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벌자, 돈을 벌자, 돈 돈 돈 !!!
이 웅 재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인데, 국민 10명 중 4명은 반갑지 않다고 했단다. 한국 갤럽의 여론 조사 결과라는데, 그 이유를 알고 보면 더욱 기가 찬다. 보통은 여성들의 추석 음식 장만 때문이라 여길 것인데, 의외로 그 음식을 장만하기 위한 비용 등, 다시 말해서 돈 때문이란 대답이 거의 50%에 육박해서 놀라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그런가 하면 어느 결혼정보회사의 조사에서는 미혼 남녀들이 보름달에 비는 소원의 제1위도 ‘부자되기’라는 것이어서 충격을 준다. 이러한 심리를 부추기면서 “운명이야기”라는 책 광고까지 등장했다. ‘전화번호․ 금융비밀번호․ 자동차번호․ 주민등록번호’ 등 숫자를 알면 부(富)와 아울러 대길운(大吉運)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싫은 사람이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어 따라갔단다. 그는 험한 산속으로 들어갔다. 어디 동굴 속에서 선도(仙道)라도 익히면서 돈을 버는 방법을 가르쳐 주려나 하고 따라갔더니, 낭떠러지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더란다.
낭떠러지에는 신통하게도 바위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듬직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고, 그 아래로는 삐죽삐죽한 바위들이 어지럽게 나 있어서 떨어지면 그대로 즉사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단다.
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사람 왈,
“저 나무에 매달리시오.”
아찔하긴 했지만, 그 정도의 어려움쯤은 이겨낼 수 있는 담력 같은 것이 있어야 되나 보다 하고 매달렸단다. 그런데, 그 다음의 말이 황당했다.
“한 쪽 팔을 놓으시오.”
부자 되기가 그토록 힘들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두려웠지만, 마음 다져 먹고 한쪽 팔을 놓았다.
“다른 팔도 놓으시오.”
저 놈, 저거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두 팔 다 놓으면 떨어져 죽지 않아? 아무리 천만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라고 내가 죽고 나면 무슨 소용인데…. 팔을 놓지 않았단다. 그랬더니 그 ‘스승’, 매달린 사람에게로 달려들더니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내기 시작하더라는 것이다. 엄지, 검지, 중지…, 우리의 불쌍한 수강생은 반대로 엄지, 검지, 순으로 다시 나뭇가지를 부둥켜 잡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그렇게 한번 들어온 돈은 절대로 쓰지 않으면 곧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구.”
그것으로서 ‘강의 끝.’ 말인즉슨 맞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
고려 시대의 임춘(林椿)은 ‘공방전(孔方傳)’을 썼다. ‘구멍 공,’ 이는 둥근 모습, ‘모 방,’ 이는 네모진 모습이다. ‘공방’이란 바로 엽전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니까 ‘공방전’은 엽전의 전기이다. 엽전의 모양이 왜 그런 모습일까?
사람들은 말한다. 그 네모진 것은 춘하추동, 곧 계절, 다시 말해서 시간성을 뜻하는 것이며, 아울러 동서남북, 곧 방위, 그러니까 공간성을 의미하는 것이란다. 그럼, 둥근 모습은? 그것은 물론 순환성일밖에…. 그러니까 돈이란 시간, 공간에 구애받음 없이 순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돌고 도는 것이라서 돈이라고 한다지 않는가? 그런데, 한번 손아귀에 들어온 돈이라고 떨어져 죽지 않으려는 힘으로 아등바등 꼭 붙잡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러한 순환성에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가지고는 입에 풀칠하는 일은 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부자 더 나아가 재벌이 되기는 어림도 없다고 하겠다.
어떤 대재벌이 죽기 전에 유언을 했단다. 내가 죽거들랑 관 양쪽 옆에 주먹이 들락날락할 정도의 구멍을 뚫어 달라고. 그리곤 얼마 안 되어서 죽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유언대로 해 주었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그 구멍으로 죽은 사람의 주먹이 불쑥 나오더란다. 그리곤 다시 손바닥을 쫘악 펴더라는 것이다.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곰곰 생각하니 그것은, 한 마디로 ‘나 빈손으로 간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죽을 때, 못 가지고 가는 것이 돈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쓰고 죽을 수 있는 만큼만 벌면 족한 것이 돈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욕심을 부린다. 그것도 우리 일반 서민들이 볼 때에는 저 정도면 그 사람 죽을 때까지 먹고 사는 일에는 지장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더욱 더 돈에 욕심들을 내는 것이다. 그래서 회사 돈을 횡령하고, 공기업의 돈은 쓰는 사람이 임자라고 펑펑 써대고, 지자체에선 그해 예산 그해에 다 쓰지 못하면 안 된다고 연말이면 멀쩡한 도로를 뜯었다 메웠다 하면서 공사를 계속한다. 그래야지만, 고물이 떨어지니까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있다가 물러나면 갑자기 재벌급의 재산가가 되어 있는 것은 무엇으로 설명을 해야 할지? 대통령 봉급이 그렇게 많았던가? 아니, 내가 또 오버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통령을 지내고서도 총재산 29만 원밖에 없는 청렴한 분도 있다는 것을 왜 생각해 내지 못하고서 이토록 무례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무시하면 안 된다. 돈이란 매우 편리한 생활 수단인 것이다. 그러니까, 돈을 벌자, 돈을 벌자, 돈 돈 돈 !!! 하지만, 어느 분인가의 말이 생각난다.
“돈을 주인으로 삼지 말라. 주인 중에서는 가장 악랄한 주인이 될 것이니라.”
그러면? 돈을 하인, 노예로 삼으라는 것이다. 그러면, 돈은 우리에게 가장 충직한 하인이 되어줄 것이란다.
(06. 10. 5. 원고지 15매)