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 체험기 4)
자유를 구가하고 있는 마이크
이 웅 재
이튿날, 요의(尿意) 때문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a.m. 7:00. 화장실엘 다녀와서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이 들락말락하는데 모닝콜 소리가 요란하다. 아침에 일어날 땐 원래 뜸을 들여야지만 그날 하루가 개운한데, 이건 완전히 터 버리고 말았다. 억지로 세수하고 커튼 젖히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앞 건물의 광고판.
‘集中國 好酒… 酒鬼…’
그리고 거기에 도장처럼 ‘無上妙品’이 덧붙여 있다. 그래, 그렇다. 주귀(酒鬼)는 두어 번 마셔본 일이 있었다. 우리 젊은 교수의 매형이 대사관의 고위직에 있었는데, 지금은 필리핀 쪽으로 나가 있지만, 한때 중국에서 근무하였던 적이 있기에, ‘무상묘품(無上妙品)’의 맛을 일찍이 익혀 두었던 것이다. 술술 넘어가는 술, 내가 생각하기에는 술의 대국은 영․미 등 대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하자면 양주가 아니라 화주(華酒)가 최고라는 말이다.
아침 식사는 Hotel 지하의 ‘西式自助朝餐’이었다. ‘어서 오세요’란 한글 입간판, 그리고 식당 한 쪽엔 기념품 등을 파는 상점이 있었는데, 거기엔 ‘비아그라’, ‘북한 모시’ 등이 ‘팔리면 팔고 아니면 말고’ 식의 만만디 판매전략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식사 후 전세 버스로 이동하다. 그런데 어제 그렇게까지 부탁을 했는데도 출발을 지연시키는 늦잠꾸러기들이 있어서, 가이드가 벌칙을 내려야겠다고 한다. 벌금 만 원, 혹은 노래 부르기, 아니면 유람선 타고 관광하는 코스에서 빼버리기, 역시 세 가지로 제시해 놓고 지각자가 그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하잔다. 시간은 지켜주어야 하겠지만, 그것을 벌칙으로 지키게 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는데, 가이드, 어찌 내 맘 속을 들여다 봤는지, “농담입니다.”라고 말한다. 그 말 한 마디에 갑자기 가이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센스가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런 정도라면 우리의 문화탐방을 적절하게 도와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판단된 것이다. 오늘은 날씨도 좋으니, 세 가지 잘 만나야 할 것은 별 이상이 없어 보여서, 세 가지 부탁의 말을 지켜주는 일만이 남은 셈이다.
그런데 가이드가 잡고 있는 마이크는 사회주의 국가답지 않게 자유를 구가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제멋대로 소리가 났다 안 났다 하는 것이다. 조금 짜증이 나기는 했지만, 우리는 그래도 선진국 대열에 뛰어들어 이런 정도는 이미 졸업한 상태라는 생각으로 너그럽게 이해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이곳에서는 신호등에 시간 표시가 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깜빡깜빡 점멸의 방식을 쓰는 곳이 많은데, 그건 무척이나 불편한 신호등이라는 것을 우리는 체험으로 잘 알고 있다. 가끔은 깜빡깜빡하는 표지를 하나씩 줄여가는 방법을 쓴 건널목도 있는데, 조금 낫기는 하지만 그것도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기는 매한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