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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백화제방(百花齊放) 38]

거북이3 2019. 2. 13. 21:25



         모감주나무[백화제방(百花齊放) 38]
                                                                                                                                                     이   웅   재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9월 19일 오후 백화원 영빈관 숙소 앞 정원에 남측에서 가져간 10년생 모감주나무 한 그루를 식수하면서 말했다. “꽃이 노란색인데 황금색 꽃이라고 해가지고, 나무 말이 ‘번영’입니다. 옛날에는 이 열매를 가지고 절에서 쓰는 염주를 만들었다고 해서 염주나무라고도 부르기도 했다.”
 모감주나무는 무환자(無患子)나무과 모감주나무속에 속하는 낙엽 활엽 소교목이다. ‘무환자(無患子)’라는 말은 ‘근심(患)이 없다(無)’는 뜻에 ‘의자, 탁자, 주전자’ 등에서 보는 것처럼 접미사 ‘-자(子)’를 붙인 말로, 본래 중국에서 도교를 믿던 사람들이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것으로 여겨 즐겨 심은 나무라고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이 나무를 집 안에 심으면 집안의 우환과 근심을 없애 주는 나무라고 믿어 왔었다. 이 ‘과(科)’에 속하는 나무들은 인도가 원산지로 중국을 거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옛날 중국에서는 왕에서 서민까지 묘지의 둘레에 심을 수 있는 나무를 정해주었는데, 학덕이 높은 선비가 죽었을 때에는 이 모감주나무를 묘지의 주위에 심게 했다고도 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이 나무를 ‘선비수’ 또는 ‘학자수’라고 불렀다.
 이러한 무환자나무과에 속하는 모감주나무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에 서식하는 세계적으로 희귀종인 나무다.
 모감주의 ‘모감’은 ‘묘각(妙覺)’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묘각’이란 ‘묘한 깨달음’이라는 의미로 보살 수행의 52위인 마지막 지위, 온갖 번뇌를 끊어버린 부처의 무상정각(無上正覺), 곧 부처의 지위에 올랐음을 뜻하는 말이다. 운허용하(耘虛龍夏) 저 “불교사전”(동국역경원, 1961)에 의하면, ‘무상정각’이란 “이보다 위가 없는 깨달음이므로 무상이라 하고, 치우치고 삿됨을 여의었으므로 정(正), 진리를 깨달았으므로 각(覺)이라 한다”고 풀이하였다.
 그런가 하면, ‘수목도감’에서는 모감주나무의 모감은 ‘닳아 없어진다’는 뜻의 ‘모감(耗減)’이라고도 하였다. 달아 없어지는 것, 바로 염주를 상징하는 것이다.
 모감주나무는 내염성(耐鹽性)이 있으며, 공해에도 비교적 강한 편으로, 절개지(切開地)나 돌이 많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적응력이 강한 나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중부 이남의 바닷가 가까운 곳에 드물게 자라는 나무로 소교목이라고 하였듯이 그 키가 통상 7∼13m 정도이다.
 이 나무는 잎은 어긋나고 대체로 길이 25cm 안팎의 깃꼴겹잎인데, 작은 것은 길이 3cm 정도 되는 것도 있다. 생김새는 긴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는 불규칙하고 둔한 톱니가 있다. 모감주나무나 자귀나무 꽃이 피면 장마가 든다는 조상 때부터 내려오는 속설처럼, 장마가 들기 시작하는 늦은봄이나 초여름에 가지 끝에서 원추꽃차례[圓錐花序: 위로 갈수록 점점 좁아져 전체적으로 원뿔모양인 꽃차례]의 화사하기 그지없는 황금색 꽃을 1개월 정도 가득 피워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꽃이 필 때면 벌과 나비가 끊이질 않아 좋은 밀원(蜜源)으로서도 가치가 있으며 노랗게 피는 꽃이 아름다워 관상수로 심기도 한다. 7월경부터 꼭 꽈리처럼 생긴 특이한 삭과(蒴果: 익으면 껍질이 벌어져서 씨가 튀어나오는 열매)가 달리는데, 그 씨방 안에는 3개의 굵은 콩알만 하고 윤기가 있는 까맣고 동그란 씨앗이 들어 있으며, 그 씨앗은 완전히 익으면 망치로 두들겨야만 깨질 정도로 돌처럼 단단하여 ‘금강자(金剛子)’로 불리기도 한다. 이수광(李睟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에서는 “열매는 구슬과 같아서 속담에 이것을 무환주(無患珠)라고 한다”고도 하였다. 이 열매는 만질수록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해져서 고급 염주의 재료로 사용된다. 그래서 이 나무를 흔히들 염주나무라고 부르며, 때문에 사찰 주변에서도 가끔 찾아볼 수가 있다. 또한 예전에는 어린 아이들이 돈을 주고 사지 않아도 되었기에 이 열매로 팔찌를 만들어 차고 다니기도 하였다.
 염주는 보통 피나무나 무환자나무 열매, 율무, 수정, 산호, 향나무, 이팝나무들로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가 인기가 좋아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정도였다.
 KBS의 과학 전문기자인 이은정 씨의 ‘모감주나무의 비밀을 파헤친 미래의 과학자’(www.ksmcb.or.kr/file/webzine/2010_10_04.pdf)라는 글을 보면, 충남 예산군 고덕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그 씨앗을 보고 재미있는 연구를 한 내용이 소개되어 있다.
 각 씨앗들이 마치 나뭇잎으로 만든 배에 올라타듯 이파리 하나에 올려놓으면, 바람이 불어 열매가 회전하면서 떨어질 때 허공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멀리까지 퍼질 수 있어서, 초속 3m의 바람에서도 150m를 날아갔다고 하였다. 또한 이 씨앗을 물에 띄워 보았더니, 가라앉지를 않았다고 했다. 내부에 공기방울이 생겨 부력을 제공해 주었다는 것이다. 바다에 도착해도 거센 파도 위에서 2개월 동안이나 부유(浮游)할 수 있을 정도라고 하니, 중국 쪽에서 서해 바다를 통해 우리나라로 전래되었을 것이라는 추론을 증명해 주는 소중한 연구였다고도 할 수가 있겠다.
 현재 우리나라 모감주나무의 군락지가 주로 서해와 남해 등 해변가라는 점이 그 반증일 수가 있고, 또한 일본 혼슈 해변에서 발견되는 모감주나무도 쓰시마해류를 따라 전파되었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모감주나무의 다른 이름으로는 난수(欒樹, 栾树), 목란수(木欒樹), 보리수(菩提樹) 등이 있다. ‘란(欒)’자는 ‘둥글 란’으로 방울처럼 생긴 그 열매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닌가 싶고, 아예 ‘모감주나무 란’이라는 훈(訓)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서양 이름인 ‘Golden Rain Tree’라는 이름은 우기에 떨어지는 모감주나무의 꽃비에서 유래한 명칭이지 싶다.
(18.1.17.15매, 사진2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