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퀴덩굴[백화제방(百花齊放)9]
이 웅 재
나는 베란다를 좋아한다. 거기에는 비교적 많은 꽃나무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별로 예쁘지도 않고 또한 특별히 귀하지도 않은 놈들이다. 놈들은 내게 저희들을 상전으로 모셔 달라는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다. 여러 종류의 꽃나무들이 각각의 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들 모두의 특성대로 가꾸려 하려다가는 무척이나 세심한 손길을 주어야 하겠지만, 나는 그들을 거의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는 것이다. 약간의 예외는 있지만 물을 많이 주어야 하는 화분과 그 반대로 물을 거의 주지 말아야 할 꽃나무들의 차이를 거의 무시하고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나를 따르라’는 무식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신통하게도 놈들은 나의 그 무지막지한 규율을 잘도 따라주고 있어서 고맙기 그지없다. 그래서 나는 시간만 나면 베란다에 나가 나의 그 착하기 그지없는 꽃나무들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하나하나 바라보고 쓰다듬어 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어제도 그랬다. 지금은 고인이 된 어느 문우에게서 분양받아온 ‘미스김 라일락’의 후손들을 번식시키려고 작은 화분 몇 개에 꺾꽂이를 해 놓은 것이 있어서 어찌 되었나 확인을 하려고 하였더니, 얼씨구, 얼핏 보아서는 잡초만 무성했다. 이게 웬 일인가 싶어서 스스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좀더 자세히 관찰하였더니, 이런, 갈퀴덩굴이 고개를 쑥 내밀고 내게 안녕하시냐고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갈퀴덩굴은 쌍떡잎식물 용담목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두해살이 덩굴식물이다. 줄기와 잎이 검불 또는 곡식 등을 긁어모으는 데 쓰이는 도구인 갈퀴를 닮은데다가, 덩굴로 자라기 때문에 ‘갈퀴덩굴’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에 널리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길가, 밭, 과수원, 들, 빈터 등에서 자란다.
원줄기는 길이가 60cm~1m 정도이며 줄기는 사각형이다. 얼핏 바람이 불면 뿌리째 뽑힐 것 같이 약해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줄기의 각 능선(稜線)에 날을 세운 앙증맞은 가시털이 촘촘하게 붙어 있어 얕잡아 보기만 할 풀이 아니다. 그 가시털은 전부 밑으로 굽어있어서 살갗에 스치면 따갑기도 하지만, 가시가 워낙 잘아서 크게 걱정할 것까지는 없다. 가시가 줄기에 직각으로 나 있지 않고 아래쪽으로 향한 것을 보면, 줄기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다기보다는 다른 물체에 붙어서 기어오르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 잔 가시 때문에 ‘가시 거(鋸)’자를 두 번이나 사용한 ‘거거등(鋸鋸藤)’이라는 이름도 있다.
줄기의 마디마디마다 보통 6~8개의 가늘고 긴, 작은 잎이 돌려나는데 그 중에서 2개만이 원래의 잎이고 나머지는 잎과 똑 같은 형태로 변태된 턱잎으로서 잎자루가 없다. 가지가 잎 겨드랑이에서 나오는데, 가지가 나오는 곳의 잎만 진짜 잎이다.
봄철에 갓 자라난 연한 순은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는데, 쓴맛이 있으므로 일단 끓는 물에 데친 후,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후에 간을 맞추어서 알맞게 조리하여 먹어야 한다. 약간의 쓴맛은 소화액 분비에 도움이 되므로 타박할 일이 아니다.
꽃은 지름이 약 1mm 정도로 작으며 옅은 녹색을 띠고 있고, 열매는 공 모양으로 생긴 것 2개가 함께 붙어 있으며 각각 반타원형의 모양으로 보이는데, 표면에는 갈고리 모양의 딱딱한 털로 덮여 있어서 사람의 옷 등 다른 물체에 잘 붙어서 종자를 퍼뜨린다.
한방에서는 7~9월에 전초를 채취하여 말려서 사용하는데, 열을 내리고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주며 소변을 잘 나오게 하고, 출혈을 그치게 하는 데 이용한다. 타박상이나 관절의 염좌, 근육통, 피부의 염증 등에도 사용한다. 한편, 갈퀴덩굴은 잎이 갸름한 염통 모양이며 뿌리에는 많은 마디가 있고 붉은 갈색을 띠는 팔선초(八仙草)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으나 종(種)은 동일하지만 속(屬)이 다르므로 신중히 구별해야 한다. 팔선초는 흔히 ‘꼭두서니’라고 하여 꼭두서니를 먹으면 소변도 빨개지고 모유도 빨개지고 모든 뼈도 빨개진다고 하지만, 바로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꼭두서니 뿌리에는 출혈을 멎게 하는 작용이 있어서 코피를 흘리거나 자궁출혈, 잇몸출혈 등에도 쓴다. 예전에는 꼭두서니의 뿌리에서 붉은색 염료를 얻기도 하여 잇꽃과 함께 빨간색 물감을 들이는 중요한 원료로 쓰였으나 광물성 합성염료가 개발되고 나서부터는 전혀 쓰이지를 않는다고 하는데, 인터넷에서는 암 치료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풀로 말해지고 있다.
또한 쌍떡잎식물 장미목에 속하는 콩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인 구주(九州)갈퀴덩굴과도 구별해야 한다. 구주갈퀴덩굴은 길이가 갈퀴덩굴보다 약간 크다. 그리고 뿌리줄기가 옆으로 퍼지면서 자라는데, 갈퀴덩굴과 별 차이 없이 줄기에는 능선(稜線)이 있으며 털이 약간 나 있다. 잎은 4∼7쌍의 작은 잎으로 이루어지는데, 꼭대기의 작은 잎은 덩굴손이 된다. 작은 잎은 좁은 달걀 모양이며 뾰족한 톱니가 있다. (15.3.18.15매,사진 3)
※순서대로: 갈퀴덩굴, 갈퀴덩굴의 확대 사진, 그리고 구주갈퀴덩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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