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3 2016. 10. 21. 22:36


대단하다.hwp


      대단하다

                                                                               이 웅 재

   ‘대단하다’, 지령 300호라니. 그 대단함을 체험으로 느끼고 있기에 ‘대단하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한때 ‘분당문학’의 회장으로 지낸 적이 있다. 그때 『분당문학』을 창간하고 그 3집까지를 발행해 보았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었다. 계속 이어가 보려고 노력하고 노력해 보았지만 허사였다. 그렇게 잡지를 계속 발행해 나간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절감하였다. 아울러 내 능력의 한계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런데 우리의 『수필문학』은 이번 11월호로 지령 300호를 맞는 것이다. 다시 한번 반복하지만, 지령 300호, ‘대단하다.’

   책을 출판하는 일은 흔히 산고(産苦)에 비유된다.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통증이 산통(産痛)라고들 한다. 그러한 산고를 300번이나 견뎌내었다는 일은 정말로 ‘대단한’ 일이다. 나는 남자라서 산통의 고통을 잘 모른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아파 본 경험 중에서 ‘대상포진(帶狀疱疹)’이 가장 그에 가까운 아픔이 아니었나 여길 뿐이다. 대상포진도 조기에 피부과 병원엘 찾아가면 별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별명부터가 ‘거북이’인 나는 엉뚱하게 다른 치료만 하다가 4~5일이 지난 후에야 피부과를 찾았던 때문에 대상포진의 통증을 제대로 겪어 보았던 것이다. 그건 한 마디로 지옥이었다. 날카로운 칼끝이나 송곳으로 가슴팍을 마구 쑤셔대는 듯한 통증, 정말로 참기가 어렵다 보니 피부과 의사 분께서도 ‘수면유도제’까지 처방을 해 주었었다.

   그런데 어떠면 그보다도 더할 수도 있는 산고를 300번이나 견뎌 내었다는 일이니 정말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수필문학』은 그래서 대단한 문학지다. 나는 그 대단한 문학지에 가끔 수필도 쓰고, 『고전 수필 순례』를 연재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또『백화제방(百花齊放)』을 연재하고 있으니, 영광스럽기 그지없다. 지금은 그러한 『수필문학』지령 300호를 축하하는 메시지까지도 쓰고 있으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이 감격스럽기 비할 바가 없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대단하다’이고, 첫 문장도 ‘대단하다’로 시작했고, ‘대단하다’라는 말을 계속 사용했으며, 마지막 말도 ‘대단하다’로 끝내려고 한다.

   『수필문학』300호, 정말로 ‘대단하다’. (16.10.18. 7매)


대단하다.hwp
0.01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