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화 체험기 8) 믿을 수 없는 나라, 일본
(일본 문화 체험기 8)
믿을 수 없는 나라, 일본
이 웅 재
Toppan[凸版] 인쇄박물관[Printing Museum, Tokyo] 입장(入場)에는 비교적 간단하기는 하지만 소지품에 대한 수색작업도 있었다. 기분은 조금 나빴지만 박물관을 그만큼 철저하게 보호하려는가 보다 하는 생각에, 어떤 면에서는 그 철저함을 우리의 공공기관에서도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하였다.
인쇄 발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 그곳에는 우리가 일상적으로는 대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재미있고 신기한 전시물들도 있어서 흡족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잡지 크기의 “滑稽新聞”, 우리나라의 6전소설처럼 보이는 “少年俱樂部”….
그런데 점차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인쇄박물관이라면 다른 것은 몰라도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에 대한 전시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1377년에 간행되었던 “직지심경(直指心經)”, 지금은 프랑스에 있지만, 독일의 구텐베르크의 활자보다도 훨씬 빨랐던 한국의 금속활자. 세계적 공인을 받은 그 “직지심경”에 대한 전시물이나 설명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통역을 맡은 채성혜 씨에게 확인요청을 했지만, 박물관 관계자는 그런 건 모르겠단다. 그 소리를 듣고 난 다음에는 그 많은 전시물들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들어서, 확실한지는 모르겠지만, 한국과 관련된 전시물로서는 “훈민정음” 복제본 하나밖에는 보지 못했다.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정신대를 부정하고, 총리가 이웃나라의 반대를 무릅쓰고 1급 전범자들의 위패를 안치해 놓은 신사참배를 강행하고 있는 나라, 역사를 왜곡하면서 식민통치가 우리나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둥 모든 것을 자기네들 중심으로만 사고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 아닌가?
독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시마네현에서 ‘다께시마의 날’을 선포하던 날, 그곳 초등학교 학생이 발표한 ‘나의 의견’이라는 것이 있다. 거기에는 ‘산림자원이 풍부한 다께시마’ 어쩌고 하면서 그러한 곳을 한국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들어 있었다.
코미디가 따로 있을까? 죽도(竹島)라는 말부터가 생소하다. ‘죽도’라고 할 만큼 대나무가 많던가? 더구나 그 조그만 섬에 산림자원이 풍부하다니? 그들의 말대로라면 다께시마는 독도가 아닌 어느 딴 섬을 지칭하는 말일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정부나 관계기관에서는 왜 그런 비논리를 지적하지 않는 것일까?
찜찜한 기분을 억지로 진정시키면서 210엔짜리 명함식 확대경 하나를 사가지고 나와 위쪽 식당으로 향했다. 한국의 음식은 놓고 먹는 음식이요 뜨거운 것이 대부분이지만, 일본의 음식은 손에 들고 직접 입에 집어넣는 찬 음식이라서,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조금은 저속한 느낌이 드는 것인데, 이곳의 850엔짜리 우동․밥은 그런대로 깔끔하고 먹을 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