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문화 체험기 22)외국 여행 때 비상약은 반드시 챙겨 가라
발칸 문화 체험기 22. 외국 여행 때 비상약은 반드시 챙겨 가라.hwp
(발칸 문화 체험기 22)
외국 여행 때 비상약은 반드시 챙겨 가라
이 웅 재
두브로브니크 관광을 마친 우리는 3시간 반쯤 시베니크(Šibenik) 근처에 있는 보디체(Vodice)로 이동하였다. 내일은 크로아티아의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알려진 플리트비체(Plitvice)를 관광할 예정인데, 아마도 그쪽의 호텔은 잡기가 힘들었었나 보다. 이동 중에는 역시 가이드가 입심을 자랑하였는데, 그런대로 들을 만한 얘기들을 해 주어서 심심하지가 않았다.
여행자들의 옷차림을 보면 한국인은 전국민의 외출복인 등산복, 그것도 고산(高山)에 오를 때나 입을 만한 고급 등산복을 입고 모자에 선글라스로 한껏 뽐내는 폼에다가, 때로는 그러한 옷차림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팔토시를 한 사람들까지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중국 사람들은? 그들은 몸뻬 바지에 샤넬을 걸치고 다니는 것을 멋으로 아는 모양이라고 했다.
한편, 서양인들은 햇볕을 별로 가리지 않는 반면 동양인들은 하나같이 양산 따위로 햇빛을 가리려 드는 것은 물론이요, 짬만 나면 그늘을 찾아 들어간다고 하였다. 물론 그러한 동양인만 우스운 것은 아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보니 서양인들은 서울 한복판, 청계천에서도 비키니 차림으로 선텐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기에 아무 죄도 없는 개그맨 ‘허참(허, 참!)’을 찾았었는데, 관습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거나 저거나’가 아닐까 싶었다.
서양인들은 특히 중국인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목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시끄러워 죽겠는데, 아무데서나 입도 가리지 않고 마구 기침을 해대는가 하면, 심지어는 가래침 따위도 퉤, 퉤 뱉어대는 데에는 양 팔을 다 들어버린다는 것이다. 사둔, 남의 말만 할 것이 아니다. 한국인들도 어디를 가든 처음 여행을 왔을 때에는 서로서로 조심조심 지내는 듯하지만, 하루만 지나면 언제 그렇게들 친해졌는지 여기저기 뭉텅이로 모여서들 지내다가는 사람이라도 하나 지나가게 되면 그래도 남 생각해 준답시고 갑자기 ‘홍해가 갈라지듯’ 양 옆으로 좌악 갈라지는 모습은,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아무래도 기이한 광경이 아닐 수가 없다고 했다.
동양 3국인들의 차이는 돈 쓰는 데에서도 차이가 난단다. 일본인은 여행지에서 별로 돈을 쓰는 일이 없다. 그렇지만 제일 대우를 받는다. 중국인은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대우는 가장 못 받는다. 매너 때문인 것이다. 그러면 한국 사람은? 말하나마나 그 중간이다. 그러니까 돈을 쓰는 일에도 중간쯤이요, 대우도 중간 수준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한국인들을 보는 눈이 조금은 달라져가고 있다고 하였다. 그건 ‘강남 스타일’ 때문이란다.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방식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단다. 일본 사람들은 마치 초등학교 학생인 양 가이드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차분히 설명을 듣는데, 중국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마구 떠들어대는 걸 좋아하고, 한국인들은 자유시간을 가지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고 하였다.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얘기라고 생각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숙소는 올림피아 호텔(HOTEL OLIYMPIA)이었는데, 이제까지 다녀본 호텔 중에서는 시설도, 분위기도, 손님 접대도 가장 좋았다. 이 호텔에서는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여종업원들이 시원한 물뿐만이 아니라, 나 같은 술꾼을 위해서 와인도 큼지막한 잔에 절반이 넘도록 따라주는 것이었다.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여느 곳에서는 볼 수 없었던 3인조 밴드가 나와서 멋진 연주까지도 해 주는 바람에 아주 호강을 했더니 잠도 잘 왔다.
4월 18일(월) 맑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호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로 앞쪽에는 이국적인 느낌의 깔끔한 2층집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이 집들을 ‘Apartment’라 부른다고 했다. 그 왼쪽으로는 커다란 호수가 보이기도 했다. 뒤쪽으로는 예쁘게 꾸며진 어린이 풀장이 있었고, 그 풀장을 지나면 경계(境界) 표시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철조망이었다. 철조망을 지나면 솔밭이 나왔고 솔밭 사이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철조망에는 바다쪽으로 가는 쪽문도 있었다. 대충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 호텔 커피숍에 앉아 가격표를 보았더니 water가 12kn(크루니: 유로의 1/2정도), 맥주는 20kn 이상이 대세였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플리트비체로 가는 길에서도 가이드의 입은 바빴다. 여행은 대개 다니는 사람만 다니는 편이라고 하면서, 여권발급처의 자료를 보면 아직 외국에 나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엄청 많다고 한다. 그러고 여행을 할 때의 최고 갑질은 항공사란다. 성수기 때의 좌석을 배정받기 위해서 비수기 때 억지로 자리를 채워주느라고 826개의 여행사가 서로 경쟁을 하면서, 말도 안 되는 값에 갈 수 있는 여행 상품이 나오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 패키지여행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앞으로는 일본 사람들처럼 테마여행으로 바뀌어 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가 하면, 여행을 다닐 때에는 항상 상비약을 준비하여 가지고 다니라고 했다. 만약을 위해 가이드도 준비하기는 하지만, 웬만해서는 약품을 지원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약이라는 것은 개인적 체질에 따라서 맞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기 때문에 함부로 약품을 주는 일은 없다고 했다. 때에 따라서는 일부러 부작용이 생겼다고 고소를 하는 일까지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가이드가 혹시 판피린이 있느냐고 해서 준 적이 있었는데, 나중 내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내가 주었다면서 환자에게 약을 건네주는 일이 있어서, 조금은 의아하게 여겼었는데, 그 이야기를 들으니 그때의 의문이 쉽게 풀렸다. (2017.7.7. 15매, 사진 9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