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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제방 32 팔손이

거북이3 2018. 2. 25. 20:57

    

#32팔손이[백화제방(百花齊放) 32].hwp



  팔손이[백화제방(百花齊放) 32] ("수필문학" 2018.1,2월호. pp.124-127.)
                                                               이   웅   재

 금년 1월엔 제주도엘 갔었다. 거기서 본 꽃은 주로 동백꽃과 털머위꽃, 그리고 팔손이꽃이었다. 한 해가 시작되는 1월에도 꽃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동백꽃은 남쪽 지방에서는 너무 흔한 꽃이고, 털머위꽃은 여기 ‘백화제방’에서도 한 번 피어났던 꽃이기에 이번에는 팔손이와의 만남을 가져볼까 한다. 겨울 꽃이라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시크라멘이지만, 이왕이면 토종 꽃과의 만남을 가져볼까 해서 이번에는 팔손이꽃과의 ‘날짜’를 가져보려는 것이다. ‘날짜’라니? 영어로 말해야 쉽게 알아들을까? 바로 ‘데이트’라는 말이다.
 팔손이를 소개하는 많은 글들을 보면, 대개 겨울의 문턱인 10~11월에 꽃이 핀다고들 하고 있지만, 나는 놈을 1월도 중순쯤에 만나 보았다. 팔손이는 충매화(蟲媒花)에 속한다. 벌, 나비도 활동을 멈춘 계절에 피는 꽃이 웬 충매화? 그래야 할 비밀이라도 있는 것인지 꽃말도 ‘비밀’이란다. 벌이나 나비 종류가 아니라면? 그렇다. 파리 종류에 의하여 꽃가루받이를 한단다. 파리 종류? 놈은 퀴퀴하게 썩는 듯한 냄새를 좋아하는 놈이 아니던가? 맞다. ‘꽃’ 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아주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아니다. 열대 식물처럼 잎이 시원스러운 데다가 냄새까지 향긋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옛 말에도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는 말이 있지를 않던가?
 두릅나무과 팔손이목에 속해 있는, 늘 푸른 넓은 잎 떨기나무인 팔손이는 잎이 손바닥을 펼친 모양인데, 손가락이 5개씩인 사람과는 달리 8갈래로 갈라진다고 하여 8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실제로 잎이 모두 여덟 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 어린잎은 대부분 7갈래 이하로 되어 있고, 다 자란 놈들은 9갈래로 갈라진 것들이 오히려 많으며, 광택이 난다. 갈래조각은 달걀 모양 바소꼴(=피침형[披針形, 鈹鍼形]. 피침은 길이 네 치, 너비 두 푼 반가량이고 양쪽 끝에 날이 있는, 곪은 데를 째는 침)이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다.
 한 나무에 단성화(單性花)와 양성화(兩性花)가 다 피는 잡성화(雜性花)의 꽃을 피우는데, 가지 끝에서 길이 5mm 정도의 자잘한 우윳빛 흰색을 띄며, 줄기 끝에 둥글게 우산 모양으로 모여서 피어나고, 이들이 커다란 원추꽃차례(위로 갈수록 점점 좁아져 전체적으로 원뿔 모양[우산 모양]인 꽃차례=圓錐花序)를 이룬다. 열매는 다음 해 오뉴월에 여는데, 둥글고 까만 것들이 여러 개씩 모여 달린다.
 좋아하는 환경은 배수성이 높은 토양에다가 반그늘을 좋아한다. 한편, 물을 좋아하는 습성도 있어서 가정에서 기를 때에는 물주기를 충분하게 해 주어야 하며, 습도도 높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다. 공해에도 비교적 강하며 잎에 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한국에서는 제주도를 비롯한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등 남부 지방의 바다 근처의 숲에서 주로 자란다. 원산지는 한국 남부지역과 일본 일대이며, 통영 비진도의 팔손이나무 자생지는 천연기념물 63호로 지정이 되어 보호를 받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울산광역시(예전 경남) 대왕암 근처의 야산에서도 가끔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서식지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생지에서는 높이 3m까지도 자라지만 화분으로 기를 때는 보통 1m 내외로 자라고 비교적 추위에도 강하여, 월동 온도 2℃ 이상만 지켜주면 된다. 줄기는 보통 외줄기로 곧게 자라지만, 순치기를 하여 주면 가지가 갈라지기도 한다. 가지에서 잎이 떨어지면 그  자국이 크게 남아 있으며, 햇가지에는 솜털이 나 있자만, 자라면서 곧 없어진다.
 팔손이나무에 얽힌 전설을 보자.
 옛날 어느 공주의 시녀 한 사람이 공주가 애지중지 아끼는 금반지를 한 번 끼어보고 싶어서 양쪽의 엄지손가락에 몰래 끼워 보았는데, 그만 반지가 빠지지를 않는다. 궁궐에서는 난리가 났고 시녀들은 한 사람씩 모두 손가락 검사를 받게 되었다. 금반지를 끼어 보았던 시녀도 검사를 받았는데, 시녀는 빠지지 않는 금반지를 숨기기 위하여 양 엄지손가락을 꼭 접어 여덟 개의 손가락만 보였다. 그때 갑자기 벼락이 내려치면서 그녀를 잎이 꼭 손가락 여덟 개를 붙여 놓은 것처럼 생긴 팔손이나무로 바꾸어 버렸다고 한다. 꽃말이 ‘비밀’인 것도 그런 연유로 해서 생겼단다.



 그런데, 전설과는 달리 비진도에서는 총각나무라고 부른다. 기실 팔손이나무를 보면, 여자 더구나 공주와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목질이나 잎이 다 투박하여 섬 총각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쪽이 오히려 그럴싸하다. 그런가 하면 세속에서는 재물이 팔방에서 모여든다고 하여 선호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공기 정화 식물로 널리 알려지면서 새집증후군 완화를 위한다거나, 특히 학생들의 공부방에 좋다고 인기가 대단하다. 책상과 컴퓨터가 있는 공부방에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음이온을 내뿜는 나무를 두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팔손이가 그런 나무인 까닭이다. 음이온은 산소공급을 도와주어서 혈액의 공급을 원활하게 해 주어서 자동적으로 집중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다. 게다가 수분도 많이 내뿜어서 가습기의 역할까지도 대신해 주고 있으니,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과거 민간에서는 팔손이의 잎을 목욕탕에 넣어 류머티즘 치료에 이용하기도 하고, 삶아서 거담제(祛[去]痰劑)로 쓰기도 하였으며, 염료식물로서도 사용하였다고 한다. 한약명으로는 ‘팔각금반(八角金盤)’이라고 하여 기침, 천식, 가래가 끓는 증세, 통풍 등에도 사용하였다고 하였으나, 잎에는 독성이 있어서 생즙을 내거나 달여서 천연살충제로 사용하기도 한다니, 음용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할 것이다.
 번식시키는 방법으로는 주로 꺾꽂이나 포기나누기를 이용하지만 씨앗으로 번식시키기도 한다.   
        (17.11.15. 15매, 사진 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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