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었는데…
이 웅 재
아내와 함께 E-mart엘 들렀다. 과일들을 진열한 매장을 지나다 보니 선홍색의 일년감이 먹음직스러워 그리로 눈길을 주노라니까, 우리 마나님 지청구가 시작된다.
“빨리 안 따라오구 뭐 해요?”
“으응, 일년감이 먹음직스러워 보여서.”
“일년감이요?”
그제야 관심을 보인다.
“그래.”
“일년감이 뭐예요?”
“일년감도 몰라? 선조 때 이수광(李晬光)이 지은 『지봉유설(芝峰類說)』에 처음 나오는,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똑 같은 과일, 토마토지.”
“토마토가 일년감이에요?”
“그렇다니까.”
“하지만,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에요.”
그렇지,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었다. 토마토는 채소였다. 비타민이 아주 풍부한 가지 과의 남미 열대지방 원산의 열매 채소였다. 토마토가 채소라는 생각을 하니 오래 전의 기억이 하나 떠올랐다.
그때, 옆집에는 중국인, 아니 엄밀하게 말한다면 대만인 한 집이 살고 있었다. 그 집에는 우리 딸내미 또래의 대여섯 살 난 예쁜 여자아이가 하나 있었다. 우리 애는 그 아이를 무척 좋아해서 툭하면 불러내곤 했었다.
“짱아야아, 노올자!”
그러면, 그 예쁘장한 아이는 생글거리며 대문을 박차고 나와 우리 애와 어울려 놀았다. 둘이서는 곧잘 땅바닥에 퍼질러 앉아 흙장난을 놀았다. 그 애 엄마가 그런 모습을 보게 되면 야단을 쳤다.
“짱아!”
짱아, 그건 중국말로 ‘더러워!’나 ‘지지!’라는 말이었다. 그걸 이름으로 알고 동네가 떠나가라고 불러대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나까지도 미안해진다.
그런데, 그 집에서 우리 마나님 보고 맛있다고 해 먹어 보라는 음식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 마나님, 아직도 그 음식을 해 주질 않아서 먹어보질 못했는데…, 꼭 먹어보고 싶은 음식, 그건 바로 토마토 국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