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 문화 체험기 5)블레드 섬에 있는 소원의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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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사진은 별도로 올린다. 우선 '블레드 섬에 있는 소원의 종'과 관련된 사진은 3회에 걸쳐 올릴 예정이다.
(발칸 문화 체험기 5)
블레드 섬에 있는 소원의 종
이 웅 재
가이드는 이제 슬로베니아(Slovenia)에 대한 설명으로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나라 이름에 ‘-a’가 붙는 나라는 ‘Slav 족’이란다. 슬로베니아는 농업 국가는 아니지만 국가의 절반 이상이 숲이라서 주로 목초 재배를 많이 하고 있는 때문에 겨울에도 사방에 푸릇푸릇한 경치가 많단다. 여름은 건기라서 무덥고 겨울은 습기가 많으며 상당히 춥다고 한다.
슬로베니아(Slovenia) 마리보르(Maribor)의 피라미다 호텔(Best Western Plus Hotel Piramida)을 떠나올 때엔 보슬비가 내려서, 집에서 떠나올 때에도 비가 내리더니 또 비가 오는구나 싶었는데, 다행히도 블레드(Bled)에 도착하니 비행기를 탈 때와 마찬가지로 비가 그쳤다.
블레드 호수는 줄리안 알프스(Julian Alps) 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의 침식으로 생긴 호수로 ‘줄리안 알프스의 진주’로 불린다. 호수 가운데에 있는 블레드 섬은 이 나라 유일의 자연 섬으로 대표적인 관광명소란다. 예전에는 2시간 정도면 올 수 있는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주로 찾던 곳인데 요즘에는 11시간이 넘게 걸리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고 하니, 우리도 거기에 일조를 하고 있는 셈이었다.
섬에 들어가려면 자그마치 70유로나 내야 한다. 선택 관광인 것이다. 한 사람도 빠지는 사람은 없었다. 한국 사람들은 참 착하다. 어차피 구경을 해야 될 것이라면 애초부터 여행 경비에 넣는 것이 좋지 않을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일에 너무나 관대한 것 같다. 선진국다워지려면 ‘눈 가리고 아웅’과 같은 일은 사라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더구나 그 ‘아웅’이라는 말 자체가 일본식 표현이 아니던가? 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를 ‘야옹’이라고 하지 ‘아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섬에 들어가려면 ‘플레트나(Pletna)’라는 작은 나룻배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동력을 사용한 배는 운용 금지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힘깨나 쓸 것으로 보이는 팔뚝을 자랑하는 듬직한 뱃사공이 직접 노를 젓는 배 두 척에 나누어 타고, 짙은 옥색의 잔잔한 호수를 가로질러 갔다. 손님이 별로 없는 겨울이면 뱃사공들은 플레트나를 정비하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10여 분쯤 걸렸을까? 섬에 도착을 하니, 99개의 계단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곳 성당에서는 결혼식을 자주 올린다는데, 그때 신랑은 신부를 안고 이 계단을 단숨에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도중에 신부는 신랑에게 ‘힘들지?’ 하는 말 따위는 하면 안 된다기도 하였다. 아마도 서로가 이심전심으로 상대를 이해하는 법을 배우라는 의미는 아닐는지 모르겠다.
우리 일행은 결혼식을 올리는 선남선녀가 아니라서 쉬엄쉬엄 돌계단을 올랐다. 기념품 가게 앞쪽의 무척이나 예쁘고 다양한 인형들을 비롯하여 아기자기한 선물용품들도 둘러보는 둥 구경을 하고 그 유명하다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중앙에는 나무로 만든 제단이 있었는데, 그 제단의 조각은 화려한 금박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성당이 유명하게 된 것은 이 제단보다도 ‘소원의 종’ 때문이다. 이 종을 세 번 치면서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거기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옛날 어떤 신혼부부가 결혼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그만 산적을 만나 신랑이 살해당했다. 슬픔에 젖은 신부는 블레드 섬 안에 있는 성당에 종을 하나 기증하여 먼저 세상을 떠난 신랑과의 만남을 이루어 보고자 했다. 드디어 종이 완성되었고, 그 종을 배에 싣고 섬 안으로 들어가던 도중 폭풍을 만나 배가 뒤집혔고 종은 그만 호수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절망한 신부는 세상을 등지고 로마로 가서 수녀가 되고 만다. 그녀가 죽은 후, 그 이야기를 듣게 된 교황이 새로운 종을 만들어 호수 안의 성당으로 보내주었단다. 그때부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며 종을 치는 사람은 그 소망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요즈음에도 조용한 밤이면 호수 깊은 속에서 나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도 했다.
중앙 제단 앞에는 천정으로부터 50m나 된다는 기다란 밧줄이 드리워져 있다. 이 줄을 잡아당기면 그 위에 매달려 있는 소원의 종이 울린다. 그걸 잡아당기기 위해 모여 있는 여인들이 여러 명 있었다. 남자들은 인원수도 몇 명 안 되지만, 감히 그 대열에 낄 생각은 할 수조차 없었다. 아내도 거기 있었는데, 그 틈바구니에서 종을 울리고 있었다.
“뎅그렁, 뎅그렁, 뎅그렁”
아내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궁금하기는 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성당 앞쪽에는 시계탑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었다. 빙빙 돌면서 올라가게끔 된 목조계단이었다. 계단과 계단 사이의 양쪽에는 꽃무늬 모양의 조각이 예뻤다. 그 꽃무늬를 직접 밟을 수는 없었지만, ‘사뿐히 즈려 밟’는 기분으로 계단을 올랐다. 맨 위쪽쯤에는 커다란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고, 그 위쪽으로는 둥근 모양의 시계가 보였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계단을 되짚어 내려와서는 이제까지 보았던 건물들의 뒤태도 슬그머니 훔쳐보았고, 선착장 옆으로 난 길에 피어 있는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노란색의 예쁜 꽃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한 컷 찍었다. 블레드 섬을 나오면서 보니 숲속에 흰 건물 하나가 보인다. 빌라 블레드 호텔(Vila Bled Hotel)이란다. 원래 유고 연방의 티토 (Tito) 대통령의 별장이었단다. 유고연방 시절에는 북한의 김일성도 여기에서 며칠 밤을 자고 간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 내부 구조는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했지만 우리 가이드님은 그곳까지는 우리에게 선보이지를 않는다. (16.7.13. 15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