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문화 체험기 7)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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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문화 체험기 7)
중국,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이 웅 재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올랐다. 가이드의 입이 바빠진다. 이번에는 한‧중‧일 3국과 관련된 얘기를 하였는데 한 번쯤은 들어둘 만한 내용이었다.
먼저 중국부터 들이민다. 웬만한 강대국들, 그리고 경제대국이라는 나라들 중에는 중국 돈을 안 빌려다 쓴 나라가 없단다. 러시아만 빼고는 말이다. 때문에 위안화[¥]가 중요한 국제 결제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국제 결제수단의 첫 번째는 당연히 달러[$]요, 두 번째가 엔화[¥], 그리고 세 번째가 유로화[€]였는데, 앞으로는 위안화가 유로화를 대치할 것이라고 했다. 가이드는 통화기호까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엔화와 위안화의 통화기호가 같았다. 그러니까 통화기호로 하면, $‧¥‧¥가 국제 결제수단이 된다는 말이겠다.
예전 같으면 별 볼 일 없었던 중국 동북지역 지린[吉林]성 국경도시 훈춘(琿春) 같은 곳은 경제특구로 지정이 되면서 신경제 중심도시로 무서운 탈바꿈을 하고 있지 않은가? 러시아,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두만강 유역의 훈춘은 이제 도심 상점들의 간판을 중국어, 러시아어, 영어, 한글의 4개 국어로 표기할 정도로 활기찬 도시가 되었다.
북한에서도, 동해와 10k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훈춘을 염두에 두고, 나진‧선봉(羅津先鋒) 자유경제무역지대를 만들었다. 수심이 얕을 때에는 50cm 정도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라서, 화장품을 사러 훈춘까지 왔다갔다 할 정도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이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한과의 교역이 활발한 지역이었는데, 격세지감이 든다. 인구가 13억이 넘는 중국, 세계에서 가난한 나라로 알려졌던 중국이 세계 3대 통화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여야로 갈라져서 서로 싸움질로만 세월을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이 걱정스러워진다.
일본은 어떤가? 다른 무엇보다도 철저하게 약속을 중시하는 민족성이 오늘의 일본을 만들었다고 할 수가 있다.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도, 약속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생긴 부끄러운 말이 ‘Korean Time’이다. 이제 우리는 이 말을 하루 ‘빨리’ 없애버려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한국도 만만한 나라는 아니란다. 일본도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 딱 세 가지가 있단다. 그 첫째는 인천공항이요, 둘째가 부산신항,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아줌마 정신’ 바로 ‘기(氣)’였다. 사실 그 ‘기’는 아줌아들에게만 있는 것만도 아니다. 흔히들 ‘끼’라고 하는 그것이 있음으로 해서, 한류(韓流)가 탄생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말춤이 탄생되었던 것이 아닌가? 그런가 하면 요사이 잘 나가는 여자 양궁이나 프로골프도 한국적 ‘기(끼)’의 발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본은 따라잡지 못하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미 앞에서 얘기한 바대로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지 못하는 것에다가, 무엇보다도 일본인의 책읽기는 쉽게 따라잡을 수가 없는 일이리라. 독서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문학을 위시해서 노벨상을 받는 사람이 쉽게 나오기가 힘든 일은 당연하다. 책을 읽자. 대형서점도 망해 가는 나라에는 ‘희망’이라는 단어도 찾아오기를 꺼려하는 법이다.
드디어 신화의 마을 자연공원에 도착하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바람에 자연공원을 둘러보는 일은 생략하고, 우산들을 펼쳐 쓴 채, 걸어서 대마도의 대표적인 신사인 ‘와타즈미신사[和多都美神社]’로 향하였다. 한국 사람들은 ‘신사’라고 하면 펄쩍 뛰기부터 한다. 전범들을 제사지내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靖國神社] 때문이다. ‘와타즈미신사’는 용왕의 딸인 토요타마히메노미코토[豊玉姬命]를 모신 곳으로 일본의 시조와 관련된 신사일 뿐이니 선입관은 버리고 전설을 들어보자.
어느 날, 하늘의 신이 낚시를 하다가 낚시바늘을 떨어뜨리고는 그것을 찾기 위해 바다로 내려왔는데, 바다 속 용궁에 있던 공주를 보고 한눈에 반해 버렸다. 해서 결혼을 하여 같이 살다가 공주가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바다 속에서는 출산을 할 수가 없어서 마련한 장소가 바로 이곳이라고 한다. 공주는 아이를 낳는 동안 절대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하였는데, 시간이 오래 지나도 나오질 않자 그만 참지를 못하고 신사 안을 들여다보고 말았다. 그랬더니 웬 구렁이 한 마리가 아이를 안고 있지를 않은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구렁이는 도망을 가 버리고, 공주의 이모가 그 아이를 주워다 키웠다. 아이는 자라서 이모와 눈이 맞아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가 일본 초대 천황인 신무천황(神武天皇)이라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근친상간에 그렇게들 집착하는 이유를 알 만하였다.
신사에는 ‘도리이[鳥井]’ 다섯 개가 나란히 한 줄로 서 있다. 그 방향이 김해의 김수로왕릉을 향하고 있다고도 하며, 김수로왕의 자손이 대마도로 건너와서 세운 것이라는 설도 있다. 하늘 천(天) 자 모양의 도리이는 ‘새가 쉬어 가는 곳’을 의미하며, 우리나라 사찰의 일주문(一柱門)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문이라고 한다. 5개인 것은 재물욕, 명예욕, 식욕, 성욕, 수면욕으로부터 해탈한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도리이 사이에는 ‘데미즈야[手水舎]’라는 식수대 비슷한 것도 있었는데, 참배자가 손을 씻고 입안을 헹구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지 식용은 아니란다. 신사로 가는 입구에는 인공적인 배수로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시꺼멓게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 물속에서 게 두 마리가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을 보고 생명이란 정말로 쉽게 범접할 수 없는 끈질긴 것이며, 따라서 고귀한 것이라는 점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17.7.28. 15매 사진 16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