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인물열전

경북 인물열전 ② 金大城

거북이3 2006. 3. 26. 23:26
 

 

경북 인물열전②

     김대성(金大城)[新增東國輿地勝覽 卷21. 慶州府 人物條]

                                                                                      이   웅   재

 내 것이면서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가 이름이다. 제가 제 이름 지어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여기 그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그것이 바로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한 김대성(金大城)이다. 그리고 이런 특수성으로 하여 경북 인물열전의 두 번째의 자리에 올려놓는다.

 대성이란 이름은 머리가 크고 이마가 평평하여 마치 성과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원래 모량리(牟梁里; 혹은 避雲村이라고 한다)의 한 가난한 여인 경조(慶祖)의 아들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은 임금도 구제할 수 없는 일, 하지만 마음씨 고운 그 마을 부자인 복안(福安)의 집에 가서 품팔이를 하여 얻은 약간의 밭을 가지고 먹고 살 뿐이었다.

 그날도 복안의 집에서 품을 팔고 있었다. 갑자기 집 안팎이 소란스러워졌다. 당시의 고승 점개(漸開)가 육륜회(六輪會)를 흥륜사(興輪寺)에서 베풀고자 하여 복안의 집에 와서 시주하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었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이었다. 넓은 들판에다 단을 만들어 놓고[野壇] 불법[法]을 설파하는 자리[席], 그러니 그곳엔 많은 불신자들이 모여들어 시끌벅적했을 것이다. 그래서 생긴 말이 야단법석, 줄여서 법석인데, 야단(野壇)은 설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지금 복안의 집 앞이 바로 법석을 이루고 있었다.

 복안은 베 50필을 시주했다. 부자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성은 그것을 보면서 자기가 복안의 집에서 일하게 된 것을 매우 복스럽게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랬다. 그 집 주인의 이름이 바로 복안(福安)이었던 것이다. 이름, 이름이란 그처럼 중요한 것이로구나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름을 생각해 보았다. 대성(大城), 큰 성을 쌓을 것이라는 이름인데, 큰 성은커녕 울타리도 없는 조그마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어쩔 것인가?

 복안의 보시를 받은 점개가 축원했다.

 “그대는 보시하시길 즐겨 하시니 천신이 항상 보호하여 하나를 보시하면 만 배의 복을 얻게 하고[福] 안락 장수하게 될 것입니다[安].”

 복안의 이름자를 가지고 축원의 뜻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대성은 그 어미에게 달려가 말하였다.

 “제가 고용살이로 얻은 밭을 보시코자 합니다. 그리하면 필시 大城의 이름을 얻을 것이옵니다.”

 그 어미 경조도 ‘낙(諾)다’ 하여 그 밭을 보시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날, 국상(國相) 김문량(金文亮)의 집에 하늘에서 부르짖는 소리가 내려왔다.

 “그대의 집에 모량리의 대성이란 아이가 환생하리라.”

 식구들이 모두 놀라, 모량리로 사람을 보내어 염탐해 보니, 과연 그곳의 대성이란 아이가 죽은 날이었다.

 그날 하늘의 부르짖음과 함께 김문량의 아내가 임신하였다. 아이를 낳았는데 왼손을 꼭 쥐고 펴지 않았다. 7일이 지나서야 그 손을 폈는데, 금간자(金簡子) 하나를 꼭 쥐고 있어 열어 보니, ‘大城’ 두 글자가 새겨 있었다. 써 大城으로 이름하고 모량리의 어미를 모셔다가 아울러 봉양하였다.

 대성은 자라면서 사냥을 즐겨했다. 하루는 토함산(吐含山)에 올라 곰을 잡아가지고 왔는데, 그날 밤 꿈속에서 곰 귀신이 나타났다. 대성이 백배 사죄하여 빌었더니, 정 그렇다면 자신을 위해 절을 하나 지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후 대성은 사냥을 끊었으며, 곰을 위하여 장수사(長壽寺)를 세웠다. 그리고 이승의 부모를 위하여는 불국사(佛國寺)를 창건하고, 전생의 부모를 위해서는 석불사(石佛寺; 곧 石窟庵)를 지었고, 신림(神琳)과 표훈(表訓)의 두 성사(聖師)를 청하여 각각 머무르게 하였다. (表訓은 慶北 人物列傳③에서 다루고자 한다.)

 그가 석불을 조각할 때의 일이다. 돌이 갑자기 세 토막으로 갈라졌다. 대성이 노심초사하다가 설핏 잠이 들었다. 밤중에 천신(天神)이 내려와 석불조각을 완성해 놓았다. 대성이 감읍하여 향을 피우고 공양하였는데, 인하여 그곳을 향령(香嶺)이라고 한다.

 유사의 일연이 찬한다.

 “모량의 봄에 세 고랑 밭을 보시하니, 향령에 가을이 찾아와 만금을 거두었도다.”

 갑자기 나도 보시를 하고 싶다. 그런데 하늘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량리의 대성이가…”가 아니고, “갑자기 보시는 왜 하려고 하니? 속이 뻔히 보인다, 보여!”

하기에 물었다.

 “어떻게 보이는데요?”

 “뭘, 창자가 서로 뒤틀어져 꼬였고, 간장도 못 쓰게 되었구마!”

 “그래요? 그럼 쐬주 한 잔 해서 풀어주면 될 것이고, 간장 한 병 새로 사서 찬장 으슥진 곳에 넣어주면 되겠네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