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굴피나무[백화제방(百花齊放) 46]

거북이3 2019. 9. 1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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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피나무[백화제방(百花齊放) 46]

                                                                                                                                         이 웅 재

 

  탄천 산책을 하다가 만나교회앞쪽에서 이상하게 생긴 나무와 맞닥뜨렸다. 멋진 수형(樹形)의 미끈한 나무였는데, 꽃 모양이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모양의 하늘바라기가 아니고, 땅바라기였다. 그것도 엔젤트럼펫이나 땅나리처럼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땅을 바라보며 피어 있는 모양이 아니라, 오리나무 비슷하게 여러 개의 꽃이 꽃자루가 거의 없이 긴 꼬리모양을 이루며 아래로 늘어져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이런 걸 꼬리꽃차례[尾狀花序]’라고 한. 이런 형태의 꽃을 피우는 나무로는 오리나무, 호두나무, 자작나무, 버드나무 등이 있다.

  키도 상당히 커서 시원스럽게 보였다. 나중에 알아보니 중국굴피나무였다. 가래나무과의 교목으로 우리나라에는 1920년대에 유입된 나무란다.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높이가 30m를 넘는 것들도 많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10m 정도로 자라는 나무이다.

  잎은 마주나기를 하며, 잎 가장자리에는 잔 톱니가 있고, 표면에는 털이 없으나 뒷면 잎맥에는 털이 있다. 꽃은 수꽃의 경우 황록색으로 피어나고, 암꽃은 그보다는 조금 작은 붉은 색을 띈다. 시과(翅果)는 길이 20~30cm 정도가 되는 과수(果穗)에 달리는데, 난형(卵形)으로 양쪽에 날개가 있다. 암수 한 그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이남에서 잘 자란다. 각종 공해에도 강한 편이라서 정원수나 가로수로도 이용할 수 있으며, 습기를 좋아하는 성질이 있는데다가 생육이 빨라 계곡을 따라 식재하면 빠른 시일에 울창한 산림을 조성할 수 있는 나무다. 그 빠른 생장속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다른 나무들의 성장을 어렵게 하여 생태계를 교란시킬 뿐만 아니라, 하천변에서는 하천의 폭을 좁혀 홍수 때 피해를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광릉 숲 같은 경우에는 중국 굴피나무가 급속히 확산되어 산림당국이 긴급 제거작업에 나서기도 하였단다.

  중국 굴피나무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굴피나무도 있다는 얘기가 될 것 같아 인터넷을 통하여 알아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 토종의 굴피나무도 있었다.

  중국굴피나무와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중국굴피나무는 꽃이 아래로 늘어져 주렁주렁 달려 있는데 비하여, 우리나라의 굴피나무는 꽃과 열매가 하늘 쪽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나무마저도 한국인들의 지향성이 보다 상향적(上向的)이라는 점이라서 저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게 하는 나무이다.

  굴피나무는 흔히 굴피집을 만드는 재료로 오해를 받기 일쑤인데, 박상진 교수의 나무 이야기(2011.3.4.)’를 보면, 굴피집의 '굴피'는 굴참나무 껍질의 준말이라고 하니, ‘굴피나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나무껍질과 잎에는 독성이 있어 예전에는 그것을 빻아 물에 풀어 물고기들을 잡았다고 한다. 그 나무껍질은 질기고 물에 잘 썩지 않아 노끈을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으며, 그 끈으로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만들기도 했단다. 그래서 그물피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굴피나무로 변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고학적인 발굴현장 여기저기에서 굴피나무가 출토되는 것을 보면 굴피나무의 용도는 매우 다양했음을 알 수가 있다.

  단양국유림관리소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울산 옥현리의 청동기 유적지, 일산 신도시 개발지역, 대구 칠곡 아파트 지역 등 대체로 3~4천 년 전의 유적지에서도 굴피나무의 존재가 확인된다. 좀더 근세에 와서는 완도군 약산도에서 발견된 고려초기 화물선을 만드는 선박재의 일부로서 사용된 흔적도 보인다. 열매는 황갈색 염료로 이용되기도 했고, 좀더 특이한 용도로는, 임금님의 관을 만들 때에도 사용하던 나무라고 하니 매우 소중하게 여기던 나무임에 틀림이 없는데, 최근 이 토종 굴피나무는 산속에서나 겨우 목숨을 부지하는 처지가 되어  찾아보기가 힘든 나무가 된 점이 매우 안타깝다.

  다음 블로그의 운봉 김영세(2017.7.2.) 씨에 의하면, 현재 알려진 가장 큰 굴피나무는 울산시 울주군 두서면 전읍리에 있는 키 8미터, 둘레 360센티미터, 나이 300년 된 굴피나무 보호수다.

  한방에서는 열매를 화향수과(化香樹果)라고 하여, 진통, 소종(消腫), 거풍(祛風) 등의 효능이 있어 근육통이나 습진, 종창 등의 치료에 사용하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목재의 경우 성냥이나 공예품용으로도 사용하고, 아예 가지채로 꺾어다가 꽃꽂이 재료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꽃말이 속박이라는 것을 보면, 꽃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는 않는 모양이다.

                      (19.9.4.15,사진:만나교회 근처,18.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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