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5와 함께하는 매력적인 휴가
SM5와 함께하는 매력적인 휴가
이 웅 재
‘SM5와 함께 하는 매력적인 휴가’에 초대받아온 제너두 둔내. 오후 1시쯤 도착하였다. 저녁 식사로 바비큐를 해 먹을 수 있는 재료 등, 온갖 식재료가 커다란 아이스박스 하나 가득 지급되었고, 거실 탁자 위에는 큼지막한 과자 바구니도 놓여 있었다. 단순히 2박 3일 무료 숙박권만 제공하는 줄 알았더니, 예상을 뛰어넘는 서비스가 계속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추첨으로 배정받은 숙소는 202호. 단지의 초입이었다. 언덕바지로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불편은 덜 수가 있는 곳이었다. 여름에는 특히 오르막길이 얼마나 짜증나는지는 잘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러한 오르막길을 피한 셈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남는 시간을 근처의 휴양림에라도 들러볼까 했으나 워낙 더운 날씨이다 보니 손끝 하나 까딱하기 싫다고 식구 모두가 복지부동. 그냥 거실에서 큰 대 자로 벌렁 좌정해 버린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한 잔 하고 벌렁! 했는데, 그만 그 ‘벌렁’이 ‘스르르’로 바뀌었다가 HP 벨 소리에 정신을 차린 것은 오후 4시. 아직 햇볕이 따갑긴 했지만, 단지 외곽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걷다 보니 길옆에는 주인 없는 무덤 한 기(基)가 보인다. 잡풀이 무성하고 거의 평토화되어 있었다. 왼쪽 뒷주머니에 차고 간 플라스틱 소주병을 꺼내 “오래간만에 한 잔 하슈.” 하고 뿌려주고, 오른쪽 뒷주머니에서는 북어포 한 조각도 꺼내어 함께 던져 주었다.
“한 잔 더 하실려우?” 하지만, 오래간만에 맛볼 성싶은 술, 갑자기 많이 마시면 깝뿍 취할 것 같아, 나만 혼자 몇 모금 꿀꺽꿀꺽하고 계속 산정을 향해 올라가노라니, 평소에는 보기 드문 제비꽃 작은 군락이 눈에 띈다. 아무래도 아까의 그 무덤 주인공이 내게 보내는 선물이지 싶었다.
등산로 중간중간에는 여기저기 썩어 넘어진 나무 둥치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들이 썩는 냄새는 습습하며 풋풋하게 느껴지는 신선함이 있었다. 모든 썩는 냄새는 역겨운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썩는 냄새는 싫지가 않았다.
산정을 넘어 내려오는 길에서는 잠깐 길을 잃기도 했다. 내려가는 길이 있기는 했지만, 마을 중간쯤인 것 같았고, 앞쪽으로 계속 길이 나있는 듯하여 전진하였더니, 키가 넘는 수풀이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가? 간신히 사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수풀을 헤치며 나아갔더니 펜션이 보이기 시작했다. 빤히 보이는 곳이긴 했지만, 길이 아닌 곳으로의 전진은 쉽지만은 않았다. 더구나 반팔 티에 반바지 차림인지라 여기저기 긁히는 일쯤이야 감수해야만 할 수밖에 없었다.
바비큐로 저녁을 해먹은 다음, 숙소의 바로 위쪽에 설치해 놓은 웰빙 카페엘 들렀다. 여러 가지 종류의 음료와 차는 무료로 제공되었는데, 단지 맥주만은 500cc에 1,000원씩을 받고 있었다. 만화를 전공했다는 알바 여학생 2명이 방문객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했다.
저녁 8시부터는 숙소 아래쪽의 야외광장에서 보이쳐(voiture) 그룹의 ‘함께 배워보는 아카펠라(Acappella) 공연’과 재즈 밴드 연주가 있었는데, 특히 아카펠라 공연이 인상 깊었다. 악기 반주 없이 사람의 목소리만 사용해서 부르는 노래. 베이스 김원종, 소프라노 김현민, 테너 이상엽, 앨토 오은아, 테너 김민수 등 5명의 그룹에서 김민수가 리더였다. 이상엽은 드럼 소리를 내고, 여성 2명은 화음 담당, 김민수는 멜로디를 맡았다. 목소리들이 어찌 그리 고운지? 요들 쏭 비슷한 맑고 깨끗한 음이 제너두 둔내 마을을 환상적으로 감싸고 돌자 미처 공연장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바빠지는 듯하더니 금세 공연장을 메워버리고 말았다.
즐거운 시간은 빨리 지나가 버리는 법, 10시가 되어 아쉽지만 하루를 마감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튿날 아침 8시경, 2종의 신문이 배달되었다. 함께 배달된 예쁜 봉투 속에는 ‘아름다운 하루의 시작’이라는 글이 청량한 느낌을 담뿍 품고 수줍은 듯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침 식사는 야외 카페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토스트, 잼 및 우유로 때웠다. 그리고는 횡성자연휴양림을 찾아갔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섬뜩할 정도로 차가웠다. 등산로를 따라 저고리골 호명산(虎鳴山:537m) 제1전망대엘 오르니, 정자에 붙여놓은 ‘산에 가는 길’이란 제목의 시구 끝 구절이 내 눈을 붙잡는다. ‘용타 용타 용타 귀한 손님 오늘도 오셨다.’
다음은 어답산 아래 횡성온천을 오른쪽으로 끼고 돌아가는 횡성댐을 찾았다. 어답산이란 박혁거세가 태기산에 있던 진한의 마지막 임금 태기왕을 뒤쫓다가 들렀던 곳으로 ‘임금이 친히 밟아본 산’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더워서일까,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썰렁하기까지 했는데, 댐 홍보를 위한 문화원 시설은 훌륭했다. 중식 후, 평창 봉평의 흥정계곡에 있는 허브나라를 찾았다. 매표소를 지나 오른쪽 나무 안내판에 있는 글귀를 보자.
홀로 있으면 비로소 귀가 열려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소리를 듣고 토끼나 노루가 푸석거리면서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꽃이 피는 소리를, 시드는 소리를, 지는 소리를, 그리고 때로는 세월이 고개를 넘으면서 한숨 쉬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므로 듣는다는 것은 곧 내면의 뜻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왼쪽으로는 계곡물이 졸졸 흐른다. 허브나라가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 계곡물 덕분이리라.
마지막날, 아침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한없이 챙겨주고 싶어집니다.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내 자신보다 먼저
그 사람 생각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