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문화 체험기

(동유럽 문화 체험기 7) 부다페스트로 가는 도중의 와인 특강

거북이3 2006. 7. 21. 12:48
 

(동유럽 문화 체험기 7)

      부다페스트로 가는 도중의 와인 특강

                                                              이   웅   재


 6월 27일. 화.  오늘은 6시간을 소요하여 315Km를 이동, 동유럽의 파리라 불리는,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로 간다. 8개국을 관통하고 있는 다뉴브 강(도나우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부다와 페스트가 나뉘어 있다고 했다. 다뉴브 강은 유럽 제2의 장강으로 2,850Km나 되며 흑해로 흘러드는 강으로 부다페스트에서의 그 야경이 절경이란다. 그런가 하면 ‘부다’는 물, ‘페스트’는 평원을 가리키는 말이라고도 했다. 물과 관련해서는 체온보다 1℃ 정도가 높은 온천이 유명하고 페스트 쪽에는 한국식당이 3개가 있다는 말도 덧붙었다. 이동시간이 길다 보니까 이곳의 가이드들은 말솜씨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 같았다.

 우리 박희숙 가이드는 유럽은 맥주와 와인의 본고장이라면서 와인 강의를 시작했다. 레스토랑에 가면 서비스 맨이 와인을 처음에는 조금 따라주는데, 그것은 와인이 상했는지 ‘확인하십시오.’ 하는 의미란다. 와인은 도수가 낮은 술이다 보니 유통과정에서 상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와인을 즐길 때는 3단계의 과정을 거치라고도 했다. 먼저 눈으로 그 색깔을 확인하란다. 선홍색의 와인이 좋은 것이고 불그딕딕한 것은 일단 의심스러운 것이다. 다음은 코로써 그 향기를 맡아 보면서 즐겨야 한다. 그런 다음 드디어 혀를 사용하여 그 감촉을 느껴야 한다. 너무 쓴 맛이 있으면 별로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와인의 상태를 확인한 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맛을 음미하면서 마셔야 한다. 그러니까 나 같은 소주파는 그와 같은 과정이 너무 우아해서 감내하기가 힘든 일일 수밖에 없다.

 레드 와인은 먹기, 아니 마시기 2시간 전쯤 콜크 마개를 제거해서 그 콜크의 맛을 없애주는 것이 필요하단다. 그 소릴 들으니 안 먹고 마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소화를 촉진시키고 혈액 순환을 돕는 타닌 성분이 화이트보다 조금 더 들어 있단다. 화이트는 냉장 보관이 좋고 그냥 따서 마셔도 된다니 약간 마음이 놓인다. 따르는 와인의 양은 술잔의 1/3보다는 많고 절반보다는 적게 따라야 알맞다. 일본 사람들은 첨작을 즐기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철철 넘치게 따르는 습관을 지니고 있는데 이와는 아주 다르다. 와인을 따르는 마지막 동작은 병을 빙 돌려 흰 테이블 식탁보에 와인 방울이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역시 ‘안 먹고 말지’다. 한 잔에 10만~15만 원짜리가 있는가 하면, 그것은 약과, 50만~70만 원짜리도 있단다. 더더군다나 ‘안 먹고 말지’다.

 와인의 맛을 결정해 주는 것은 포도의 종류, 토양, 일조량 등이란다. 그리고 오크통에서 오래된 것일수록 좋단다. 어떤 사람은 30년 산 와인을 집에서 5년 묵혔다고 35년산이라고 자랑하기도 하는데, 무식해도 한참 무식한 일이다. 공기 한 번 쐰 것은 그때부터 상하기 시작하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병에 들어있는 와인은 가급적 사자마자 마셔치우라는 것이다. 글쎄, 그 말은 조금 마음에 든다.

 다음은 와인이 생기게 된 유래다. 수도원에 속해 있던 게으른 농부가 있었단다. 서리가 몇 번 내릴 때까지 포도 수확을 미뤘다가 간신히 수확했는데, 그냥 닦지도 않고(요건 중요한 거다.) 큰 그릇에 담아 놓았다가 이듬해 보니 얼마간의 즙이 생겨 있어서 버리기도 뭣하고 해서 마셔보았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게으름뱅이가 술을 좋아하는 것도 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 같아서 마음에 쏙 들었다.

 여기선 아이스와인은 한 병에 40유로 정도인데, 첫날밤을 치르는 신혼부부들은 먹지 말란다. 왜냐고? 그걸 꼭 물어보아야 아는가? 따끈한 글루와인은 한두 잔 마셔도 괜찮을 것이라는데, 에구 처녀가 모르는 것이 없구먼. 와인을 따를 때는 잔을 들어 받거나 더구나 잔을 기울여 주거나 할 필요가 없단다. 잔을 놓아둔 채로 그냥 따르도록 하면 된다는 것인데, 그래, 그것도 마음에 쏘옥 들었다.

 와인의 이름에 번호가 들어있는 경우에는 번호가 높을수록 당도가 높고 비싼 것이란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와인의 경우, 그 라벨에 ‘콘츠롤레’ 혹은 ‘콘츠롤라따’라는 글씨가 씌어져 있는지를 확인하란다. 그 말의 뜻은 ‘이 와인은 수출해도 됨’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그런 글귀가 없는 와인은 정식 수출입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밀수품이라는 것이었다. 가이드는 와인의 보관은 반드시 뉘어서 보관하고 지금 집에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는 와인들은 상한 것이 틀림없으니, 당장 쏟아버리거나(에그, 아까워서 어떻게 버린담?) 고기 요리할 때 사용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와인 강의가 끝나고 덤으로 우리 기사의 얘기로 넘어갔다. 우리들을 태우고 다니는 기사는 우리의 여행이 끝날 때까지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단다. 대개 만 18세면 분가하게 되고 따라서 결혼해서 가정을 가진 사람들은 아내가 함께 다니는 경우도 더러 있단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들은 더러 애인을 데리고 다니기도 하고. 오늘도 우리를 무사히 이동시켜 달라고 ‘진토불이’하고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말이다. ‘감사합니다.’는 ‘진꾸웨’, ‘Yes’는 ‘탁’, ‘No’는 ‘니애’란다.

 버스는 차츰 평지 쪽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는 쓰러진 나무, 베어져 그루터기만 남은 나무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의 나무들은 추위 때문에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많이 받고자 위로, 위로만 자라서 키만 크고 뿌리는 튼튼하지 못해서 큰 눈보라를 맞으면 뿌리째 뽑혀 쓰러진다고 한다. 4년마다 거의 주기적으로 큰 눈보라가 닥치는데, 재작년 11월의 눈보라 때문에 저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람의 목숨만 중요할까? 동물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은가? 아니, 식물들에게도 목숨이란 게 있지 않은가? 살아있다는 것은 사람에게건, 동물에게건, 식물에게건 다 축복일 수가 있는 것이고, 생명이 있다는 것은 무엇이건 아름다운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06. 7.19. 원고지 15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