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수필" 2017년 7월호. pp.115-6. 7매 수필로 청탁받아 쓴 글.
나도 그런 상장을 받고 싶다
이 웅 재
어린이날이었다. 딸내미에게서 카톡이 왔다. 상을 받았다고 상장을 사진으로 보내 왔다. 혼란스러웠다. 딸내미란 애칭을 써서 그렇지, 딸의 나이는 40이 넘었다. 그런데 어린이날, 상을 받았다? ‘멍한’ 느낌이었다. 딸의 직업을 생각해 보았다. 딸은 현재 고등학교 선생님이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어린이날 상을 받을 일은 없지 싶었다. 카톡으로 상을 받았다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상장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일련 번호(제00-125호)도 있었고, 수상자(물론 딸)의 이름도 씌어 있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위 어른은 맨날 맨날 나에게/ 공부를 시켰지만 1년 내내 고생을/ 했기 때문에 이 상을 줍니다.”
끝 부분에는 5월 5일이라는 날짜와 수여자 이름(딸내미의 딸내미 이름), 그리고 ‘우리 집 협회’라는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그러니까 딸내미의 딸내미가 딸내미에게 수여하는 상장이었다.
발상이 재미있었지만, 계기는 묻지 않았다. 어디서 힌트를 받았는지 그런 것은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겠다 싶어서였다. 약간 덜 다듬어진 상을 주는 연유도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시켰지만’이라는 언사가 조금 걸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양보의 구절이라서 주된 의미 전달에 있어서는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었다. 단지, 은연 중 공부하는 일이 재미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다는 속내를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한편, 공부는 열심히 하여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표현이기도 했다.
연예인이나 스타급의 운동선수가 되는 일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고 험한 일이다.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는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는 진실, 그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기에 ‘공부를 시켰지만’이라는 양보의 어구를 사용한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왜 ‘어버이날’도 아니고 ‘어린이날’을 택했을까? 곰곰 생각하니 어린이날을 맞은 딸내미의 딸내미에게 공헌한 공로가 컸다는 뜻이라고 해석되었다.
딸내미에게서 상장을 받고 자랑하기 위해 카톡까지 보낸 딸내미, 저는 왜 내게 상장을 안 주는 것이지? 나도 딸내미에게 그런 상장을 받고 싶다. (16.5.15. 7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