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도로 눈을 돌릴 때가…[필리핀 문화 체험기 18‧끝]
필리핀 문화 체험기 18[끝]. 중국에서 인도로 눈을 돌릴 때가….hwp
[필리핀 문화 체험기 18‧끝]
중국에서 인도로 눈을 돌릴 때가…
이 웅 재
2월 13일(화) 맑음.
오늘이 필리핀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대충 짐을 싸 놓은 후 아파트 앞쪽의 ‘Metro Department Store’에 있는 ‘Metro Supermarket’으로 갔다. 오늘은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처럼 구경 위주가 아니라, 그동안 생각해 두었던 망고 팩 등 몇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사기 위한 걸음이었다. 아파트에서 나올 때에는, 차가 드나드는 출입구 옆쪽 녹지에 있는 꽃나무가 늘 궁금하였기에 사진 한 장을 찍어 두었다. 나중 귀국 후에 알아보니 ‘코스투스(Costus)’였다. 브라질이 원산지라는 이 꽃은 햇빛을 좋아하는 친구라서 13℃ 이상의 온도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 좋다. 원산지에서는 일년 내내 꽃을 피운다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도 겨울철을 뺀 나머지 계절에는 서너 차례 볼 수가 있다고 하는 꽃이라니, 기회가 있으면 한 번 키워 보고픈 꽃나무였다. 꽃대는 세워 놓은 ‘솔방울’을 닮아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꽃은 흰색으로 에센셜 오일을 몸에 바른 듯 촉촉한 느낌이 난다. 그 기름으로는 향수를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고 한다.
이번 슈퍼마켓에서 나올 때에는 옆쪽으로 돌아 나왔는데, 그쪽에는 전에 못 보던 노점상들이 주욱 늘어서 있어서 관심 있게 보며, 잊지 않고 사진도 찍어 두었으나 나중 아무리 찾아보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다시 SM Supermarket으로 갔다. Metro에서 한 10분 정도만 걸으면 되었다. 역시 이것저것 구경하고 몇 가지 물건을 사고 나왔는데, 계산대를 보았더니 Cart는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Basket Cart와 Big Cart가 그것이었다. 모양 등은 달랐지만 우리나라에도 여러 종류의 Cart가 있어서, 그러한 점들은 서로가 비슷하지 않나 생각되었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거실 양면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에 있는 책들을 한번 살펴보았다. 주로 서영이와 종한이가 읽어야할 책들이었다. 크게 보아서 3가지 종류의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먼저 위인전이 엄청 많았다. 국내의 위인들은 물론이요, 외국의 위인들도 아이들의 머릿속에 살아 움직이며 많은 교훈을 주고 있을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다. 다음 ‘Why?’ 시리즈의 책들도 위인전 못지않게 많았다. 그 내용들을 일별하니 동식물과 관련된 내용을 비롯하여 인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들, 그리고 남북극을 위시한 지리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한국사에 대한 책들도 몇 가지 종류가 구비되어 있었다. 그 중의 한 가지 금원희 글, 소담미디어 간행의 “다시 쓰는 이야기 한국사” 시리즈가 있기에 그 1권을 독파하여 보았다. 아이들에게 한국의 역사를 아주 알기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오늘 저녁에는 비행기를 타고, 14일 새벽에 한국으로 귀환한다. 우리 내외뿐 아니라, 딸내미네 식구 네 명도 함께 한국으로 간다. 그 이튿날인 15일(목)부터 설날 연휴가 되는 까닭이다. 딸내미 시어머니는 지금 한국에 계신다. 해서 설날에 시어머니와 함께 지내려고 가는 것이다. 연휴가 끝나고 18일(일)에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필리핀으로 갈 예정이다. 아이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도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구정이라고 쉬는 까닭에 내일(14일) 하루만 결석을 하면 되어서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역시 중국인들을 배려한 일정이다. 이곳 마닐라의 상권은 대략 70% 정도를 중국인들이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라니 당연지사라 할 것이다.
인구 13억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중국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華僑)의 숫자가 단연 1위로 5,500만 정도라고 한다. 그런 나라가 최근에는 무서운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으니, 무서운 나라다. 한때 우리나라는 그러한 중국과 비교적 사이가 좋았었는데, 사드 문제 이후로 지금은 영 껄끄러운 관계이다. 중국에 엇비슷하게 인구가 많은 인도의 해외 동포(印僑)도 3000만 정도가 된다고 한다. 인도도 곧 경제 성장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해외 동포들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돈을 알아보니 2014년 기준으로 화교가 640억 달러인데 비해, 인교의 경우는 700억 달러로 화교를 앞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점으로 본다면, 아직 사람의 숫자로는 중국에 뒤지지만, 앞으로는 외국에서 대접받는 사람들이 인교가 될 가능성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젠 중국에서 인도로 시급히 눈을 돌려야 할 때가 되었다.
이번 필리핀행에서 느낀 점 중 하나로, Canyon Cove에서 소박한 아침 식사를 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는 말을 했었다. 그와도 관련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얘기겠지만, 나는 필리핀에 있는 동안 거지를 보지 못했다. 내가 못 보았다고 없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부자 나라 미국에서도 보았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보았는데, 필리핀에서는 못 보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도 그 일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현상이겠지만, 필리핀에서는 웬만해서는 팁을 주지 않아도 되었다. 호텔에서도 그렇고 음식점에서도 그렇다. 음식점의 경우에는 봉사료가 따로 계산되어 나오곤 했었다. 미국이나 캐나다, 동유럽이나 서유럽, 그리고 발칸 반도나 중국에서도 보통 1$ 정도의 팁을 주어야 했었는데, 필리핀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워낙 물가가 싸다 보니까 필리핀에서는 1$가 상당히 큰 금액으로 치부되어서 그런지는 몰랐지만, 그만큼 ‘공짜 근성’에 물들지 않은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면 필리핀의 경제 발전 속도도 베트남 못지 않게 빨라지리라는 생각을 해 보면서 필리핀 문화 체험기를 끝맺는다. (18.4.7.15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