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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태충(括胎蟲) 퇴치기

괄태충(括胎蟲) 퇴치기 이 웅 재 나는 괄태충(括胎蟲)과 함께 산다. 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쩔 수가 없어 같이 산다. 놈은 베란다(실은 발코니)에서 내 허락도 없이 산다. 물론 셋돈도 내지 않고 막무가내로 산다.‘괄태충’이란 이름은, 태(胎)처럼 생긴 놈들이 서로 짝짓기를 할 때의 모습이 꼭 서로를 묶어놓은 듯하다[括]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머리에 2쌍의 자루[柄]처럼 생긴 촉각(더듬이)이 눈[眼]처럼 붙어 있어서 일명 ‘병안목(柄眼目)’이라고도 한다. 이 촉각으로 위험을 느꼈을 때에는 몸 전체를 둥그렇게 말기도 한다. 그 이름이 상당히 유식하게 여겨지는 놈이다. 놈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은빛 줄이 이리저리 그어져 있다. 그뿐만이 아니고 만지면 미끌미끌한 게 기분이 되게 불쾌한 느낌이다. 놈들을 잡아..

수필 2021.06.24

化粧 (이웅재 칼럼(21), 월간 『스포츠 한국』73년 12월호, pp.80~81.)

化粧이란 「남」에게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나」의 몸 가꿈을 일컫는 말이다. 즉, 그것은 「나」를 「남」에게 적응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 방법인 것이다. 화장이란 그만큼 「사회적」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에의 「의존성」이 화장술로 나타나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원시 수렵 생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배고프면 산이나 강가에 나가 짐승이나 물고기를 잡아먹거나나무 열매를 따먹으면 되었고, 배부르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거나 동굴 속에 틀여박혀 이리 딩굴, 저리 딩굴하면 되었을 것이다. 요사이 같이 바빠 날뛰어도 하루 세 끼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생각해 볼 때에는 무척이나 부러운 마음이 들리라. 하지만, 그렇게 편하던 그들도 차츰 걱정거리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사람은 점점 수가..

가을 ‧ 가로수 (이웅재 칼럼(20), 월간 『스포츠 한국』73년 11월호, pp.82~83.)

이제 시월이다. 가을인 것이다. 가을만큼 빨리 가는 계절도 없다. 시월은 더욱 수월하게 지나간다. 「아-(하품 한 번 길게 하고) 가을인가 봐!」하고 멋진 세리프를 한 마디 뱉고 보니, 벌써 가을은 그 짤막한 꼬리를 살래살래 흔들며 겨울의 골목으로 사라져 가더라는 우스개는, 그런대로 가을의 빠름이나 짧음을 나타내는 데 있어 近似한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현대를 초스피드 시대라고 하던가? 두 살 난 자식 놈이, 「나 장가 갈 테야」하고 보채는 바람에 삼십 전의 신혼 부부가 며느리감 구하러 다녀야할 그런 바쁜 세대이고 보면, 초스피드 세대라는 현대라는 것에 대해서, 네째 딸 시집 보낸 집 쌀독에 낟알 떨어지듯 정나미가 똑 떨어져 버리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천만다행이라고나 할까, 아직은 그렇게까지 보..

수필 2021.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