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타 꼬타 고분 꼬타(百花齊放)

톱풀 [백화제방(百花齊放) 20]

거북이3 2016. 7. 24. 10:36


#20톱풀[백화제방(百花齊放) 20].hwp

*"수필문학", '16 .6월호 pp.165-168.



           톱풀 [백화제방(百花齊放) 20]
                      
                                                                                                   이   웅   재


  몇 년 전, 야탑역전의 아미고 타워 앞쪽을 지나다가 평소에 본 적이 없는 꽃을 보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톱풀’이었다. 반가웠다. 예전에는 흔한 식물이었으나 사회 전체가 현대화되어 가면서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사라져 버린 풀꽃이었다.
  잎 모양이 양날톱처럼 규칙적으로 갈라져 있어서 흔히는 ‘톱풀’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보면 가위를 닮았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아서 ‘가새풀’이라고도 했던 풀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잎의 생김새가 지네를 연상시키기도 해서 ‘지네풀’ 또는 ‘오공초(蜈蚣草)’라고도 하고, 억센 이름과는 달리 온몸에 부드러운 털이 나 있어서 ‘우의초(羽衣草)’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꽃빛깔이 흰 빛깔이라서 ‘은초(銀草)’, 뱀에 물렸을 때 짓찧어서 붙이면 독이 빠진다고 하여 ‘배암채’ 등등으로도 불리는데, ‘지호(枝蒿)’나 ‘일지호(一枝蒿)’로 불리는 이유는 얼핏 쑥처럼 보이기도 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미고 타워 쪽에서는 한두 포기 정도밖에 찾아볼 수가 없어서 매우 서운했는데, 얼마 전 탄천 산책을 하다가 뜻밖에 야탑교 근처 3곳에서 한 무더기씩 얼굴을 내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기쁜 마음에 오갈 적마다 보면서 지내고 있었다. 아, 그런데 요놈들이 며칠 전부터 꽃망울을 맺기 시작을 하는 것이라서 반가움은 2배, 3배로 불어났다.
  톱풀은 국화과에 속하는 산과 들의 풀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국화과의 꽃들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작은 꽃을 피우는 풀꽃이 아닐까 싶다. 줄기는 50~120cm 높이로 비교적 곧게 서며 윗부분에는 털이 많으나 밑부분에는 털이 없다. 땅속의 뿌리줄기는 옆으로 뻗어 나간다. 줄기에서 어긋나는 넓은 피침형 잎은 뾰족한 톱니가 있고 밑부분이 줄기를 반쯤 둘러 감싼다. 꽃은 7~10월에 좁쌀만 한 꽃들이 산방 꽃차례[繖房花序: 무한 화서의 하나로 꽃자루의 길이가 아래에 달리는 것일수록 길어져서 꽃이 거의 평면으로 가지런하게 피는 꽃차례]로 곁가지마다 여러 송이가 촘촘히 뭉쳐서 달린다. 톱풀의 꽃은 앞에서도 말한 바처럼 주로 흰색 꽃인데, 요즈음에 와서는 개량종들이 많이 생겨나서 노란색, 빨간색 등 그 빛깔이 다양해졌다. 다른 꽃들에 비해 비교적 개화 기간이 오래라는 점이 특장점이라서 관상용으로 인기를 더하여 가고 있다. 열매는 10월에 여문다.
  서양톱풀은 유럽이 원산지로서 ‘야로우(yarrow:네덜란드)’라고도 부른다. 라틴어의 ‘많다’는 뜻의 사투리에서 온 말이라고 한다.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그런 이름을 얻지 않았나 싶다. 우리는 톱풀을 봄나물로 먹지만 서양에서는 ‘야로우’를 옛날부터 상처의 치료약으로 널리 사용하여 왔다. 학명인 ‘아킬레아(Achillea)’로도 통용되는데, ‘일리아드’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s)’가 트로이 전쟁 때 부상한 병사들의 상처를,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신인 ‘키론(chiron)’에게서 그 약효를 전수받아, 이 풀로 고쳤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때도 이 풀을 부상병 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잎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고약을 제조해 사용하기도 했고, 삶은 물로 상처를 소독하는 데도 썼다.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톱이나 대패, 칼이나 낫 같은 날카로운 물건들로 다친 상처에 잘 듣는다 하여 ‘목수의 허브’라고 부른단다.
  류머티즘, 고혈압, 위염의 치료에도 사용했으며, 피를 잘 순환하게 할 뿐만 아니라 풍을 제거해 주며, 생잎을 씹으면 치통을 멎게 할 수 있고, 그 달인 물로 치질을 치료하기도 하고, 목욕제나 로션으로도 이용했으며, 그 달인 물로 머리를 감으면 대머리를 예방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톱풀의 이러한 신통한 약성 때문에 중세까지만 해도 악마를 물리치는 마력이 있다고 믿어서 부적 대용으로 몸에 지니고 다니기도 하고, 문간에 걸어놓아 마귀의 침입을 예방하기도 했다. 또한 이 꽃으로 결혼식 꽃다발을 만들어 사용하면 최소한 7년간은 행복이 보장된다고 믿었단다. 뿐만 아니라, 향기가 좋아 드라이플라워로 만들어 반영구적으로 보관하고 사용하기도 했다. 드라이플라워로 만들려면 말리기에 적합하게 줄기가 단단해야 하고 꽃잎과 화형이 크지 않고 수분이 적을 꽃이라야 하는데, 톱풀은 그러한 조건에 부합되는 꽃이다.
  맛은 조금 쌉쌀하고 매운 느낌이 있어 입맛을 돋우어 주어서, 봄에 어린순과 잎을 삶아 물에 담가 그 쌉쌀한 맛을 우려낸 뒤 양념을 하여 무치거나, 참기름에 볶아 먹기도 한다. 차로 마시면 강장(强壯)효과도 뛰어나 ‘야로우차(yarrow tea)’라 하여 약용의 ‘허브 차(茶)’로 이용하기도 했다. 특히 인디언들은 이를 정력제로 사용하여 잠자기 2시간 전에 차의 형태로 복용하거나 생 줄기를 씹어 먹기도 했다. 샐러드에 썰어서 넣으면 풍미가 있어 요리에도 사용하였으며, 스웨덴에서는 맥주 양조에도 이용하였고, 말려서 담배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국의학서에는 줄기와 뿌리를 시초(蓍草) 또는 신초(神草)라고 하여 오래 먹으면 허약한 사람은 기력이 회복되고 살결이 고와지며, 신의 세계와도 통하게 되어 앞일을 내다보는 예지력이 생기고 심지어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게 된다고까지 하였다.
  톱풀은 배수가 양호한 사질양토를 좋아하나 황무지나 바닷가에서도 자라며, 햇빛을 좋아하지만 추위에도 강하여 월동도 가능하다고 한다. 이식력이 뛰어나서 번식은 주로 포기나누기로 하지만 씨앗으로도 발아가 가능하다. 포기나누기는 봄이나 늦가을에 실시하면 좋다. 꽃말은 ‘지도, 가르침’이다.   (16.5.10. 15매, 사진 2매)
 

 





#20톱풀[백화제방(百花齊放) 20].hwp
0.46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