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

(베트남 문화 체험기 7)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과일의 왕, 두리안

거북이3 2006. 9. 6. 08:25
( 베트남 문화 체험기 7)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과일의 왕, 두리안

                                              이  웅  재 

 베트남에 가면 과일을 실컷 먹고 오라는 것이 한국 사람들의 인사다. 흔한 과일로는 천연 포카리스웨트라고도 하며 링거 대용으로도 쓰인다는 코코넛과 파파야, 둘 다 위장에 좋단다. 특히 술 많이 먹는 사람에게 좋다고 하지만, 남성에게는 별로라는 설도 있다. 맛으로 보아 이것저것도 아닌 탁롱은 냉동시켜 먹으면 그런대로 괜찮고, 지천으로 널려 있는 바나나야 먹어볼 필요도 없을 터. 과일의 왕 두리안은 한 통에 한국 돈으로 8~10만 원씩이나 하는 아주 비싼 놈인데,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한단다. 하지만 자꾸 먹다 보면,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 오묘한 맛에 취해서 헤어나지를 못한다나? 조그마한 두리안 농장 하나만 있으면 먹고사는 일은 물론, 자식 대학 보낼 자금마저도 충분히 댈 수 있다고 한다. 과일의 여왕은 고동색의 망고스틱, 새콤달콤한 것이 그런대로 먹을 만하단다.

 가이드의 경험담 하나. 총각인 가이드는 베트남에 온 지 몇 달 안 되어 어느 선배의 주선으로 소개팅을 하게 되었는데…. 상대 아가씨는 두리안 아이스크림을 무척 좋아했단다. 베트남 카페에서는 Kiss Time을 주기도 하는데, 바로 순간적으로 조명이 어두워져 입술을 쭈욱 내밀었단다. 그런데, 어이쿠, 그 고약한 냄새가 확 풍겨 오는 바람에, 우리 가이드 친구,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수도꼭지를 틀고 한참 동안 입속을 헹구고 나오니, 아가씨는 이미 떠나버린 뒤였다는 것이다. 맘에 드는 아가씨였는데 그놈의 두리안 냄새에 익숙해지질 못한 탓에 그만 아깝게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말하고 있는 표정은 매우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미토에 도착한 일행은 유람선을 타고 메콩 강 한가운데 있는 유니콘 섬으로 이동했다. 이곳 메콩 강에는 다리가 없는 것이 특색, 이렇게 배로서 오고가고 하고 있었다. 물빛은 누렇고 군데군데 바위섬처럼 수초가 떠다니고 있었는데, 커다란 물옥잠이었다. 강물을 정화시키는 기능이 있어 일부러 기르고 있는 것이란다. 20분 정도쯤 가서 4명씩 타는 정크 선으로 갈아타고 열대 정글을 탐험하였다. 다시 20분 정도 가노라니 울창한 밀림 속의 후덥지근하고 무더운 날씨 때문에, 숨이 헉헉 막히고 살이 푹푹 익는 듯한 느낌이었다.

 “긴 팔을 입고 올 걸 그랬어.”

 누군가가 한 마디 했다. ‘긴 팔’을 어떻게 입지? 말꼬투리를 잡아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러지 않아도 더운데, 더 열 올려 보았자 별무소득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소금을 가져올 걸 그랬나? 그냥 뜯어먹게….”

 배에서 내려 숲속 길을 가노라니 여기저기 농장과 음식점이며 가게들이 눈길을 끌었다. 협동농장이었던 것을 개인 소유로 바꾸었더니 수확이 5배로 늘어났단다. 욕망이란 그렇게 무섭고도 위대했다. 욕망 앞에선 공산주의도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 곳엔 ‘至心接客客常來(지극한 마음으로 손님을 맞으면 손님도 항상 찾아온다.)’란 한문으로 쓰인 글귀도 보이고, 좌판대엔 과일을 쌓아놓고 파는 아낙네들의 모습도 보인다. 포도 비슷하게 생긴 용안(龍眼)이란 과일은 그 씨가 용의 눈을 닮았다는데, 한 무더기에 1$이었다.

 터이선 레스토랑에서 중식을 하다.

 엘레펀트 피시라는 코끼리 귀를 닮은 생선을 새우젓 비슷한 것에 찍어먹기도 했고, 우리나라 인절미와 맛이 거의 같은 찹쌀떡도 먹어보았다. 새우는 민물에서 자란 놈이라 머리는 먹지 말란다. 돼지고기는 우리나라 것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점심을 먹고 나와 열대식물들로 멋지게 꾸며놓은 음식점 주위를 이리저리 거닐어 보았다. 음식점들 사이로 흐르는 도랑은 탁류였지만 물고기들이 유유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그러니까 열대 정글지방의 물빛은 원래가 누런 것, 오염 때문에 색이 누래진 것은 아니었다.

 이 메콩 델타 지역에서 나오는 쌀은 유명하단다. 안남미에서 변한 알락미는 6․25때 우리가 많이 먹어보았던 쌀, 끈기가 없어 우리 입에는 전혀 맞지 않는 것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아주 소중한 쌀이란다. 이곳에서도 우리나라 쌀과 같은 차진 쌀을 생산하기도 하지만, 열대지방 사람들은 소화기능이 약해서 그런 쌀은 맞지를 않는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