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칼럼]분당구민과 함께하는 문화 인프라 구축
[권두칼럼]
분당 구민과 함께하는 문화 인프라 구축
분당문학회장 이 웅 재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는 고전소설 “춘향전”을 보면, 그 남녀 주인공인 이몽룡이나 성춘향이 모두 이팔청춘인 16살이었다. 신도시로 건설된 분당, 그 분당이 성남시 분당구로 승격한 것은 1991년이었다. 그러니까 분당도 이제 이팔청춘이 된 셈이다. 스스로 사랑도 하고 독립적으로 가정도 꾸려나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말이다.
입주 초기에는 대중교통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고, 생필품을 사는 일도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분당선 지하철도 개통되었고 전국으로 운행하는 시외 고속버스도 다니고 있으며, 서울로 가는 버스도 일반노선으로 다니는 버스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또는 고속화 도로를 달리는 버스도 줄을 잇고 있다. 인구 10만 명당 하나 정도가 있으면 적정선이라고 하는 대형 마트도 10개를 훨씬 상회하고 있어서 그만큼 물가도 저렴하여 오히려 서울 사람들이 상품 구매를 위해 분당으로 오고 있는 실정이다.
개발에 따라 소홀해지기 쉬운 쾌적한 환경 만들기에도 관민이 함께 노력하여 율동공원, 중앙공원, 황새울공원, 구미공원 등의 공원 조성을 위시하여 영장산, 불곡산 등산로 정비, 탄천 산책로를 비롯한 마을마다의 산책로 정비로 주민들로부터 ‘살기 좋은 분당’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발전해 왔다. 초기에는 전입 대비 전출자가 거의 비슷했는데(전출이 약간 적었음) 지금은 전출보다 전입자 수가 2배 정도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족도시로서의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은가 여겨진다.
총 인구 45만여, 세대수 16만 정도의 분당. 자동차 보유수가 16만을 상회하는 것으로 보아 평균 세대당 1대로 처음에는 분당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왕복 10차선의 성남대로가 썰렁하다고 느껴졌는데, 지금은 아주 적당한 넓이의 도로라고 생각된다. 모든 길들은 대부분 투수콘으로 포장되어 있어 걸을 때마다 양탄자를 밟고 지나가는 듯 푹신푹신한 느낌이다. 의료시설 474개소, 그러니까 인구 1,000명당 1개소 꼴이라서 만족스러운 수준이고, 수영장, 골프 연습장, 에어로빅, 테니스장 등의 체육시설도 비슷한 수준의 400여 곳이 있다. 보안 및 야간 경관을 연출해줄 수 있는 가로등 8천여 개와 보안등 2천여 개 등 1만여 개가 있어 인구 45명당 1개꼴이다. 이와 같은 통계를 대하게 되면 정말로 ‘살기 좋은 분당’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나 분당지엔들은 아직 목마르다. 하드웨어는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소프트웨어면에서는 열악하다. 바로 문화라는 측면을 들먹이기에는 부끄럽기가 한량없는 것이다. 중앙공원의 야외음악당, 탄 천제2운동장에 이어 성남아트센터가 개관되어 차츰 호전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청각 문화와 관련된 장소일 뿐이다. 시청각으로 대할 수 있는 문화는 직접적인 감성과 관련된 문화라고 할 수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우리 인간의 사고력을 이용해야 하는 문화, 언어예술에 관련된 문화 쪽으로는 취약하기가 그지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문학예술에 대해서는 너무나 불모의 지역으로 인식된다는 말이다.
경기도에는 경기문학이 있다. 성남시에는 성남문학이 있다. 분당에는 분당문학이 있어야 하는 소이이다. 그리고 바라기에는 분당문학 내부에서도 서현동의 서현문학, 정자동의 정자문학, 구미동의 구미문학, 야탑동의 야탑문학 등등이 생겨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다. 축구 강국이 되려면 월드컵 때만 ‘대~한민국’을 외치는 사람만로는 부족하다. 국가 대표팀뿐만이 아니라 지역을 대표하는 축구, 심지어는 동네축구까지도 애지중지하는 저변 인구가 많아야 하듯 문학도 지역마다의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다.
“분당문학”은 바로 그러한 지역문학으로서의 분당문화 인프라 구축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구청의 시정방향이 문화도시, 첨단정보도시를 지향하고 있음은 우리의 이러한 노력과도 일맥상통하는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200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