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백두산등정기 3)
“나, 북경 살아!”
이 웅 재
’07.7.1. 일요일. 부슬비.
오늘은 홍콩[香港]이 영국의 식민지로부터 중국으로 반환 귀속된 지 꼭 10주년(’97.7.1에 반환)이 되는 날이다. 지금은 홍콩특별행정구인데, 중국 사람들도 홍콩으로 여행을 하려면 통행증을 발급받아야만 한다. 중국인들은 외국 여행하기가 힘들다. 한 번 나갔다간 귀국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국 여행을 하려면 보증금을 내어야 한다. 미국은 20만 위엔을 들여도 개인으로서는 비자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란다. 한국의 경우에도 10만 위엔(환율을 125:1로 잡으면 한화 1,250만 원 정도)을 내야 한다. 그래도 그들이 가장 많이 여행하는 외국은 한국이다.
중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인상은 매우 좋은 편이다. 한국 것이라면 무조건 좋다고 한다. 심지어는 “우리 남편은 한국 사람처럼 생겼어.” 하며 자랑을 할 정도란다. 그 반대는 “일본 사람처럼 생겼어.”이고. 심양에도 일본 사람들이 먼저 들어왔으나, 한국인들이 성공하여 코리아타운이 형성된 것이다. 현재 탤런트 장나라가 심양문화홍보대사로 활약 중이고, 심양시와 경기도 성남시는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사이라고 했다.
한국 것 중에서는 딱 2가지를 중국 사람들이 기피한단다. 둘 다 기호물이다. 하나는 담배다. 중국의 담배보다 니코틴 함량이 너무 적어서란다. 중국의 담배는 한국의 것보다 15배가량이나 독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술이다. 술의 경우도 우리의 20도 내외짜리 소주에 비하면 중국의 술은 보통 42°가 넘는 ‘배갈 ([白干儿],고량주)’이 주종(主種)인 것이다.
중국의 지방 술들은 가짜가 별로 없지만, 이름난 술들은 가짜가 많다고 했다. 원래 짝퉁이 많은 나라가 중국이잖은가? 아디도스, 로텍스, 류이비통…등, 상표명을 잘 보아야 한다. 하지만, 진짜 가짜는(‘진짜 가짜?’, 말이 좀 이상스러워지네.) 이름도 똑 같으니, 전문가들까지도 속아 넘어갈 정도란다.
중국인들은 술보다도 그 독한 담배를 더 좋아한다. 하긴, 아편이 유행했던 나라가 아니던가? 남자의 경우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또 한 가지는 마작. 우리네의 ‘고스톱’처럼 국민놀이에 가깝게 되어버린 것이 마작이다. 놀이 방법도 다양해서 지방마다 그 룰이 다르단다. 고스톱도 정도가 지나치면 ‘노름’으로 변질될 수 있는데, 마작은 더하지 싶어 걱정이다.
중국은 광활하다. 그러다 보니 지방색이 없을 수 없다. 남쪽 사람들은 성질이 느긋해서 싸우는 일이 별로 없단다. 싸운댔자 말싸움으로 그치는 게 보통이고, 말싸움도 두어 시간이나 싸우고 나서도 한다는 소리가, “너는 왜 그랬니?” 하는 수준에서 그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싸우는 맛이 없다. 노자는 바로 그러한 느긋한 성품을 대표하는 남방의 초나라[楚; 지금의 하남성] 출신이다. 그러니 자연도 있는 그대로 놓아두려고 한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인 것이다.
이에 비해 북방 사람들은 머리도 좋고 좀 거친 편이다. 깡패는 거의 대부분이 동북 3성(길림성, 흑룡강성, 요녕성) 사람들이란다. 공자는 중국의 북방인 노나라(魯; 지금의 산동성) 출신이다. 원칙을 중시하고 인의예지를 내세운다. 공자나 노자와 같은 성현들도 그 출신 지역의 지방색을 드러냈는데, 일반인들이야 말하여 무엇하랴?
특히 수도 북경 사람들의 자존심은 대단하다. 자동차도 북경으로 들어가려면 통행증을 따로 발급받아야 하고, 반대로 북경 지방의 차들이 타 지역으로 나가는 것은 아무런 제약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교통경찰까지도 웬만해선 잡지 않는단다. 오죽하면 “나, 북경 살아!” 하는 말이 유행될 정도일까? ‘강남 엄마 따라잡기’ 정도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같은 요녕성에서도 심양의 경우, 자가용 넘버는 ‘辽A’로 시작이 된다. (‘辽’는 ‘요[遼]’의 간자체이다.) B나 C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단동(丹東)으로 가고 있다. 3시간 30분쯤 걸린단다. 같은 요녕성(遼寧省)을 벗어나는 데도 10시간이나 걸리는 곳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차를 타고 달릴 때는 지겹기도 했지만, 그보다 먼저 그 넓은 땅덩어리가 부럽기 그지없었다.
길거리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눈에 띈다. 북경처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자전거의 행렬이 장관을 이루지만, 이쪽 지방에서는 조금 많다는 느낌일 뿐이다. 자전거용 비옷이 좀 특이했다고나 할까? 그런데 저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으면 모두 자가용 족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 전체도 일일 생활권으로 변화될 것이요, 그러면 그들도 ‘만만디’에서 ‘빨리빨리’로 의식 개조가 되어갈 것임에 틀림없다.
중국이 따라온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멀리 중국으로부터 벗어나 달려야 한다. 사람밖에는 별 자원이 없는 나라, 그 사람을 잘 키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평준화에만 전력투구하고 있으니 걱정거리다. 창의적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대학들에게도 이래라 저래라 돈줄로 옭아매 놓고 있으니 정말로 문젯거리다.
중국에서는 대학생의 경우 알바를 못하게 한다. 학생은 공부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수학이 우리나라의 수학보다 더 어렵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칫하면 그들에게 따라잡힌다는 말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초등학교의 주5일제 수업을 다시 주6일제로 환원하려고 한다지 않는가? 우리 모두들, 정신을 차리자. 특히 나라를 이끌고 가시는 어르신네들, 정신을 차립시다. 제발, 정신을 차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