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문화 체험기 12)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식들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상식들
이 웅 재
베트남 경제는 매년 8%의 고공성장을 계속하고 있단다. 우리는 4%도 힘든데. 수도 이전이 위헌 판결을 받고 나니, 공기업 지방 이전 등의 기발한 정책 등을 펼치면서 그것이 바로 개혁이라고 서민들에게 마술을 걸어 버리는데, 글쎄, 그에 따른 90만 명의 대이동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개인이 이사를 한 번 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판국에, 거대 공기업들의 이전이 그렇게 쉽사리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 이전 비용은 또 어디서 나오는가? 그 공기업의 지방 이전을 위하여 우리 서민들은 얼마만큼이나 더 허리띠를 졸라매어야만 할지,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
차창 밖으로는 차츰 야산이 보이며 경치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베트남은 남북이 길게 펼쳐진 나라. 남부 베트남은 가도가도 야산 하나 보이지 않는 평야지대이지만, 북부지방은 우리나라의 산보다 훨씬 높은 3,000m를 넘는 산도 있어, 전체적으로는 산지가 70%를 넘는 나라이다. 오밀조밀한 산지가 많아야 그 산지를 배경으로 한 분지라든가 계곡, 시원스레 구불구불 돌아흐르는 시냇물이나 강물, 그리고 가다가다 시야가 탁 트이는 산정(山頂), 또는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 등 아름다운 경치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베트남의 자연 경관을 즐기려면 주로 북베트남을 여행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길가로만 들어서 있는 가옥들은 대부분이 가게였다. 그렇게 많은 가게가 필요할까? 그 가게들은 말하자면 알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었다. 안 팔리면 그런가보다, 팔리면 용돈 정도 뜯어쓸 수 있는 곳으로서의 존속이유를 지니고 있는 가게들이었다. 그와 같은 구멍 가게들을 제외하면 우리의 60~70년대처럼 철공소 비슷한 가게들이 많았다.
사이사이엔 옥수수밭, 가게 앞에도 초지가 조금씩 있어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풍경이었다. 그러니까 도로와 초지 사이에 초지가 있고, 거기서 게으른 소들이 유유히 풀을 뜯고 있는 것이다.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나 이곳에선 그게 상식이었다. 심지어는 소떼가 편도 1차선을 몽땅 차지하고 있어서 우리의 버스를 짜증나게 만들기도 했다.
상식은 그뿐만이 아니다. 교통경찰이 차를 세워, “너 과속했지?” 하면 과속이었다는 것인데, 요즘은 상당히 시정된 편이라고 했다. 교통경찰의 파워는 그만큼 막강했었다는 말인데, 그런 경우, 100$ 정도면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교통경찰들 배에는 기름기가 끼고 인격이 나오기 시작해서 베테랑이 되면, 배가 불룩하고 뚱뚱한, 60년대의 우리나라 사장 모습으로 변한다고 했다. 비쩍 마른 교통은 그러니까 초짜라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이처럼 뇌물이 통한다는 것, 그것은 분명 아이러니였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는 지식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소홀하다는 것도 상식에 속한다. 교수들의 봉급은 월 150$ 정도. 그래서 전기과 교수 같으면 밤에 전파사 같은 곳에 나가 알바를 한단다. 그에 비해 여행사 가이드의 월소득은 500$ 정도가 되어 상위급에 속한다는 것이니, 인적 자원만 풍부한 우리나라도 이런 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판티엣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호치민에서 약 250 정도 떨어져 있는 곳, 같은 남부지방인데도 워낙 남북으로 길게 펼쳐져 있는 나라이다 보니, 우리나라 못지않게 지역감정이 두드러진 나라라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베트콩이란 말은 가급적 사용하지 말란다. ‘콩’은 상대를 낮춰 부르는 말이기 때문에 꼭 베트콩을 말할 필요가 있을 때면 VC라고 하란다.
베트남은 ’75. 4. 30. 공산화되었는데, 전쟁 말기에 북으로 투항한 사람들이 많았단다. 그러나 그들은 대부분 숙청당했다고 한다. 한 번 배반한 사람은 두 번 배반하는 일이 쉽다는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오히려 끝까지 항거한 사람들은 살아 남았다는 것이니, 신념은 어딜 가나 중요한 것이라는 점을 새삼 배우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남북이 그렇게 길지도 않은 나라인데 서로 반동강을 내어 아웅다웅하고, 뿐만 아니라 같은 남쪽, 같은 북쪽끼리도 또 지역감정을 내세워 옥신각신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스럽다는 생각이다.
쇠고기 값과 돼지고기 값이 비슷한 것도 우리로서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이 나라의 상식이다. 아마도 물소를 비롯한 소들이 많아서 그런 모양이다. 그나마 물소는 육질이 질겨서 더욱 싸다고 하니 이 나라 사람들, 고기 먹기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니, 제일 부러워할 사람은 북한의 김정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