 가톨릭교회 소속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과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성당’이라는 표현 대신 ‘사원’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것이다. 서쪽으로는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인접해 있다. 영국 왕의 대관식을 비롯하여 결혼식과 장례식 등 왕실의 모든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곳인 동시에 영국의 왕을 비롯하여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토머스 하디’ 같은 명사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부활을 믿는 기독교 계통의 종교에서는 예로부터 매장을 선호했으며 이왕이면 교회나 성당이 가장 신성한 곳으로 여겨졌기 때문일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남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의 결혼식도 여기에서 거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1997년 다이애나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때 그 장례식도 여기에서 치러졌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건물이기도 하다.

  십자가 모양으로 설계되어 있는 이 사원의 하늘을 향해 치솟은 둥근 천장은 장중하기가 이를 데 없다. 저절로 신성성을 느끼도록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사원 내부의 벽면이나 바닥에는 수없이 많은 역사적 인물들의 묘비와 기념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정문으로 들어서서 몇 걸음을  떼어 놓으면 녹색 대리석에 새겨진 기념 석판을 보게 된다. ‘윈스턴 처칠을 기억하라(remember winston churchill)’. 하지만 그는 이곳에 묻히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다니던 한적한 시골 교회 옆뜰, 부모님 무덤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 때문이다.

  한편 근처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의 길 건너편에는 우리 한국대사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여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곳이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버킹엄궁전(Buckingham Palace)이었다. 원래는 버킹엄 공작 개인의 사저(私邸)이었는데, 1837년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식 때에 궁전으로 격상되어 사용된 이후 역대 군주들이 상주하고 있는 곳으로 현재 영국 여왕의 공식적인 거주지이다. 화려한 방들의 수효만도 200여 개, 궁전에 근무하는 사람의 수는 약 450명, 왕족들을 보필하는 시종만 50여 명이 되며 연간 초대객은 4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우리는 궁전 정원으로 들어갔다. 하늘에는 시커먼 구름과 하얀 구름이 서로 자리다툼을 하고 있었다. 구름이 바뀔 적마다 정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파란 잔디가 온갖 빛깔로 색상을 바꾸고 있었는데 매우 인상적이었다. 여기저기 무리져 있는 꽃나무들은 변하는 잔디의 빛깔에 맞추어 노랗고 빨갛고 파란 색을 수놓고 있었다. 거기다가 가끔 가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도 하였다. 여왕은 궁에 없었다. 왕이 궁전에 있을 때에는 버킹엄 궁전 정면에 왕실기가 게양된다. 그런데 지금은 영국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어디로 가셨을까? 그게 왜 궁금하니? 갑자기 나는 나를 윽박지르고 있었다. 저 멀리서 빅토리아 여왕의 황금빛 동상이 웃고 있었다. 근위병 교대식이나 보고 가셔요. 여왕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11시경 근위병 교대식이 거행된단다. 그런데 왜들 그 교대식을 보고 싶어 안달들인가? 정확히 72cm의 보폭으로 걷는 근위병들의 모습이 색다른 볼거리이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덕수궁’에서도 위병들의 근무교대식이 거행된다. 아무래도 이것은 벙킹엄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을 흉내낸 행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덕수궁 위병 근무교대식은 너무 단조롭다. 벙킹엄궁전의 근위병 교대식은 무엇이 다른가? 얼핏 똑같게 보이는 병사들의 복장 하나하나가 조금씩은 다 다르다고 하지 않던가? 캐나다 흑곰의 털로 만든 큰 모자는 키를 커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하는데, 그 벙거지에 달린 깃털의 위치와 색깔, 웃옷의 색깔과 단추가 달린 모양 등 모두가 약간씩은 다 다르다고 하니 볼 만한 구경거리가 아니겠는가?

  구경하는 인파가 너무 많다 보니 담장에 붙어서 구경을 하려면 동양인은 키가 작아서 불리하다고 한다. 때문에 거리로 나갈 때 성문 앞에서 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래서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급하게 핸드폰을 조작하여 사진을 찍었다. 마음에 꼭 들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무난하게 찍을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중의 일이지만 금년 들어 2번씩이나 한국을 찾았던 근위병이었다. 한 번은 5월 29일 영국항공과 주한 영국대사관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89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광화문에서 수문장과 나란히 포즈를 취했던 영국 왕실의 근위병, 다른 한 번은 9월 30일 영국 왕실 군악대까지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하여 근위병 교대식을 선보였다고 하였는데, 신문을 통해서만 그 소식을 접했던 나는 직접 가서 보지 못한 일이 얼마나 서운하였는지 몰랐었다.

이제 오전 일정은 끝이다. 다음 번 여정은 대영박물관인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먹어야 산다, 살아야 구경도 한다.’라는 단순한 공식에 충실하려는 것은 아니다. 살아서 구경하기 위해 먹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먹는 일 자체를 즐기자는 것이다. 한때 제주도의 식당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사랑이야기 “맨도롱 또똣”이 인기이더니, 요즈음에 와서는 “식샤를 합시다”라는 연속극을 필두로 하여 ‘먹방’이 대세이지 않은가? 일단 먹고 보자. (15.12.28.→30일→31일 개작.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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