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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17) 충무로부터의 전화

거북이3 2016. 12. 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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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음새문학 열네 번째 글모음”, 교음사, 2016.11.10,pp.39-40.에 실린 글임.

     (거북이 17)

             충무로부터의 전화

                                                                                                                                            이 웅 재

  드디어 졸업이 코밑으로 다가왔다. 30명이 입학해서 13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입대를 하였기 때문이었다. 1966년, 취업이 무척이나 어려운 시기였다. 하지만 나는 정상적인 졸업을 하기로 했다. 억지로라도 졸업을 하지 않는다면, 졸업 자체가 어려워질지도 모르는 나의 처지로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여겼던 것이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걱정은 쌓여만 갔다. 졸업 후 어떤 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거센 바람 앞에 내몰려 있는 촛불과 같은 운명이랄까?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교학처에서 연락이 왔다. 경상남도의 충렬여중상고의 김재규 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으니 한 번 연락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김재규 선생님은 나의 중학교 때 은사님이었다. 좀더 정확히 말한다면 선생님께서는 나를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주신 분이었다. 선생님은 수녀이셨다. 3달 간의 대학 입시 공부를 하고 있을 때, 단 하루 공부를 쉬게 해 주셨던 분이다. 바로 그 선생님께서 계시던 소사 쪽에 있었던 수녀원 구경을 시켜 주셨기 때문이었다. 당시 수녀원은 완전 금남(禁男)의 구역이었기에 하루라도 대입 준비를 쉬는 일이 어려운 처지였지만, 흔쾌히 수녀원 구경을 하러 나섰던 것이다. 그 선생님께서 전화를 걸어 나를 찾는다고 하기에 연락을 했다.

  신호음이 떨어졌다.

  “선생님, 저 웅재에요.”

  말을 마치자마자 선생님의 반가운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다.

  “웅재야, 너 충무로 와서 나 좀 도와다오.”

  선생님께서는 그곳 천주교 계통의 충렬여중상고 교장으로 계신다고 했다. 세상에서 그렇게 반가운 목소리일 수야? 내가 선생님을 도와 드리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께서 내게 내리는 복음의 소리였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충무 생활이 시작되었다.

                                               (16.8.21. 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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