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체험기 1) 재미와 유익함을 사시(社是)로 내세우는 고단샤
(일본 문화 체험기 1)
재미와 유익함을 사시(社是)로 내세우는 고단샤
이 웅 재
우리가 찾아간 곳 고단샤[講談社, Kodansha]는 일본 제2의 출판사였다. 제1은 1913년에 설립된 이와나미[岩波]문고. 역사로 보아서는 고단샤가 형님이다.
놀랐다. 출판사 건물이 그렇게 크고, 그렇게 깨끗하고, 그렇게 친환경적이고, 그렇게 많은 직원이 있고, 그렇게 많은 월간잡지를 발행하고, 그렇게 겸손하고, 그렇게 충실한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1909년에 설립, 자본금 3억 엔, 매상고 연 1,598억 엔, 종업원 1,040인,세계 50여 개국과 계약을 체결하고, 만화, 애니메이션에다가 캐릭터 산업에까지 뛰어든 고단샤. 현 사장은 설립자 노마 세이지[野間 淸治]의 딸인 노마 사와코[野間 佐和子, Sawako Noma]이다.
고단샤에서는 만화잡지만 94종을 출판한단다. 우리나라로서는 꿈속에서라도 이루기 힘든 일이 아닐까? 일본, 그들은 책으로 인해 우뚝 설 수 있는 나라였다.
출판이념은? 우리를 맞아준 광보실(廣報室) 차장 가등수일[加藤修一] 씨는 ‘재미있고 유익한 출판물 간행’이라고 답해 주었다. 주업종이 만화라는 점이 그 대답을 웅변적으로 대변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최종 의도는 ‘유익함’, 그리고 거기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재미’를 내세우고 있었다. 목표도 방법도 훌륭했다.
다음 질문은 “고단샤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단행본, 잡지, 만화 중 어느 것인가?”였다. 뻔한 질문, 우문이었다. “다 중요하지만, 소년 만화잡지 출판인데, 10년 전보다 부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어떻게 원상회복을 하느냐가 당면한 문제”라는 현답이 돌아왔다.
“고단샤가 일본 국민에게 크게 기여한 점이 있다면?” 하고 물었더니, “옛날에는 지식계층 중심 출판(그 대표적 본보기가 이와나미문고)이었는데, 고단샤는 출판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란다.
고단샤의 온라인 출판물과 오프라인 출판물 판매 비율을 물으니, 온라인 출판에는 거의 손대지 않고 있어 한국보다 훨씬 뒤진단다. 그 까닭을 다시 질문하니, 그 가장 큰 이유는 지방에 있는 작은 서점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온라인 출판 쪽으로는 역점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독서의 나라 일본의 작년 서점 수는 대략 18,000여 개, 해마다 30~40곳씩 도산하고 있다는 것인데, 고단샤 같은 대형 출판사가 지방 서점의 보호에 적극적이라는 점은 우리나라에서도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