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3)

2.뚝지의 출국

거북이3 2019. 11. 30. 19:22



              2.뚝지의 출국

                                                                                                                                        이 웅 재

 

  1117일 맑음.

  오늘은 이음새문학회에서 35일의 베트남 다낭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인천 공항 2터미널에서 8:30에 모이기로 하였기로, 집에서 7:00에 공항버스를 예약해 놓고, HP의 알람을 6:30으로 맞춰 놓았는데, 웬 걸, 알람은 울리지를 않았다. 다행히 그전에 일어났으니 망정이지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해서 확인을 해 보았다. 6:00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웬일이었지? 다시 한 번 확인하니, 이럴 수가? 17일은 일요일인데 앙똥하게도 월요일로 예약이 되어 있지를 않은가? ‘이런 멍청이 같으니자학을 하면서 멍청이의 정확한 뜻을 알아보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였더니, 뜻밖에 같은 의미로 멍텅구리가 낚였다.

  멍텅구리는 뚝지라는 바닷물고기란다. 몸통은 통통하고 못생긴 데다가 게으르기 짝이 없을 뿐 아니라 동작이 아주 굼떠서 위험이 닥쳐도 벗어나려고 노력도 하지 아니하는 놈이란다. 그래도 멍청이멍텅구리보다는 조금 낫다 싶어서 혼잣말을 바꾸어 보았다. ‘이런 뚝지 같으니’. 조금은 멍청한 느낌이 적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시간을 확인하려고 시계를 보다가, ‘이런 뚝지 같으니란 말을 다시 한 번 내뱉어야만 했다. 시계가 가지를 않았던 것이다. 배터리 수명이 다 된 모양이었다. 해서 HP으로 시간을 재어 보았더니 인천공항까지 딱 1시간이 걸렸고, 거기서 2 터미널까지 또 10분이 소요되어 8:10D카운터 앞에 도착하니 이미 몇몇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차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을 하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란다. 그래서 뚝지가 말했다.

  “그냥 앉아도 돼요?”

  상대방은 뜬금없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나는 한 마디 더했다.

  “나는 이 자리, 돈 내고 앉아야 하는 줄 알고 안 앉았었는데, 그냥 앉아도 되는구나!”

  그럭저럭 짐도 부치고 출국장으로 들어가서 탑승구 쪽으로 가는데, 누군가 이상하게 생긴 놈이 나를 반긴다. 가만히 보니 눈만 커다랗다. 코도 입도 안 보인다. , 그러고 보니 다리도 없고 얼굴과 몸통만 갖추었다. 그런데 움직인다. 아마도 바퀴가 달린 모양이다. 몸통에는 에어스타라고 불러 달라는 글씨가 보인다. 탑승 안내를 하는 로봇이었다. 아이들은 신기하다고 한 번씩 만져 보기도 한다. 몸통을 자세히 보니 사진 촬영 서비스도 한다고 씌어 있었다. 그 놈을 따라가다 보니, 실내 조경이 끝내 준다. 소나무 숲을 비롯한 각종 교목과 화초들이 예쁘게 보이는데다가 졸졸졸 시냇물까지도 흐른다. 세계 어느 나라 공항보다도 우수하다는 우리나라의 인천공항이다.

  탑승구 안쪽에서 기다리노라니 뚝지는 배가 고파지기 시작했다. 너무 일찍 나오느라고 아침밥을 먹지 못한 것이다. 해서 박준서 씨를 꼬셨다.

  “우리 짜장면 먹으러 가요.”

  그전에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먹어본 짜장면 맛이 그만이었던 것이다. 명동 입구에 있는 동보성짜장면과 어금버금했던 기억이었다. 해서 2층 식당가의 인천별미집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음식 주문도 기계가 대행하고 있었다. 아쉽게도 짜장면은 준비중이란다. 해서 할 수 없이 왕새우튀김우동만두를 주문하기로 했다. 뚝지는 기계치라고 했다. 해서 준서 씨가 주문을 했다. 그런데 주문 티켓만 받으면 되는 것이 아니고, 호출용 진동벨도 받아야 하는데두리번거리다 보니 오른쪽으로 진동벨함이 있었고 거기에서 진동벨 2개가 밖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흔히들 세상 참 좋아졌다고 한다. 모든 걸 기계가 대행하는 걸 두고 하는 말들인데, 나는 그 말이 못마땅하다. ARS 전화를 걸어보면, ‘0번 누르세요’, ‘1번 누르세요이어지는 명령에 짜증스러움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기계적이라는 말은 그래서 인정머리가 없는 말이나 행동거지를 가리키는 말이 되어 버렸다.

  여행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인 1128일 밤 12시가 넘어, 그러니까 29일 새벽인 셈인데, 손수 담근 매실주 한 잔을 하면서, TV 29번의 한국은 처음이지?”(도미니카공화국 편)를 보고 있을 때였다. 외국 여행객들이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은 있는데 편의점이나 음식점 출입문의 센서 누르는 법을 몰라서 들어가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있었다. 분명 기계화가 좋은 일만은 아님이 분명하였다. 전에도 그 비슷한 광경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는 우리나라보다도 더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가게 출입문의 센서에 대하여 무지하였다. 기계화가 편하게 느껴지게 하려면 한 단계 더 사람들을 배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여야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가게로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동작감지센서까지 달아주어서 출입문을 스스로 개폐하여 주도록 하여야지만, ‘기계는 편리한 것이 되는 일이 아닐까 싶었다는 말이다.

  드디어 탑승 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다투어 줄을 서고 있었다. 왜들 저렇게 순서를 다투는 것인지? 먼저 탑승한다고 앉고 싶은 자리를 골라 앉을 수 있는 일도 아닌데 말이다. 어쩌면 저런 모습은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던 625 시절, 꿀꿀이죽이 다 떨어지기 전에 타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줄을 서던 때의 무의식적 습관이 굳어진 행동들은 아닐지 하는 안쓰러움이 묻어나서 씁쓸했다. 그 이후로 습관화된 줄서기, 그렇게 대부분의 일들은 선착순으로 결정이 되곤 했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먼저 줄에 선 동행에게 한 마디를 했다.

  “먼저 가서 자리 좀 맡아 줘요!”

  탑승을 한 후, 앞뒤를 바라보던 나는 놀랐다. 빈자리가 많았던 것이다. 요사이 경제가 나쁘다는 말이 헛말이 아니로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19.11.30. 15. 사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