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괴불주머니[백화제방(百花齊放) 31]

거북이3 2018. 2. 22. 17:16


#31괴불주머니[백화제방(百花齊放) 31].hwp


      괴불주머니[백화제방(百花齊放) 31] ("수필문학" 2017. 11월호, pp.138 ~141.)
                                                                                                                         이   웅   재

 5월, 계절의 여왕이란다. 온갖 꽃이 와르르 피어나는 봄, 그래서 ‘여왕’의 자리에 등극을 했다. 봄에는 꽃이 만발하고, 여름은 녹음이 우거지고, 가을엔 단풍이 물들고, 그리고 겨울엔 눈꽃이 아름답다고들 하지 않는가?
 하지만, 기실 통계적으로 보면, 가장 많은 꽃이 피는 달은 7월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의 찬탄을 받으면서 피어난 5월 꽃들의 위세에 눌려, 그 이후에 피어나는 꽃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아서 여왕의 자리를 빼앗긴 7월이 불쌍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5월이 여왕이면, 다른 달은 모두 신하라는 말입니까?’ 계절마다의 특색이 다 따로 있는데, 그와 같은 단순 비교는 바람직한 일이 못 된다는 것이다. 계절이나 꽃들만 그러할까? 사람에 대한 평가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아니하니 안타깝다.
 그런 것은 어쨌든, 5월의 탄천 변은 나름대로 여러 가지 꽃들이 서로 다투어 피어나는 바람에, 산책하는 사람들의 눈이 매우 즐거워진다. 탄천과 만나는 야탑천을 조금 지나가다 보니, 전에는 못 보았던 얼핏 특이하게 생긴 꽃이 내 시선을 확 끌어 잡아당기고 있었다. ‘괴불주머니’였다. 인터넷에서는 절에서 탱화(幀畵)를 거는 ‘괴불대’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괴불’은 어디에 ‘건다’라는 뜻이 있어, ‘괴불주머니’란 ‘걸고 다니는 주머니’라는 뜻의 말에서 온 이름이라는 설명도 있으나, 그것은 올바른 해석이 아니다. ‘탱화’를 건다는 말은 ‘괴불’이 아니고 ‘괘불(掛佛)’이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괴불주머니’란 ‘어린아이가 주머니 끈 끝에 차는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 색 헝겊을 귀나게 접어서 그 속에 솜을 통통하게 넣고 수를 놓아 색 끈을 단다.’고 하였다.
 옛날 사람들은 삼재(三災)를 막기 위해서 또는 자신의 신분을 과시하기 위해서 보석이나 패물을 지니고 다녔다. 하지만 서민들은 그럴 만한 형편이 되지 못해서, 오색 헝겊 따위를 가지고 솜을 싸서 삼각형 모양 따위로 만들고 거기에 수를 놓기도 하여 가지고 다녔다. 그걸 괴불주머니라고 했는데, 요즈음에는 보기가 힘든 물건이 되었다. 가끔 휴대폰 줄 중에 그 비슷한 것도 있다고 한다.
 괴불주머니라는 이 꽃은 바로 그것의 모습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괴불’은 사실 ‘고양이 불알’이라는 말이다. 이 꽃은 산지의 습한 곳을 좋아하지만 인가와 가까운 냇가라든가 숲 근처 등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양귀비목 현호색과의 두해살이풀로 ‘외로움을 탄다’고나 할까, 혼자 뚝 떨어져 지내는 것을 싫어해서 군락(群落)을 이루어 지내는 풀이다. 암모니아와 같은 특유의 역한 냄새가 나서 똥풀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키는 15~60㎝ 정도, 줄기는 연약하며,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자라는데, 윗부분에서 많은 가지를 치며, 속은 비어 있다. 잎은 날개 모양으로 갈라져서 어긋나게 달리며, 4~6월에 노란색 꽃이 피우는데 꽃의 길이는 2㎝ 정도이며 총상화서(總狀花序:긴 꽃대에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피기 시작하여 끝까지 피는 꽃차례)를 이룬다. 꽃의 한쪽은 입술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아랫입술이 더 작다.
 열매는 2~3㎝ 정도 되는 선형(線形)의 삭과(蒴果:익으면 껍질이 벌어져서 씨가 튀어나오는 열매)로 콩꼬투리처럼 생겼으며 10~15개의 마디마다 둥글고 검정색을 띠는 씨가 들어 있다.
 번식은 주로 종자와 분주(分株)로 한다. 6월초에 종자를 채취하여 곧바로 직파하면 8~9월에 발아하고 다음해 봄에 개화한다. 두해살이 풀이기는 하지만 한 번 재배지에 파종하면 매년 계속적으로 생육하고 병충해에도 강하여 재배하기도 쉬운 편인 데다가, 꽃의 생김새도 일반적인 꽃들과는 좀 다른 특이한 모양일 뿐만 아니라 화려한 편이기도 하여 조경용으로도 이용된다.
 독성이 있어 소가 먹지 않는 풀이지만, 독을 제거해주는 효력이 있어 한방에서는 전초 또는 뿌리를 국화황련(菊花黃蓮)이라 하여 피부병, 해독, 경련, 타박상에 사용한다. 지상부는 황근(黃槿)이라 하여 옴, 버즘, 종기 등의 환부에 짓찧어서 붙이거나 즙을 내어 바르는 등 외용으로 주로 사용한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sinabro3114/220664128793’에서는 괴불주머니가 속하여 있는 ‘현호색과’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현호색의 玄(검을 현)은 덩이줄기, 즉 괴경이 검은 빛깔이 난다는 의미이며, 胡(오랑캐 호)는 주생산지가 중국의 하북성 및 흑룡강성 등 북쪽지방이라는 의미이고, 索(꼬일 색)은 새싹이 돋아날 때 매듭 모양이 형성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결국, 현호색은 검은색의 뿌리를 가졌으며 매듭모양으로 새싹이 돋는 북쪽지방의 식물이라는 뜻으로 지어진 이름이라는 것이다.”
 괴불주머니의 종류는 한 10여 가지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 등록이 되지 않은 것도 속속 발견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금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괴불주머니, 산괴불주머니, 자주괴불주머니, 눈괴불주머니 등이 있다. 괴불주머니와 산괴불주머니는 꽃으로 보아서는 두 식물이 거의 흡사하여 구별이 쉽지 않으나 잎을 자세히 보면 산괴불주머니 잎은 괴불주머니 잎보다 많이 갈라져 있고 잎 폭도 좁다. 그리고 자주괴불주머니는 그 꽃의 빛깔이 자주색이라서 쉽게 구별할 수가 있다. 자주괴불주머니는 만다라화(蔓陀羅華)라고도 하며, 염료용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눈괴불주머니는 한국산 괴불주머니 중에서는 가을에 개화하는 차별성뿐만 아니라, 줄기에 능각(稜角: 뾰족한 모서리)이 있는 유일한 종이며, 열매의 모양도 다른 것들은 콩이나 팥의 콩깍지처럼 생겼는데, 이 눈괴불주머니는 긴 도란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는 바, 필자는 아직도 그 눈괴불주머니는 보지를 못하였다.
 괴불주머니의 꽃말은 ‘보물주머니’ 또는 ‘비밀’이다. (17.10.6.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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