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문화 체험기

[필리핀 문화 체험기 9] 마닐라 대성당, 식물학자 마누엘 블랑코의 노작(勞作)들

거북이3 2018. 3. 23. 23:02




필리핀 문화 체험기 9. 마닐라 대성당, 식물학자 마누엘 블랑코의 노작(勞作)들.hwp




     [필리핀 문화 체험기 9]

           마닐라 대성당, 식물학자 마누엘 블랑코의 노작(勞作)들

                                                                                                                                  이 웅 재

  2월 9일(금) 맑음.

  9:00경 기사를 불러 외출을 하였다. 오늘은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의 산티아고 요새(Fort Santiago) 입구에 있는, 관광명소라는 마닐라 대성당(Manila Cathedral)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인트라무로스는 16세기 스페인인들에 의해 지어진 마닐라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이란다. 그 이름은 스페인어로 ‘벽 안에서’라는 뜻인데, 성벽에 둘러싸여 있는 곳으로 마닐라 안의 스페인이라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산티아고 요새는 독립운동가 호세 리잘(José Rizal)이 사형선고를 받고 수감되었던 곳이라서, 필리핀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수치스러운 지역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잊어서는 안 될 소중한 지역이기도 하다.

  도로에는 ‘버스A, 버스B’ 등 차선이 구분된 표지판이 보이지만, 그런 건 전혀 무시되는 듯싶었다. 가로에는 흰 꽃이 피어 있는 나무들이 많이 눈에 띄었지만 무슨 나무인지는 모르겠다. 가이드가 있는 여행의 경우에도 궁금하여 물어보면 그런 것은 묻지 말아달라고 사정을 하는 형편인데, 딸내미에게 물어보아야 말짱 헛수고일 뿐이라서 아예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가로수 중에는 가끔 상당히 높은 곳에 있는, 옆으로 뻗은 가지에서 뿌리가 내리는 특이한 나무도 있었다. 도대체 무얼까,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아마도 벵골보리수(Bengal 菩堤樹)라고 하는 나무인 듯싶었다. 이 나무는 뽕나무과 무화과나무(Ficus)속에 속하는 나무로 흔히 반얀트리(Banyan Tree)라고 부르는데, 인도의 비슈누(Vishunu) 신(神)이 이 나무 아래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성스러운 나무로 알려져 있다. 이 나무는 대만 여행 시에도 보았었고, 아, 뭐니뭐니 해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Angkor Wat) 사원에서도 보았었다. 사원의 거대한 불상이나 건물들을 휘감고 쪼개고 했던 나무가 바로 이 나무였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타고 가는 차 앞쪽으로는 지프니 한 대가 그 꽁무니에 몇 명의 아이들을 태우고 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였다. 그 오른쪽의 오토바이 사진은 달리는 속도 때문에 사진의 형태가 번져보이고 있었지만, 지프니에 탄 아이들의 모습은 또렷하게 보였다. 그만큼 지프니는 천천히 운행하고 있었다는 말이겠다. 아무데서나 타고 어느 곳에서나 내릴 수 있다고 하던 말이 실감으로 느껴졌다.

  차를 바닷가 쪽에 세우고 걸어서 대성당으로 갔는데, 성당에 거의 다 간 곳에는 조그마한 공원 같은 것이 보였고, 거기에는 2차대전 때 희생된 사람들에게 헌정된 조각상이 있었다. 1945년 마닐라 전투기념비였다.

  조금 더 가니 드디어 성당이 나왔다.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으로 알려져 있는 마닐라 대성당은 기적의 성당으로 불린다. 6번의 화재와 지진으로 부서지기 여러 번이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복구가 된 때문이다. 그 앞쪽은 넓은 잔디밭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근처에는 관광객들을 태우고 온 여행사의 버스들이 다수 보였고 관광객들도 많았다.

  성당으로 들어갈 때에는, 모자 좀 벗어달라는 정중한 ‘핀잔’을 듣기도 하였다. 성당에서 찍은 처음 몇 장의 사진은 남녀의 조각상이었는데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무슨 사진인 줄을 알 수가 없었다. 이럴 때에는 패키지여행 때의 가이드가 얼마나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한 곳에는 관람객이 자신의 생일 날짜를 누르면 그에 해당하는 성화(聖畵)에 불이 들어오는 것도 있어 사람들마다 한 번씩 눌러 보기에 나도 한 번 따라해 보았다.

  필리핀을 처음 정복할 때의 배도 보이고, 스페인이 1565년 멕시코에서 출발하여 세부(Cebu)에 도착한 여정을 보이는 지도도 있었다. 이때 배 5척과 500여 명의 병사, 그리고 수사(修士)들로 이루어진 항해단이 상륙하였고, 이후 당시 스페인의 국왕 Felipe 2세의 영토라는 의미로 Felipenas로 명명하였던 것이 오늘날 필리핀 국명의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성직자들의 봉안당(奉安堂: 일본식 한자어 納骨堂의 순화어)으로 보이는 구조물도 눈에 띄었고, 미켈란젤로(Michelangelo)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도 보였으나, 바티칸 시국의 시스티나 성당(La Cappella Sistina)의 천장화와는 아담의 얼굴 모습이 너무나 달라 보였다.

  특이하게 느껴진 것은 ‘과학관’인가 하는 곳에 전시된 많은 식물 그림들이었다. 스페인의 수사이면서 식물학자인 마누엘 블랑코(Fr Manuel Blaco)의 노작(勞作)이었다. 필리핀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에 이렇게 약초를 비롯한 식용 작물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연구해 왔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일 뿐만 아니라, 필리핀 사람들을 위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었다고 생각되었다. 해서 그 앞에서 한 동안을 멈춰 서서 하나하나의 식물 그림들을 보았다. 그 중에는 이곳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는 옥수수와 쑤세미 등의 그림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제 치하라든가 미군정 시대의 외국인들이 서로가 앞다투어 희귀종을 자기네 나라로 훔쳐가기에만 바빴으니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들이었다.

  ‘음악의 방’에는 4,580개로 된 아시아 최대의 파이프 오르간도 볼 만했고, 요즘과는 다른 형태로 그려진 당시의 악보도 관심을 끌었다. 악마를 물리치고 있는 성 마이클(Saint Michael=san Miguel) 대천사는 엄숙하거나 무섭게 보이기보다는, 천사다운 친근미를 느끼게 해 주는 모습이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과 일본의 도자기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한국의 것은 없어서 서운하기도 했다.

  성당 내부의 정원에는 키가 큰 야자수 몇 그루가 도드라져 보였는데, 특히 그 나무 둥치에 세들어 살고 있는 서양란 종류로 보이는 꽃들이 무척 정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18.3.23. 15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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