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 5) 간판에 그림이 별로 없는 나라
(베트남 문화 체험기5)
간판에 그림이 별로 없는 나라
이 웅 재
미토(MYTHO)는 교육도시였다. 교육도시답게 이곳엔 택시도 없다. 미토의 영문
표기를 보니 ‘MY(덧말:~) THO’였다. 월남어에는 중국어와 비슷하게 6종류의 성조가 있어서 그 성조 표시를 해 놓은 것이다. 그 성조
때문에 월남어 배우기가 어렵지만, 한자문화권이라서 한자를 많이 알면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고, 또 필담(筆談)으로의 의사표현도 가능하단다.
글로벌 시대, 영어가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영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한문 내지 한자라는 점을 새삼스럽게 확인해 본다. 전 세계 인구의
1/3 정도가 영어를 사용한다고 하는데,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도 전 세계 1/3 정도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어떤 면에서는 영어보다는 한자가 더 소중한 것일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이 문장은 나중 ‘문장 고치기’ 문제로 내려고 일부러 어색하게 만들어
놓은 문장입니다.) 세계가 일일생활권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는 나라이다 보니 원거리에 놓여 있는 영어권에서
사용하는 언어를 더 중시하는 것은 주객전도의 일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이곳의 간판에는 그림이 별로 없었다. 모두가 글자로만 되어
있었다. 그만큼 문맹자가 적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만큼 무형의 문화적 인프라가 튼튼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것은 또 하나의 베트남 발전의
초석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들 언어의 표기에 알파벳을 차용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한글을 창제해 주신
우리의 세종대왕께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사고(思考)는 언어를 매체로 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문자는커녕 언어 자체가 없어서 타민족의
언어를 빌려 쓰는 나라들은 그 사고 자체에서부터 남의 것을 차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우리는 한글의 수출을 정책적으로 추신시켜 나갈 당위성을
느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맹자가 거의 없다는 것은 그만큼 한글은 배우기 쉽다는 점을 증명해 주는 일, 그러니 문자가 없는 나라에 수출하기가
비교적 용이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현재에도 몇몇 나라에는 한글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보다 국가 정책적인 측면에서 본격적으로
추진시켜 나간다면 가까운 장래에, 우리 한글식 사고방식이 전 세계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갈 것이 아닌가?
간판 중에는 Pho나 Com이란
것이 많았는데, Pho는 국수집이요 Com은 밥집을 가리킨단다. 그리고 ‘밥’이란 말은 옥수수를 지칭하는 말이고 ‘도’는 달라는 뜻, 그래서
‘밥 도’라고 하면 옥수수를 달라는 말이 된다나?
이론적으로는 1년에 5모작까지 할 수 있다지만, 현실적으로는 통상 3모작을 하고 있는
베트남에서는 쌀 생산이 넘쳐난다. 그래서 국수도 쌀로 만들고, 그 쌀국수 한 그릇은 1$ 정도밖에 안 된단다. 국수를 먹는다는 것은 젓가락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젓가락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은 손재주가 뛰어나다는 점을 의미한다. 나중에 보았던 월남전 때의 악명 높았던 부비트랩,
그것은 전부 미제 철근을 이용한 수제품이었는데, 아주 정교했다.
문맹자가 적고, 손재주가 뛰어나고, 게다가 부지런하고 끈기 있는 나라가
베트남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갑자기 눈앞의 초라한 건물들이 호화로운 고층건물로, 오토바이와 사람들이 어지럽게 오고가고 있는 차도는
으리번쩍하는 고급 승용차들이 시원스럽게 달리고 있는 왕복 10차선 고속도로로 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